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AP=연합뉴스) 22일 한 행인이 일본 도쿄 시내에 설치된 증시 시황판을 쳐다보고 있다. 이날 일본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장중 4만10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4.03.22 passion@yna.co.kr
정부 주도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 계획인 '한국 증시의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이하 밸류업 방안)이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군다. 밸류업 방안은 일본의 사례를 본떠 추진되고 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주가가 순자산가치를 밑도는(PBR 1배 미만) 상장사들에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3월 20일 기준 한국 코스피(KOSPI) 시장의 PBR은 0.98배,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상장사들의 PBR은 1.52배다. 일본이 한국보다 순자산가치 대비 더 나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주요국들과 비교할 경우 한국이나 일본이나 PBR이 낮은 축에 속한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사들의 PBR은 2.7배에 달한다. 순자산가치를 기준으로 보면 한국과 일본 증시는 미국 대비 각각 64%와 44% 디스카운트돼있는 셈이다.
PBR이 1을 하회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때가 많다. 장부가치를 하회하는 주가, 즉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를 하회하는 기업들은 '과거는 화려했으나 미래에 대한 걱정은 많은' 경우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수익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큰 규모의 부(자기자본)를 쌓아놨지만 미래에도 잘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약할 때 주가가 낮은 수준에서 형성돼 PBR이 1배를 밑돌게 된다.
다시 말하면 ROE(자기자본이익률)가 낮을 경우 주가는 순자산가치 대비 저평가를 받게 된다. 당기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ROE는 자기자본의 증식 능력을 보여주는 잣대다. ROE가 낮은 기업의 자기자본은 장부가치보다 낮게 평가될 수 있다. 이 경우 저평가된 것으로 보이는 저PBR이 실은 기업의 실체를 제대로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자산가치 대비 주가가 저평가되는 현상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은 주주환원을 늘리는 것이다. 과거에 쌓아놓은 부를 성공적으로 증식시키기 어려운 기업들이 경제적 자원을 틀어쥐고 있기보다 배당 등을 통해 주주들에게 돌려주면 나름의 선순환이 작동하게 된다. 주주들이 배당금을 소비에 사용할 수도 있고, 자본효율성이 높은 기업에 재투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주환원은 기업의 ROE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주주환원은 기업의 장부에 기재돼 있는 주주들의 몫인 자기자본을 주주들에게 직접적으로 돌려주는 행위다. 그래서 배당과 자사주 매입 같은 주주환원은 자기자본을 감소시킨다.
ROE는 당기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기업이 적정 속도의 성장을 하기 힘들면 자기자본을 적절히 줄임으로써 ROE를 높일 수 있다. ROE가 높아지면 주가도 순자산가치 이상, 즉 PBR 1배 이상으로 오를 수 있다. 밸류업 방안에서 자본효율성(ROE), 주주환원, PBR 등이 자주 거론되는 것은 이런 논리적 연결고리 때문이다.
밸류업 방안이 궁극적으로 효과를 보려면 주주환원이 늘어나야 한다. 정부도 주주환원을 확대하는 상장사들에 인센티브 부여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듯하다.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기업들에 대한 법인세 감면이나 배당소득을 종합소득에 합산하지 않고 분리 과세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반가운 일이지만 궁극적으로 밸류업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소액주주들의 주주권 행사 활성화가 필요하다. 배당이든 자사주 매입이든 기업의 경제적 자원 배분에 가장 본질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은 주주들이기 때문이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현재의 '기업'과 더불어 '주주들의 비례적 이익'과 병기하는 상법 개정, 전자투표 의무화 비율 상향 등을 검토해볼 만하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를 위한 다양한 논의가 벌어지는 것은 주식에 이해관계를 갖게 된 국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의 주식투자 인구는 2019년 말 616만 명에서 동학개미 투자 붐을 거친 2022년 말 1천441만 명까지 증가했다. 주식투자 인구가 급증한 만큼 정책의 영역에서도 주식시장 관련 이슈가 진지한 의제로 받아들여진다. 투자자들에게 우호적인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봐야 할 듯하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신영증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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