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계 곳곳에 있는 댐과 저수지는 메탄 배출원이다. 그런데 최근 이 가스를 전력원으로 활용하려는 스타트업들이 등장했다.
브라질 북부 투쿠루이 댐에서 올림픽용 수영장 4개 규모의 물을 터빈에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1초다.
물줄기가 모든 소리를 차단할 정도인 이곳은 아마존 내 가장 큰 수력 발전이자 세계에서 5번째로 큰 발전소다.
하지만 댐에서 물이 25곳의 터빈을 통과하는 동안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것이다.
수력 발전은 가장 오래된 형태의 재생에너지로 꼽힌다. 그런데 물이 터빈을 통과해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약 10억 톤의 메탄이 대기로 배출된다.
대기 방출 후 20년을 비교했을 때 메탄의 온실가스 효과는 이산화탄소보다 80배 이상 강력하다.
다만 대기 중에서 분해되는 속도는 메탄이 이산화탄소보다 빠르다.
결국 수력 발전은 생각만큼 깨끗하지 않은 전력 생산 방식이다.
수력 발전에서 메탄이 배출되는 이유는 물이 터빈을 지날 때 엄청난 양의 용존 온실가스도 함께 통과하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가 압력을 받으면 탄산수에 녹는 것처럼, 메탄도 특정 조건에서 저장된 물에 녹아든다.
병에 든 탄산수를 떠올려 보자. 병을 열기 전까지는 내부의 기포가 보이지 않는다. 이산화탄소가 액체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뚜껑을 열면, 압력이 풀리고 이산화탄소 기포가 톡톡 소리를 내면서 올라온다.
그리고 탄산수병을 흔들었다가 뚜껑을 따면 내부에서 “기체로 변한” 탄산이 폭발하듯 쏟아져 나온다.
저장된 물을 휘저었을 때 그 안에 녹아 있던 메탄에 일어나는 일도 이와 비슷하다.
인류가 연간 배출하는 온실가스 510억 톤 중 30억 톤 정도가 물에서 배출되는 메탄이다.
메탄은 저장된 물을 휘저었을 때, 물에 녹아 있다가 기체가 돼 거품을 내며 빠져나온다.
이런 식으로 메탄을 배출하는 대형 원천 중 하나가 바로 투쿠루이 같은 수력 발전 댐이다.
그런데 최근엔 메탄이 대기 중으로 빠져나가기 전에 포집해 전력원으로 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싹트고 있다.
메탄의 위협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산업혁명 이후 발생한 지구 온난화에 대한 책임 중 약 30%가 메탄에게 있다. 때문에 메탄 배출 억제는 빠르게 기후 변화 대처 효과를 얻기 위한 전략으로 꼽힌다.
‘블루 메탄’의 공동 설립자인 루이스 팔론스 벤타타는 “메탄은 배출 후 약 12년이 지나면 산화돼 이산화탄소가 될 수 있다”며 “우리가 당장 메탄 배출을 줄인다면 그 효과를 우리 생애 안에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에선 2030년까지 인간 활동으로 인한 메탄 배출량을 2020년 대비 30% 줄이자는 글로벌 메탄 서약을 만들었다. 이 서약에는 지금까지 약 150개 국가가 동참했다.
메탄 문제의 일반적인 해법은 화석 연료(메탄 배출의 40%는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 부문에서 발생)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메탄은 다른 곳에서도 나온다. 소와 같은 되새김 동물의 트림과 방귀에서 약 32%가 나온다고 한다.
그런데 저장된 다량의 물이 커다란 메탄 배출원이라는 사실은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메탄은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미생물이 담수 퇴적물 안에 있는 탄소 함유 유기물을 분해할 때 생성된다. 이게 열대 늪과 이탄 습지, 물에 잠긴 토양 등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다만 이러한 자연 공급원은 인간의 토지 이용 방식과 기후 변화에 따라 온실가스의 공급원이 되기도 하고 흡수원이 되기도 한다.
오수처리장과 논처럼 인간이 만든 메탄 배출원도 있다. 이런 곳에서는 박테리아가 유기물을 분해할 때 메탄이 나온다.
댐과 저수지도 메탄 배출원이다. 이곳의 연간 메탄 배출량은 논이나 오수처리장 등에서 나오는 양의 3분의 2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이 곳에선 저장된 물의 바닥에서 유기물이 분해되며 메탄이 발생한다. 이 메탄은 물을 휘젓거나 했을 때 대기중으로 빠져나간다.
잠재적 전력원
크랜필드 대학에는 6m 길이 녹슨 붉은색 컨테이너 안에 특별한 장치가 하나 있다.
중력을 사용해 물이 일련의 파이프와 컨테이너를 통과하게 만든 장치다.
‘블루 메탄’의 공동 설립자인 루이스 팔론스 벤타타는 이곳에서 저수지 및 오수처리장에서 메탄을 포집하는 기술을 개발중이다.
메탄은 온실가스지만, 천연가스의 주성분으로 태워서 전력을 생산하는 자원이기도 하다.
블루 메탄의 목표는 메탄 기포가 수면 위로 올라올 때 포집해, 비 화석연료 기반 바이오가스로 공급하는 것이다.
블루 메탄은 영국의 상수도 기업인 ‘유나이티드 유틸리티’와 해당 기술 상용화를 시험중이다.
팔론스 벤타타는 “이미 오수 처리 기업들은 혐기성소화(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는 생물학적 공정)를 사용해 메탄 바이오가스를 만든다”며 “이 과정을 거친 액체에도 메탄이 많이 녹아 있다”고 말했다.
“이런 기업들이 메탄을 활용해 바이오가스 발전을 하고 있는 만큼, 우리가 하는 시도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블루 메탄이 특허 출원 중인 기술은 기존 인프라에 쉽게 설치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상용화되면, 하수처리장과 양조장, 펄프 제조 공장처럼 유기물 배출량이 많은 곳들이 배출량을 줄이면서 현장에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게다가 팔론스 벤타타와 그의 공동 창업자 네스토르 루에다-발레호가 사용하는 방식은 중력을 이용하기 때문에, 물을 움직이기 위해 펌프를 쓸 필요도 없다.
팔론스 벤타타는 “우리는 처음부터 에너지를 적게 쓰는 것을 주안점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최소한의 에너지로 최대한의 메탄을 제거하고 싶었습니다.”
영국의 상수도 회사들은 2030년까지 순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에 필요한 메탄 배출량은 아직까지 제대로 측정되지 않고 있다.
팔론스 벤타타는 메탄을 더 정확하게 측정하려면, 오픈 액세스 위성에 더 많은 자금이 지원돼야 한다고 했다.
메탄 제거 기술에 대한 전 세계적인 투자 확대가 필요한 것이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책임 중 3분의 1이 메탄의 몫이지만, 기후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자금 중 메탄에 투자되는 것은 약 2%뿐이다.
영국 생태수문학센터에서 개방 수역 내 메탄 배출을 연구하는 캐롤 헬퍼터는 저장된 물에서 배출되는 메탄은 아직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분야라고 말했다.
그는 “학계에서 정보가 서서히 축적되고 있지만, 저장된 대량의 물에서 나오는 메탄에 대해서는 아직도 불확실한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런데 상하수도 시스템에서 나오는 메탄이 과거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을지도 모른다는 새로운 자료가 나왔다.
지난 2월 미국 프린스턴 대학에서 발표한 연구다. 이 연구는 중앙 집중식 오수처리 시설의 메탄 배출량이 미국 환경보호청에서 이전에 밝힌 것보다 2배 정도 많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헬퍼터는 현재 영국 내 3개 지점을 선정해 물에서 배출되는 메탄량을 측정중이다.
그는 가장 정확한 데이터는 ‘에디공분산’ 같은 미시적 기상 기법을 사용해, 물에서 대기로 직접 빠져나가는 메탄의 양을 계산해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광범위한 지역에서 샘플을 채취해 조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때문에 학계에선 수학 모델링을 통해 지역 및 전 세계 규모의 배출량을 추정한다.
최첨단 메탄 위성 관측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여기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위성이 특정 지역을 통과하는 빈도에 따라 관측 자료가 달라질 수 있다. 또 영국 및 많은 열대 지방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구름이 관측을 방해하기도 한다.
헬퍼터는 “물속에 있는 메탄은 모두 대기 중으로 빠져나가는 게 아니라, 녹은 상태로 물에 남아있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수력 발전 댐에선 터빈의 난기류가 탄산수 병을 흔드는 것 같은 역할을 해서 메탄 가스를 대기로 배출한다.
돈, 돈, 메탄
팔론스 벤타타는 “(용존 메탄을) 단순히 커다란 골칫거리로만 생각할 게 아니라 새로운 자원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현재 그대로 버려지는 메탄에서 가치 창출을 시도하는 이유다.
육상에서 메탄을 다량으로 배출하는 곳에 속하는 댐은 좋은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블루 메탄 연구팀이 브라질에서 카메룬에 이르는 20개의 수력 발전 저수지에서 메탄을 측정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 과정을 통해 메탄 포집 기술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
수력 발전이 주요 전력원인 브라질 같은 국가에선 메탄 포집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더 크다.
현재 블루 메탄은 투쿠루이 같은 저수지의 배출량을 계산하고 담수 시스템 탈탄소화를 추진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 ‘오픈 하이드로’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이들의 파트너십인 ‘저수지 메탄 포집 메커니즘’은 브라질에 있는 수력 발전 사업자들에게 메탄 포집을 서비스 형태로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수력 발전 사업자는 새로운 기술 구매와 관련된 위험 부담 없이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다. 그리고 메탄 포집을 통해 탄소배출권 같은 재정 인센티브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로 가득한 호수
르완다와 콩고민주공화국에 접한 ‘키부 호수’ 바닥엔 엄청난 양의 메탄이 저장돼 있다.
이곳은 지표 아래에서 지각판이 만나는 지질 활동 때문에 메탄이 폭발적으로 분출할 위험이 있다보니, “살인 호수”라고도 불린다.
이 곳에서는 아주 가끔씩 포화상태에 다다른 이산화탄소, 메탄 등이 가스로 방출돼 인근 주민 수백만 명의 안전을 위협하기도 한다.
현재 다섯 개의 에너지 회사가 전력원으로 쓰기 위해 키부 호수에서 메탄을 추출하고 있다.
‘키부와트’라는 메탄가스 화력발전소는 2016년부터 호수의 메탄을 활용해26MW급의 발전 시설을 돌리고 있다.
‘오픈 하이드로’ 설립자 마리아 우비에르나는 “보다 깨끗한 에너지를 얻으려는 것만은 아니다”라며 “소중한 자원의 진정한 가치를 구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비에르나는 이러한 접근법이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
물에서 포집한 메탄은 전력 생산용 바이오가스로 쓰인다. 난방, 발전 또는 차량 연료용 “친환경” 천연가스로 가공될 수도 있다.
또는 수소로 전환하거나 연료 전지에 사용해 전기를 생산할 수도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상당량의 수소가 메탄을 사용해 만들어진다.
물론 메탄을 태우거나 수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대기 중으로 온실가스가 방출된다. 하지만 저수지 바닥에서 유기물이 분해되며 방출되는 양보다는 적다.
아프리카 키부 호수의 메탄 활용은 이례적이지만, 헬퍼터는 블루 메탄이 가진 기술도 개발도상국에 충분히 적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최근 인도 벵갈루루에 있는 호수에서도 “매우 높은 농도의 메탄”을 발견했다. 이 호수에는 매일 수백만 명이 처리되지 않은 채 흘려보낸 하수가 유입된다.
헬퍼터는 이례적이긴 하지만, 분명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놀라웠어요. 호수 중 어떤 곳에선 메탄이 너무 많이 나와 불이 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 메탄을 수확할 수 있다면, 전기도 생산하고 화재 위험도 줄일 수 있겠죠.”
그럼에도 헬퍼터는 인도와 아프리카 등지의 오수 인프라 개발은 “도시화 속도에 압도적으로 뒤처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메탄 배출은 앞으로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남수단에서 메탄 가스의 급증이 포착됐다
- 음식물 쓰레기로 천연 가스 의존도를 줄이는 법
- 기온 상승을 1.5도로 줄이는 라이프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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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상 최초 ‘기후 재앙 마지노선 1.5℃, 돌파 가능성 크다’ 경고 나와
- 한국에는 ‘기후변화 부정론자’가 많지 않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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