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과 비행기, 풍선, 수많은 지상 관측자들이 가세해 4월 8일에 있을 북미 개기일식을 연구할 예정이다.
4월 8일 월요일, 북미 전역에선 수백만 명이 개기일식을 보게 될 것이다.
태평양 연안의 멕시코 도시 마사틀란에서 캐나다 뉴펀들랜드의 동부 해안까지, 태양을 가린 달은 대낮을 밤처럼 바꿔놓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장엄한 자연 현상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일반 대중만이 아니다. 과학자들 역시 이를 관찰하기 위해 분주히 준비하고 있다.
개기일식은 지구와 달, 태양이 완벽하게 일직선으로 정렬할 때 달이 태양을 가리는 현상이다. 태양과 지구의 거리가 달과 지구의 거리보다 400배 더 멀고, 태양의 크기가 달보다 400배 더 커서 일어난다.
일식은 약 18개월 주기로 지구 어딘가에서 일어난다. 그런데 이번 4월에 있을 일식은 특히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인구 밀도가 높은 곳이 일식 경로에 있어, 수백만 명이 일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개기일식 경로에선 기껏해야 4분간 어둠을 경험할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도 과학자들이 태양의 대기(코로나)를 관찰하고, 천체 현상에 대한 야생 동물의 반응을 살피며, 지구 대기의 반응을 조사하기 위한 로켓 발사 등 좀처럼 하기 힘든 과학 실험을 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이번 개기일식 경로엔 약 3100만 명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8월 21일 미국을 가로질렀던 개기일식의 두 배 정도다. 2017년엔 달이 지구에서 더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일식 지속 시간도 2분 30초로 더 짧았다. 일식 경로 폭도 2017년엔 110km였지만, 이번엔 두 배 가까이(200km) 넓어질 전망이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의 아담 하트스톤-로즈는 야생동물의 일식 반응 연구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2017년에도 그는 개기일식 때 동물원에 연구팀을 배치해 동물을 관찰했다. 당시 어떤 고릴라들은 일식으로 하늘이 어두워지자 식사를 위해 안으로 들어왔다가 다시 밝아져 빈손으로 돌아가는 등 우왕좌왕했다고 한다.
하트스톤-로즈는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동물은 기린”이라고 했다. “아프리카의 야생 기린이 개기일식 중에 질주를 시작했다는 보고가 있었어요. 기린은 매우 수동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믿을 수 없었죠. 하지만 제 추측과 달리, 실제로 뜀박질을 시작한 기린도 있었습니다."
하트스톤-로즈는 “가장 충격적인 행동”은 갈라파고스 거북이 무리의 행동이었고 말했다. “일식이 진행되면서, 거북이들은 점점 더 활발해졌습니다. 정점에 달했을 때는 짝짓기를 시작했어요. 그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일회성 사건일 수도 있죠. 이번에는 더 많은 거북이를 관찰할 예정입니다.”
하트스톤-로즈는 텍사스 포트워스 동물원에 연구원들을 보내 일식 동안 긴팔원숭이와 플라밍고, 오랑우탄, 거북이 등 20여 종의 동물을 관찰할 예정이다. 또한 일반인들에게도 반려동물이나 주변 야생동물을 관찰하고 그 내용을 온라인에 올려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개나 가축 역시 관심의 대상이다. 하트스톤-로즈는 “농장 가축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에 대해선 거의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개기일식 때 소들은 축사로 들어올까요? 일식 중에 수탉은 안 울지 않을까요?"
일식이 일어날 때 동물의 행동을 연구하는 건 하트스톤-로즈의 팀만이 아니다. 매사추세츠에 있는 ‘아리사 랩’의 트레이 윈터는 ‘오디오모스’라는 마이크가 장착된 휴대폰 크기의 소형 장치로 주변 동물의 소리를 듣는 나사의 ‘이클립스 사운드스케이프 프로젝트’를 맡았다. 이 프로젝트에선 수백 명의 자원봉사자가 개기일식 경로를 따라 이 장치를 설치해, 개기일식으로 인한 빛 감소 및 약 5.5C 가량의 온도 하락에 대한 동물의 반응을 들게 해줄 것이다.
윈터는 “동물은 빛의 변화에 때로는 매우 강하게 반응하고 온도 변화에도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일식은) 여러 감각이 관여하는 경험입니다.”
그는 귀뚜라미와 심지어 인간까지 연구할 예정이다. 윈터는 “일식을 처음 경험하는 사람들이 흥분해서 내는 소리를 모으고 싶다”고 말했다. 하트스톤-로즈도 이 점에 관심이 많다. “2017년에 관찰한 가장 이상한 동물 행동은 주변 사람들의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고함을 지르거나 콘크리트 바닥에 드러눕기도 했거든요.”
모든 일식 연구자가 실제로 일식을 목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달이 태양을 가로지르는 순간, 플로리다 엠브리 리들 항공대의 아로 바자티아는 개기일식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버지니아에 있는 나사 월롭스 비행 센터에 있을 예정이다.
그는 이곳에서 일식 순간 지구 대기의 변화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18m 높이의 로켓 3기를 대기권으로 발사하는 실험에 참여한다. 바자티아는 “업무적인 측면에서는 매우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개기일식을 직접 볼 기회를 놓치게 게 아쉽죠.”
바자티아의 아쉬움은 과학적 성과가 위로해줄 것이다. 실험에서 발사되는 로켓은 고도 약 420km까지 올라간 후 지구로 다시 떨어진다. 개기일식 45분 전에 한 기, 일식 중 한 기, 그리고 45분 후에 한 기씩 발사된다.
로켓에는 지표면에서 100km~1000km에 이르는 지구 전리층의 하전 입자와 전기, 자기장을 측정하는 장치가 탑재된다. 일식이 일어났을 때 전리층에 생기는 변동은 위성 통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이번 일식은 이러한 변화를 더 자세히 연구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달 그림자가 지나면, 전리층의 밀도는 낮아지고 그림자에 반응하는 파장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바자티아는 “마치 호수 위를 달리는 모터보트와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높이 올라갈수록, 일식이 일어났을 때 전리층을 더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바자티아는 “지상 관측은 기껏해야 1~2킬로미터 단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로켓은 1미터 이하도, 때로는 1센티미터 이하도 볼 수 있는 해상도를 제공합니다. 따라서 무선 주파수 중단을 일으키는 아주 작은 수준의 변동을 볼 수 있을 겁니다.”
평균적으로 지구의 한 지점에서 일식은 375년에 한 번씩 경험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이번에도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이 흔치 않은 자연 현상을 사진으로 담을 것이다. 이에 착안해 캘리포니아 소노마 주립대의 로라 페티콜라스는 사람들이 촬영한 수백 장의 이미지를 하나의 영상으로 합치는 ‘이클립스 메가무비 프로젝트’ 참여자를 모집중이다.
페티콜라스는 2017년에도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하지만 사진이 부족해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것만큼 아름답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전문적으로 촬영한 사진들을 포함해 보다 폭넓게 사진을 확보해 더 세련된 작품을 만드는 게 목표다.
그는 특히 메가무비에서 달 주위로 플라즈마가 솟아오르는 듯한 태양 코로나의 특징을 포착해내고, 경로를 따라 여러 사람이 사진을 촬영하면서 일식의 진화 과정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페티콜라스는 “이번에는 코로나를 비롯해 특징을 포착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현상은 태양을 차단할 수 있는 특수 설계된 망원경이나 우주선이 아니고서는 연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하지만 개기일식 덕에 많은 관측자가 이를 연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이번 개기일식은 더 특별하다. 아직 그 원리가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태양이 11년 주기로 일어나는 태양의 최대 활동 기간인 ‘흑점 극대기’를 향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페티콜라스는 “이번 개기일식은 경로에 있는 인구 밀도 면에서 아주 커다란 일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 프로젝트는 그 점을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500명 정도가 사진 업로드에 참여해 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죠.”
지상에 있는 사람들에겐 날씨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구름이 끼면 태양을 관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피하는 한 가지 방법은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나사는 WB-57 비행기 두 대를 띄운다. 15km 상공을 나는 이 비행기들은 연구 장비를 싣고, 멕시코 연안의 개기일식 경로를 따라 약 7분간 암흑을 경험할 예정이다.
콜로라도 사우스웨스트 연구소의 아미르 카스피는 직접 비행기에 타지는 않지만, 비행기에 실은 적외선 카메라로 태양 코로나를 연구할 예정이다. 코로나의 핵심 미스터리 중 하나는 온도다. 태양 표면의 온도는 섭씨 5000도인데 코로나의 온도는 수백만도까지 올라간다. 현대 과학은 아직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카스피는 태양의 플라즈마 분출, 즉 "표면에서 부풀어 오른 플라즈마 덩어리"라고 불리는 흑점과 코로나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을 수 모른다고 생각한다. 이 흑점의 온도는 최대 섭씨 3만도 가량으로 코로나보다 낮지만, 적외선을 밝게 방출할 수 있다.
카스피는 “우리는 이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도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같은 메커니즘일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자기장이 태양 표면 위에서 어떻게 뒤틀리고 회전하는지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로켓과 비행기로도 모자라, 풍선도 관측에 뛰어든다. ‘네이션와이드 이클립스 볼룬 프로젝트’의 일환인 이 프로젝트는 몬태나 주립대의 안젤라 데 자르댕이 이끈다. 그는 미국 전역에서 53개의 학생팀을 모아, 약 600개의 풍선을 대기권으로 날려 보낼 예정이다. 장비를 싣고 최대 35km까지 올라갈 풍선은 지구 대기가 일식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관측할 것이다.
풍선용 장비에는 온도 변화로 인해 대기를 통과하는 압력 파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측정하는 것도 있다. 데 자르뎅은 “(일식은) 마치 연못에 던져진 돌이 파문을 일으키는 것과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습도와 풍향, 풍속을 측정하는 장비도 있다.
데 자르뎅은 “날아다니며 대기를 측정하는 600여 개의 풍선에서 엄청나게 풍부한 데이터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수집한 데이터로 최소 12편의 논문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풍선에는 또 일식을 생중계하는 카메라도 탑재된다.
2017년 미국에서 일어난 개기일식은 대중과 과학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올해는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일식을 지켜보고 연구할 것이다. 일식의 경로가 넓고 관련 지식도 좀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하트스톤-로즈는 “사람들이 과거보다 더 들뜬 것 같다”고 말했다. “2017년 일식도 기대보다 훨씬 장엄했습니다. 올해는 일식이 북미 지역에서 인구밀도가 더 높은 지역을 지나죠. 게다가 태양은 방출 주기라 훨씬 더 아름다울 것 같아요. 태양 코로나는 정말 환상적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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