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호진 기자] 인류는 화석연료 사용을 통해 현대 문명을 탄생시킴과 동시에 인류의 종말을 앞당겼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인류가 지옥으로 가는 문을 열었다"고 강조했다. 지구촌 곳곳은 매년 전례 없는 폭염과 홍수로 인해 재산, 일상 등이 위협받는다. 기후 이슈는 이제 전 세계를 통제할 가장 강력한 수단 중 하나다.
우리 정부는 현재 9.64%에 불과한 신재생 에너지 비율을 오는 2030년까지 21.6%, 2036년까지 30.6%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이하 총선)를 앞둔 정치권도 10대 공약 안에 기후공약을 공식적으로 포함시켜 '구색 맞추기'에 나섰다.
태양, 바람 등을 이용해 에너지를 얻는 신재생 에너지 선언이 정말 긍정적인 측면만 있을까에 대한 명확한 답은 정치권 어디서도 제시하지 못했다.
◆ 22대 총선에서 핵심 의제로 떠오른 '기후위기' 대응
그동안 정치권에서 '기후위기'는 '고물가', '저출산·고령화' '집값 안정', '청년 등 일자리 대책' 등에 밀려 대접받지 못한 의제였다. 미래세대를 생각했을 때 핵심 이슈이긴 하나 당장 먹고 사는 문제해결이 우선이며, 사실상 단기적인 해결방안이 없기 때문에 중장기 과제로 여겨졌다. 가장 큰 이유는 기후 공약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기엔 그리 매력적이 않다는 생각이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는 기후 의제를 다루는 정치권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주요 정당의 기후공약 특징을 보면 '에너지전환'이 압도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국민의힘은 원자력발전과 재생에너지의 균형적 확충을 통해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공약을 내세웠고, 더불어민주당은 혁신형 차세대 소형원전인 SMR 기술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원전, 풍력발전 등 무탄소 전원에 유리하도록 전력시장을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정당이 공약으로 제시한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상설화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공통적 문제는 기후대응을 산업 성장의 기회로 보고 있으나, 불평등을 줄이려는 의지가 약하다는 것이다. 기후위기가 단순 환경 문제를 넘어 식량 안보와 물가 등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 전반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이나 '기후재난의 차별적 피해'에 대한 고려가 빠진 점으로 미뤄볼 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이에 기후 위기로 국민들의 희생은 커지는데 정치권을 제 몫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석탄화력발전소를 순차적으로 폐지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발전소 노동자들과 지역 주민들을 위한 대책이 미비하다는 것이다.
◆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비중 최하위, 온실가스 배출은 상위권
국내 곳곳에선 수년째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건설 과정과 운영 중에 이해당사자들이 느끼는 소외감과 박탈감이 큰 이유다.
단적인 예로 인천에선 2020년부터 해상풍력발전 사업으로 인해 어민과 주민들의 반발이 지속되고 있다.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 대상구역이 주요 여객선 항로와 겹치고, 어민들의 생계와 직결된 어장과 중첩된다는 이유다.
전라남도의 경우 지역주민 반발과 더불어 지자체간 갈등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영광군은 올해 2월 전남도에 해상풍력 송전선로 예정지 변경을 요구했다. 송전선과 철탑 66개가 영광 핵심 관광지를 통과하고 자연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이다.
그러나 정부는 지자체와 민간사업자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정도에 머물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김원이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해상풍력발전 촉진 특별법안'이 발의돼 있다. 계획 입지로 해상풍력발전 대상지를 선정해 무분별한 입지 선정을 막고, 주민수용성을 확보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개발업자가 입지 선정부터 인허가, 전력계통 조성까지 전부 책임지는 구조다. 사업 과정에서 주민수용성 확보를 뒷받침할 만한 제도나 지원이 부족하다 보니 지역주민과 마찰을 빚게 된다.
통계청이 발간한 '한국의 SDG 이행보고서 2024'에 따르면 신재생 에너지 공급 비중은 증가하고 있으나 최종에너지 소비 중 재생에너지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다(2020년 3.6%, OECD 평균 14.9%). 반면 온실가스 총 배출량은 2021년 676.6백만톤(t)CO2eq.으로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재생 에너지 비중을 늘리겠다는 작업은 더디기만 한데,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량만 늘어났다.
'한국 전력 시장의 삼중고'라는 보고서를 작성한 김채원 미국 에너지경제 재무연구소(IEEFA) 연구원은 "한국의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은 10%도 되지 않아, 동남아시아 개발도상국가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신재생 에너지가 비싸고, 비현실적이라는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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