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K-POP) 그룹에 외국인 멤버가 포함되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심지어 전원 외국인으로 구성된 케이팝 그룹까지 만들어지는 시대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외국인 배우의 캐스팅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유독 연극이나 뮤지컬에선 외국인 배우가 무대에 오르는 것이 낯설게 여겨졌다.
그런데 최근 공연계에선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작품의 성격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한국의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등장하는 외국인 캐릭터를 실제 그 나라의 배우로 캐스팅하면서 작품의 몰입도를 높이는 식이다.
15주년 기념 공연을 앞둔 뮤지컬 ‘영웅’은 극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교도관 치바 역에 실제로 일본 시키 극단 출신의 배우 노지마 나오토를 캐스팅했다. ‘영웅’이 초연한 이후 일본 배우가 무대에 오르는 건 처음이다. 노지마 나오토는 지난 2022년 개봉한 영화 ‘영웅’에서도 같은 역할로 등장했다.
치바는 안중근 의사의 신념과 인품에 감명받아 그를 평생 기린 인물이다. 안중근 의사는 사형 집행 직전 치바에게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軍人本分·나라를 위해 몸을 바침은 군인의 본분이다)이라고 적힌 유묵을 남겼다. 제작사 에이콤은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배우들이 하나의 무대에서 만나는 것은, 안중근 의사 의거 115주기라는 기념비적 해를 맞이하는 이번 공연에 더욱 큰 의미를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또 다른 창작뮤지컬 ‘일 테노레’도 조선의 젊은이들에게 서양음악을 가르치는 미국인 선교사 베커 여사 역에 실제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활동 중인 배우 아드리아나 토메우, 브룩 프린스를 캐스팅하면서 극중 배경이 되는 일제강점기의 경성의 시대상을 더욱 생생하게 표현했다. 제작사 관계자는 “당시의 시대상을 표현하고, 몰입감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라며 “신춘수 대표가 직접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오디션을 진행해 미국인 배우 2명을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극의 몰입감을 높이기 위한 외국인 배우 캐스팅은 물론, 극의 다양성을 위한 캐스팅도 곳곳에서 보여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튀르키예 출신 베튤은 ‘신파의 세기’에, 인도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를 둔 일본 국적자 루미나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에, 크로아티아 출신 두마노브스키 순치짜는 연극 ‘키스’에 출연하기도 했다.
특정 배우의 팬덤의 영향이 크지만, 공연계에 외국인 관객이 늘어나고 있고 한국의 뮤지컬이 세계로 나아가는 상황에서 작품의 다양성은 꼭 필요한 과제라는 것에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이고 있다.
한 공연 관계자는 “무대 안에서 ‘이 사람은 외국인’이라고 말하면 무대적 허용이 되긴 하지만, 관객들의 몰입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캐릭터에 맞는 배우를 섭외하는 건 사실 너무 당연한 것”이라며 “더구나 한국 뮤지컬이 세계로 향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캐스팅에 있어서도 열려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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