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황명열 기자]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 최초 여성 조경가 정영선의 삶과 종합과학예술 세계를 조명하는 전시 ‘정영선: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를 오는 5일부터 9월 22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연다.
이번 전시는 조경가 정영선(1941~)의 1970년대 대학원생 시절부터 현재 진행형인 프로젝트까지 반세기 동안 성실하게 펼쳐 온 조경 활동을 총망라한다. 특히 1980년대부터 ‘서울올림픽미술관, 조각공원’(1988), ‘대전 엑스포'93’(1993,1999), ‘여의도샛강생태공원’(1997, 2008), ‘선유도공원’(2002) 등 국가·지역·민간 주요 프로젝트를 구축해 온 그의 대표작들을 포함한 60여 개의 크고 작은 프로젝트에 대한 조경가의 아카이브 대부분을 최초로 공개한다. 파스텔, 연필, 수채화 그림, 청사진, 설계도면, 모형, 사진, 영상 등 각종 기록자료 500여 점을 선보인다.
정영선의 주제별 대표작을 엄선해 선보임으로써 도시 공간 속 자연적 환경이 설계된 맥락과 고민, 예술적 노력을 드러내고, 이러한 사유와 철학을 조경 건축의 직능을 넘어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추구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환원한다.
제목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는 정영선이 좋아하는 신경림의 시에서 착안했다. 그에게 조경은 미생물부터 우주까지 생동하는 모든 것을 재료 삼는 종합과학예술이다. 삼천리 금수강산의 아름다운 경관을 있는 그대로 그리고자 했던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처럼, 정영선은 50여 년의 조경 인생 동안 우리 땅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고유 자생종의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패러다임의 전환, 지속가능한 역사 쓰기 ▲세계화 시대, 한국의 도시 경관 ▲자연과 예술, 그리고 여가생활 ▲정원의 재발견 ▲조경과 건축의 대화 ▲하천 풍경과 생태의 회복 ▲식물, 삶의 토양 등 크게 7개의 묶음으로 전시장을 꾸몄다.
그의 조경에서 드러나듯 경계가 느슨한 최소한의 구획을 통해 관람객이 서 있는 자리에서 각 프로젝트의 맥락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기획했다. 자연주의 정원 속을 거닐 듯 서로 배타적이지 않은 주제들의 우연한 마주함과 포개어짐을 의도한 점이 인상적이다.
서울관 야외 종친부마당과 전시마당에는 전시를 위한 새로운 정원이 조성된다. 또한 실내 전시에 소개되는 500여 점의 조경 디자인 기록 자료의 다차원적인 연출을 위해 조경의 ‘시간성’에 주목한 정다운 감독의 영상과 사진작가 정지현, 양해남, 김용관, 신경섭 등의 경관 사진도 함께 소개된다. 이번 전시에는 배우 한예리가 오디오가이드에 목소리를 재능 기부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그의 조경 작품에서 나타나는 ‘꾸미지 않은 듯한 꾸밈’이 있기까지의 각고의 분투와 설득, 구현 과정의 이야기를 통해 정영선의 조경 철학을 깊이 있게 만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문화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