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4‧10 총선을 17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세종갑 이영선 후보의 ‘갭 투기’ 의혹에 공천을 전격 취소했다. 중앙선관위 후보 등록 마감 시한이 지나 민주당이 세종갑에 후보를 낼 수 없게 됨에 따라 세종갑은 국민의힘 류제화 후보, 새로운미래 김종민 후보의 양자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한편 ‘성폭행 가해자 변호 이력’으로 조수진 후보가 자진 사퇴한 강북을에 전략공천 된 ‘친명’ 한민수 후보는 주소지가 송파구로 돼 있어 지역구 투표가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했다.
민주당 “의석 손실 감수하고 이영선 제명 및 공천 취소”
4‧10 총선을 앞두고 각 지역구 후보자 등록이 마무리 됐지만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잡음은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갭 투기’ 의혹에 휩싸인 세종갑 이영선 후보 공천 취소를 전격 발표했다.
강민석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23일 브리핑에서 “이재명 대표는 이영선 후보를 제명하고 공천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했다.
강 대변인은 “이 후보는 공천 검증 과정에서 다수의 주택을 보유하고 갭 투기를 한 의혹이 있음에도 재산보유현황을 당에 허위로 제시해 공천 업무를 방해했다”며 “이는 선관위 재산 등록과 당 대표의 긴급 지시에 따른 윤리 감찰을 통해 밝혀졌다”고 했다.
이어 강 대변인은 “이는 당헌·당규를 위반한 중대한 해당 행위이자 국민의 눈높이에서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일이므로 의석 손실 가능성을 감수하고 부득이 제명 및 공천 취소를 결정했다”고 했다.
이 후보는 민변 출신 변호사로, 앞서 4인 경선에서 승리해 공천 받았다. 앞서 세종갑은 현역인 민주당 홍성국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해 당 전략선거구가 됐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중앙선관위 후보 등록 마감 시한이 지난 만큼 세종갑에 후보를 낼 수 없게 됐다.
당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무공천으로 상대 진영에 의석 하나를 헌납하는 것은 당으로선 막대한 피해지만 당원과 국민을 속이고, 부동산 투기로 물의를 일으킨 것은 용인할 수 없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 후보에 대해서는 제명·공천 취소 외에 법적책임도 검토 할 것이라며 이 대표는 위임받은 비상징계 권한으로 긴급히 결정했다고 말했다.
류제화 vs 김종민…반사이익 가져갈 후보는?
민주당이 이 후보의 세종갑 공천을 취소함에 따라 세종갑 지역구 선거는 국민의힘 류제화 후보와 새로운미래 김종민 후보의 맞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이에 류 후보와 김 후보 진영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이 후보의 낙마로 인한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세종갑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현역인 홍성국 의원이 56.45%, 과반 득표율로 국민의힘 후보를 압도해 민주당 우세지역으로 분류돼 왔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으로 세종과 가까운 충남 논산·계룡·금산에서 재선 의원을 지낸 김 후보가 새로운미래 소속으로 출마함으로써 야권 지지층의 투표가 분산, 여야 후보 간 경쟁이 지난 총선보다 치열해 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류 후보 진영은 경쟁자인 이 후보가 갭투기 의혹으로 선거를 치르지 못하게 된 만큼 이 부분을 집중 부각시키며 지지율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 측은 야권의 맞형격인 민주당 후보가 낙마함에 따라 투표할 곳을 정하지 못한 야권 지지층의 표심이 김 후보로 집중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압도한 직전 총선 결과를 바탕으로 김 후보의 ‘어부지리’ 당선 가능성도 예측되고 있다.
한편 민주당 세종갑 선거구 공천이 취소된 이 후보가 공개한 재산을 살펴보면 대부분 은행 대출을 이용해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구입하고 임차 보증금 등으로 메꾸는 방식인 것으로 확인됐다.
공천 취소된 이 후보가 지난 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 등록 재산 공개에 따르면 아파트 4채, 오피스텔 6채, 상가 1채, 임차권 1건 등 총 38억 287만원 상당의 부동산을 소유한 것으로 신고했다.
공개된 채무 현상을 보면 은행, 캐피탈 대출 총 6건과 임차보증금과 월세 보증금 10건을 합한 금액은 37억6893억원으로 아파트 4채, 오피스텔 6채, 상가 1채, 임차권 1건 매매 금액인 38억 287만원과 비슷했다.
이 후보는 이와 관련해 24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배우자가 나도 모르게 투자했고 이번에 공천 받고 재산을 신고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알았다”고 해명했다.
‘졸속 공천’ 비판 받는 한민수…강북을 투표권 없어
민주당이 정봉주·조수진 후보가 '목발 경품 막말' '성폭행자 궤변 변호'논란으로 연속 낙마한 서울 강북을에 전략공천 한 한민수 대변인이 앞서 낙마한 조 후보와 마찬가지로 강북을에 투표가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홈페이지에 공고한 '4.10 총선 후보자 현황'에서 한 대변인의 주소는 '서울시 송파구 송파대로'로 발표됐다. 선관위 공고 상 한 대변인은 '송파구 주민'으로 강북을에 출마한 셈이다.
반면 한 대변인에 맞서 싸우게될 국민의힘 박진웅 후보는 강북구 솔매로46길, 새로운 미래 이석현 후보는 강북구 인수봉로 64길로 주소가 각각 표시돼 둘 다 강북을 '주민'으로 공고됐다.
선관위 관계자는 "한 대변인은 22일 민주당 후보로 등록하면서 주소를 송파구로 기록했으므로 총선 운동 기간 내내 '후보자 현황' 등 선관위 공고에 주소지가 '송파구'로 나가게 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후보 등록 마감일인 22일 전격 공천된 탓에 거주지를 옮기지 못한 채 등록한 결과일 수 있다고 추정된다"면서도 "총선 지역구 후보가 해당 지역구 아닌 곳의 주소를 등록하고 출마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라고 했다.
이어 "한민수 대변인은 총선 투표권도 강북을에서 행사할 수 없는데 이는 선거인 명부 작성 기준일(전입 신고 마감일)인 지난 19일까지 강북을 전입 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라며 "그는 등록된 주소지인 송파구에 투표권이 주어진다"고 했다.
한편 한 후보가 과거 언론인 시절 칼럼을 통해 여야의 졸속 공천을 공개 비판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후보는 경선에 패배한 사람이 다시 공천되거나 정치적 텃밭에 연고 없는 후보를 공천하는 행태를 꼬집었는데, 한 대변인 공천 과정이 이와 유사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 후보는 국민일보 논설위원 시절인 2016년 4월 6일자 ‘황당한 선거구’라는 칼럼에서 당시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공천 논란을 비판했다.
그는 서울 송파갑에 공천을 받은 최명길 민주당 후보를 향해 “최 후보는 당초 대전 유성갑에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당내 경선까지 치렀다”며 “경선에서 지자 당 지도부는 곧바로 그를 송파을에 전략공천했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기자로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최 후보가 경선 때 내건 슬로건은 ‘유성 행복특파원’. 지금 그의 현수막에는 ‘송파 행복 특파원’이 대문짝만하게 적혀 있다”며 “하루아침에 날아온 최 후보는 자신의 지역구 골목 번지수나 알고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한 대변인은 “인천 남을도 황당하기가 그지없다. 새누리당 김정심 후보는 ‘당원명부’조차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다. 그는 새누리당에서 찬밥 신세다. 지난 2일 인천지역 지원 유세를 온 김무성 대표는 13개 선거구 중 남을만 쏙 뺐다. 이곳에는 친박계 실세 윤상현 의원이 무소속으로 나와 있다”면서 “정치권이 지역주민을 ‘장기판의 졸(卒)’로 여기는 게 아니라면 이럴 순 없다”고 지적했다.
한 후보는는 2017년 민주당 정당발전위원회 대변인으로 정계 입문했으며 이후 국회 대변인 등을 거쳐 이재명 대선 캠프에 합류해 ‘친명’ 정치인으로 활동해왔다.
한 후보는 강북을 전략공천 후보를 가리는 과정에서 일찍이 컷오프 됐다. 그러나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정 후보의 막말 논란, 조 후보가 집단 강간 변호 논란으로 연속 낙마하자 현역 박용진 의원을 재치고 강북을에 후보 등록 마감 직전 전략공천 됐다.
강민석 대변인은 지난 22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당 대표는 위임받은 당무위원회와 최고위원회의 권한으로 서울 강북을 후보로 한민수 대변인을 의결 및 인준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강 대변인을 통해 "조 후보의 사퇴가 안타깝다. 윤석열 정권 심판에 작은 방해조차 되지 않겠다는 조 후보의 뜻을 존중한다"며 "조 후보의 뜻을 수용해 정권 심판과 국민승리로 화답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이재명 “‘친명’이라 공천? 한심한 이야기”
한편 이 대표는‘친명’(친이재명)계인 한 대변인을 서울 강북을에 공천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한심한 얘기”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22일 충남 서산 동부시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대변인은 아주 오래 전에 당에 영입된 언론인이자 헌신했는데, 지금까지 출마 기회를 갖지 못해 당 대표로서 마음의 짐이 아주 컸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한 대변인이 친명계라는 지적에 대해 “경선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못 되기 때문에 당원과 국민의 뜻을 존중해서 민주당 당원들이 납득할 만한 검증된 후보로 공천했다”며 “마지막 남은 이 기회에 가장 검증되고 당원과 국민들이 용인할 수 있는 후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민수가 친명이면 경선 기회도 여태껏 안 줬겠나. 겨우 기사회생해서 지역에서 공천받아 돌아오니 이제는 친명이냐”며 “진짜 친명이고 친명을 제가 봐주려고 했다면 어디 단수공천·전략공천 하든지 경선 기회라도 줬을 것인데 지금까지 그걸 빼놓고 있었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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