정부와 의료계가 의대정원 사안을 두고 대화를 이어가는 듯하면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회장(비대위원장)과의 만남 이후 의료계 내부에서마저 내홍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4일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비대위원장은 단독 만남을 갖고 140분간 얘기를 나누면서 서로 의견을 교환했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면담 후 자신의 SNS계정에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습니다’라는 짧은 문구만을 남겨 일단 별다른 합의점은 찾지 못했음을 암시했다.
그런데 의료계에 따르면 만남 이후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대위원장 탄핵 성명서’라는 문건이 공유되며 박단 비대위원장에 대한 비판이 크게 일고 있다.
성명서에는 비대위의 독단적인 행동에 대해 크게 분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만남이 대전협 비대위 내에서만 상의됐을 뿐 나머지 병원 대표들과는 사전에 합의되지 않았다는 것. 그런데다 면담 이후 어떤 회의 내용도 전공의들에게 공지하지 않고 비밀에 부치고 있다며 이는 명백히 전공의들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앞으로 사직 전공의들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항을 회원들에게 공지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강행할 위험이 있어 탄핵안을 올린다고 밝혔다.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도 자신의 SNS계정(페이스북)에 박단 비대위원장을 비판하는 듯한 게시글을 올렸다.
임현택 당선인은 ‘아무리 가르쳐도 이해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라는 글과 ‘일부 내부의 적은 외부에 있는 거대한 적보다 나를 더 어렵게 만든다’는 내용의 영문 글을 잇달아 남겼다. 정확한 대상은 밝히지 않았으나 의협과 상의하지 않고 대통령과 만난 박단 비대위원장에 대한 얘기가 아니냐는 해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교협)도 5일 ‘대통령과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의 단독 회동에 대해’라는 입장문을 통해 전의교협의 입장을 밝혔다.
입장문에 따르면 전의교협은 “현재까지 회동의 성과로 언론에 보도되는 것은 거의 없으며 심지어 정부는 5일 브리핑을 통해 2000명 의대 증원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며 “대통령께서 박단 위원장을 초대해 장시간 회동했다면 이제부터라도 의대정원을 포함해 의료개혁안에 대해 제한없이 의료계와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우선 박단 비대위원장과 만남 이후 “향후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에 관해 의료계와 논의 시 전공의들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공지했지만 5일 박민수 차관은 브리핑을 통해 “2000명 증원 방침은 의료계가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으로 특별한 변경 사유가 있기 전까지는 기존 방침은 그대로 유효하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간 정부와 각 의료계 단체의 만남이 계속돼 왔지만 대통령과 전공의의 일대일 만남은 단연 기대감을 모았다. 갈등의 중심에 있는 두 축의 직접적인 만남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남 이후 의료계 내부에서마저 내홍이 일면서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진 분위기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5일 중수본 회의에서 “아직 정부와 전공의 간 입장 차이가 있지만 국민과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은 같다”며 갈등 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뚜렷한 진전 없는 보도를 접하고 있는 국민들의 불안감은 날로 가중되고 있다.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