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부럽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1년 사이 70억원을 벌어놓고 다시 방송에 몰두하는 위르겐 클린스만 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을 보고 있으니 말이다.
지난해 중순 한국 대표팀에서 부임 1년도 되지 않아 경질된 클린스만은 최근 들어 다시 방송에 나타났다. 미국 'ESPN'의 축구 분석 프로그램에 다시 나와 '본업'을 재개한 것이다.
ESPN은 지난 22일 공식 유튜브 계정에 영상들을 올려놨다. 다시 클린스만이 등장했다. 클린스만은 한국 대표팀을 할 때도 미국 캘리포니아 자택에서 해당 프로그램의 패널로 나와 다양한 축구 얘기를 들려줬다. 프리미어리그 일반적인 예측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해리 케인 이적 조언, 리오넬 메시의 미국 구단 진출 효과, 심지어 토토 분석가처럼 주요 경기의 승무패까지 찍었다.
당연히 한국에서 이 문제로 들끓었지만 클린스만은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클린스만의 직업 윤리 문제가 거론될 때 첫 손가락에 꼽히던 게 바로 이 프로그램 출연이었다.
이제는 한국 대표팀과 인연이 끝났으니 홀가분하게 방송에 전념할 수 있다.
이날 클린스만 감독은 프랑크 르뵈프, 샤카 히즐롭, 스티브 니콜과 함께 그의 친정팀 토트넘 홋스퍼를 이끄는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발언에 대해 논평했다.
2023-2024시즌이 어느 덧 종반부에 접어든 가운데 토트넘은 5위에 자리잡고 있다. 이달 초 애스턴 빌라를 4-0으로 대파하며 UEFA 챔피언스리그 직행 티켓이 가능한 4위권 진입에 청신호를 켰는데 복병 풀럼에 0-3 참패하면서 5위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번 A매치 브레이크 돌입 전 "우리의 목표는 4위가 아니다"라고 말을 했는데 ESPN이 이를 분석한 것이다.
클린스만은 케인과 메시를 논하면서 냉철한 시각을 유지한 것처럼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도 좋은 조언을 했다.
클린스만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말이 옳다. 사람은 가능한 최대치를 달성하고 싶어한다"며 "토트넘은 시즌 초반 매우 좋은 출발을 해냈지만 지금은 순위가 약간 하락했다. 나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메시지를 완전히 이해했다. 그는 야심적이며 토트넘에서 아주 특별한 것을 만들고 싶어한다"고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토트넘은 물론 범위를 넓혀 바이에른 뮌헨과 아스널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맞대결도 거론했다. 김민재 소속팀이자 독일 최고 명문인 뮌헨 역시 클린스만의 친정팀이다.
그는 "바이에른(뮌헨)은 분데스리가에서 약간의 분노를 표하고 있다, 바이엘 레버쿠젠이 승점 10점 앞서 훌쩍 달아났다. 2위가 패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패자가 아니다"며 친정팀의 부진을 감싸더니 바이에른 역시 분데스리가에서도 괜찮은 시즌을 보내고 있다"며 친정팀을 칭찬하기 시작했다.
"바이에른의 분위기는 대단하고, 챔피언스리그와 같은 큰 도전이 닥쳤을 때, 준비된 있는 분위기다"고 했다. 아스널이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바라볼 만큼 승승장구하고 있으나 친정팀의 손을 약간 들어주는 것으로 해석됐다.
클린스만은 말을 할 땐 나름 논리와 설득력을 갖춘다. 그래서 지난해 3월 그가 처음 부임한 뒤 기자회견에서 그의 말을 많은 한국인, 언론, 축구인 등이 믿었다.
2019년 분데스리가 헤르타 베를린 시절 SNS로 사임을 발표한 황당한 사건에 대해서도 솔직히 잘못을 시인하며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냈다.
그러나 클린스만의 '본캐'는 몇달을 가지 못했다. 한국 체류기간이 짧아지면서 '재택근무' 논란에 휩싸이더니 지난해 8월18일 ESPN에 다시 출연해 본업을 시작했다. 당시 본지가 <충격의 클린스만! ESPN '재택 출연'…토트넘 경기 관전평+케인 데뷔전·메시 활약 분석>이라는 제목으로 가장 먼저 보도를 했는데 반응은 뜨거웠다. 방송사들도 앞다퉈 보도했고 많은 미디어들이 클린스만과 대한축구협회를 질타했다.
물론 클린스만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몇몇 몰지각한 언론인들은 "저게 뭐가 문제냐", "매체에 나와 손흥민 칭찬한 것 아니냐"는 상식밖의 반응을 보였다가 빈축을 샀다. 기본적인 사회 생활 매커니즘을 안다면 나올 수 없는 헛소리 이상의 보도 혹은 평론들이었다.
클린스만은 떠나는 순간까지 실망스러웠다.
지난달 카타르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준결승에서 0-2로 충격패한 순간부터 그는 감독 퇴진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했다. 그간 무수한 논란에도 "성적으로 보여주겠다"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쳤다.
그는 한국에 오자마자 "이 팀을 이끌게 되고 또 이 팀을 이끌고 있어서 상당히 행복하게 생각을 하고 있다. 나도 여러분들 만큼 이번 대회 우승을 너무 하고 싶었다. 우승을 너무 하고 싶었고 선수들과 우승을 하고 싶었는데 어쨌든 요르단과의 경기에서 우리가 패배하면서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며 "요르단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래도 우리가 결과를 가져오고 또 좋은 경기 결과로 보답을 드렸는데 요르단전 분명히 준결승에서 요르단을 만났을 때는 요르단이 훨씬 더 좋은 팀이었고 요르단이 결승에 진출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팀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요르단이 좋은 축구를 보여준 것은 맞지만 객관적인 전력과 선수 구성에서 한국이 압도적인데 클린스만은 요르단 칭찬만 늘어놨다.
그러더니 평가전, 동남아 국가와의 경기 등에서 챙긴 13경기 무패를 늘어놓으면서 팬들에게 실망만 안겼다. 그는 "사실은 요르단 경기 전까지 1년 동안 내가 대표팀 감독 부임하면서 13경기 무패라는 그런 경기 결과들도 있었는데 물론 좋은 점도 상당히 많았던 것 같다"며 "감독으로서 지금 이 시점에서 생각할 수 있는 건 선수들 개개인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가 좋았던 점들도 있었고 긍정적인 부분들도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생각하면서 앞으로 다가올 또 코앞에 다가온 월드컵 예선을 준비하는 게 지금으로서는 상당히 중요할 것 같다"고 사임 요구를 다시 한 번 일축했다.
그러자 "아시안컵 10실점이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는 지적이 나왔고 클린스만은 웃으며 받아쳤다.
당시 그는 "대회 4강에 진출한 상황에서 실패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다. 얼마나 어려운 대회였는지 몸소 느끼고 왔고 중동에서 개최하다 보니까 많은 동아시아 팀들이 우리 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도 마찬가지지만 중동 팀들을 상대로 상당히 고전하는 모습을 봤다"며 "중동팀이 현지에서 보면 경기를 어떤 분위기에서 진행하면서 얼마나 또 감정적으로, 얼마나 많은 또힘을 받았는지 느낄 수 있었다"고 중동 개최 핑계를 댔다.
이어 "4강에 진출했다는 부분에 있어서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고 선수들을 칭찬 해 주고 싶다. 어쨌든 대회를 치르면서 많은 국민께서 또 현장에서 많은 한국도 축구 팬분들께서 많은 언론들께서 또 오셔서 많은 응원을 해 주셨다. 계속 말씀드리지만 여러분들 만큼 우리도 또 나도 마찬가지로 이번 대회 너무나 우승을 하고 싶었는데 어쨌든 어려운 상황에서 긍정적인 부분들도 많았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좀 생각을 하고 싶다"며 다음 월드컵 예선을 기약하는 오기를 부렸다.
이제 클린스만은 쫓겨났고 그가 미국에서 방송을 하든 BJ로 개인방송을 하든 제지하는 사람은 없다.
게다가 짧은 시간 양치기 소년처럼 대한축구협회를 속여 한국 축구를 망가트리고 위약금 70억원(추정)까지 챙겼으니 지금 가장 행복한 사람은 클린스만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축구대표팀이 클린스만 후폭풍에 시달려 월드컵 2차예선 태국과의 홈 경기를 패하고 이렇게 태국 원정을 가슴 졸이는 심정으로 치러야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지난 1년간 감쪽 같이 속은 한국 축구가 처량하기 짝이 없다.
사진=ESPN, 엑스포츠뉴스DB, 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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