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시하 기자]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들의 공통적인 특징 중 하나는 ‘모터스포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토요타는 모터스포츠 사업부이자 레이싱팀‘ 가주 레이싱’을 운영하고 있고, 메르세데스 벤츠에서는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레이싱 팀이 국제 자동차 프로 레이싱 대회 ‘포뮬러 1’에 출전한다. 또 폭스바겐그룹은 최근 스위스 모터스포츠 전문 기업 자우버의 지분을 100% 인수하고 2026년부터 포뮬러 1에 출전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 역시 지난 2012년 유럽에 현대모터스포츠법인(HMSG)을 설립하고 남양연구소에 고성능 차량 개발을 위한 연구팀을 꾸려 고성능 브랜드 ‘N’을 탄생시켰다. 2022년에는 양산차를 기반으로 제작한 경주용 자동차들이 레이스를 펼치는 투어링카의 국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24시간 동안 가장 많은 거리를 주행하는 팀이 우승을 차지하는 독일의 뉘르부르크링 내구레이스에서 상위권에 들기도 했다. 또 국내 최대 규모의 원메이크 레이스 대회 ‘현대 N 페스티벌’을 열어 모터스포츠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또한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를 통해 일반인들이 모터스포츠와 고성능 차에 대한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트랙 주행 경험이 없는 초보자부터 레이싱 입문자까지 실력에 맞는 드라이빙 스킬을 배울 수 있도록 체계적인 주행 교육을 진행한다. 또 뻥 뚫린 직선주로에서 200km/h가 넘을 때까지 악셀레이터를 밟아보는 등 다양한 주행로와 장치 등을 통해 차량의 기능과 한계를 경험할 수 있다. 정비를 마치고 재개장하는 첫날인 5일 센터를 찾아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레벨 2’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센터는 서울에서 약 158km 떨어진 충청남도 태안군에 위치하고 있다. 약 2시간을 달린 끝에 관제탑처럼 생긴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왼쪽에는 한국타이어의 테크노링이, 오른쪽에는 현대차그룹의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입구에서 예약한 프로그램과 예약자 이름이 확인하면 차단봉이 열리고 그때부터 눈앞에 거대한 센터 건물과 아찔한 주행 코스 등에 압도되기 시작한다.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면 왼쪽에 전시된 ‘아반떼 N1 컵 카(AVANTE N1 Cup Car)’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아반떼 N 양산 모델 차량을 서킷 주행과 경량화에 초점을 맞춰 제작한 차량으로 최고 출력 315마력을 발휘한다.
오른쪽으로는 ‘아이오닉 5 N’을 필두로 현대차그룹의 차들이 전시돼 있다. 차량은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고 센터에서는 차량에 따라 전문 강사와 테스트 드라이브를 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서류 작성과 면허증 확인 및 음주 측정을 마치면 프로그램 정보와 이름이 적힌 목걸이 형식의 네임텍을 주고 이론 교육장을 알려준다. 강의실은 총 6개가 있고, 주행 교육장과 바로 연결된다.
시간이 남아 센터 곳곳을 둘러봤다. 1층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보니 ‘레이싱 시뮬레이터’가 있었다. 차량은 아반떼 N, 아반떼 N TCR, EV6 GT-Line, EV6, GV60 중 선택할 수 있었고, 코스는 마른 노면 서킷이었다.
2층에서 가장 눈에 띈 곳은 브랜드숍이었다. 포니 쿠페 미니어처, N Vision 74 미니어처, 포니 3도어 미니어처 등이 있었고, N 브랜드를 테마로 한 옷이나 생활용품 등도 구입할 수 있었다.
또 교육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라운지와 식사를 할 수 있는 곳도 있다.
이론 교육은 정시에 시작됐다. 이날 교육을 담당하는 강사는 15년 이상 경력의 현역 레이싱 선수였다. 핸들 잡는 법부터 프로그램 내용과 진행 방식 등에 대해 설명했고, 가장 좋았던 점은 오늘 주행하게 될 차량과 차량 작동법에 대해서도 전달했다는 것이다. 프로그램에서 타게 될 차는 기아의 ‘EV6 GT’로 585마력의 출력에 100km/h까지 도달하는데 불과 3.5초 밖에 걸리지 않는 슈퍼카급 차다.
이론 교육을 마치고 주행 교육장으로 나가면 차량에 탑승한 후 좌석 위치를 잘 맞췄는지부터 확인한다. 키가 작아서 어떤 차를 타도 불편한 점이 많았는데 교육에 앞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 덕분에 이날 교육에서는 시야도 충분히 확보하고 주행도 편하게 할 수 있었다.
긴급 제동 및 장애물 회피를 하는 모습. /박시하 기자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다목적 주행 코스로 이곳에서는 처음 타보는 차량과 친해지는 시간을 갖는다. 콘컵을 일정하게 배치해 지그재그로 통과하는 슬라럼을 통해 차량의 조향과 가동범위를 파악하고, 긴급제동과 장애물회피를 통해 비상시 대처 능력을 키운다.
킥 플레이트 훈련을 하는 모습. /박시하 기자
다음은 킥 플레이트 코스로 이동해 차량이 예상치 못한 순간에 미끄러졌을 때 카운터 스티어링을 통해 차량 위치를 바로잡고 정상 주행을 이어가는 방법을 배운다.
슬라럼 교육을 하는 모습. /박시하 기자
다음은 다목적 주행 코스에서 2명의 참가자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출발해 꼬리잡기를 하는 폭스헌팅 수업으로 이어졌다. 약 1.5배 정도 빠른 참가자와 격차를 줄이기 위해 주행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바꿔보기도 하며 차량의 기능과 성능에 대해 알 수 있었다.
가장 재미있었던 수업은 실제 레이싱 경기장에서 쓰는 신호등이 설치된 400m의 직선 고속주회로에서 악셀레이터를 끝까지 밟아 경주를 해보는 것이었다. 주행모드를 바꾸면서 여러차례 진행했는데 ‘GT 모드’의 대단함과 짜릿함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후에는 마른 노면 서킷에서 서킷 주행 요령에 대해 배웠다. 파란 콘컵이 세워진 곳으로 빠르게 시선을 가져간 후 실제로 차량을 최대한 가깝게 붙인 후 빠져나오고, 헤어핀이라고 불리는 U자 형태의 곡선주로에서 경제적으로 주행을 하는 방법을 찾아보는 등 잠시나마 레이싱 선수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모든 수업이 끝나면 프로그램 수료증을 준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참동안 수료증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고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에서 현대차그룹의 세심한 배려가 빛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품질력과 기술력을 앞세워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이날 센터에서 기아 EV6 GT를 경험하며 이러한 점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눈길 수준으로 미끄러운 킥 플레이트에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차량이 미끄러졌을 때 ‘VDC 기능’이 얼마만큼 도움을 주는지 확인했고, 고속주회로에서 200km/h 가까이 가속한 후 차량을 제동할 때 브레이크 성능이 얼마만큼 뛰어난지 느꼈다. VDC 기능은 차량이 미끄럼을 감지해 바퀴 브레이크 압력과 엔진 출력을 제어하는 장치다. 고성능 차에 대한 지속적인 개발과 극한의 상황에서 차량 테스트를 이어가는 현대차그룹의 앞으로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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