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피해자로서 중장년 여성들이 직면하는 사회적 편견과 편견을 타개하는 과정은 현대 사회에서 논의되어야 할 중요한 주제 중 하나다. 중장년 여성들은 2차 가해로 피해 사실을 알리기 주저하는가 하면, 성폭력 지원센터나, 범죄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정보 접근성도 젊은 연령대에 비해 떨어진다.
2022년 경창철이 공개한 성별·연령별 범죄 통계에 의하면 고령층 성범죄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2013년 1.9%, 2014년 2.1%, 2015년 2.5%, 2016년 2.6%, 2020년 3.7%로 점점 증가하고 있다. 피해 유형별로 보면 강제추행이 74%, 강간이 19%, 기타 성범죄가 3.5%, 유사 강간이 2.4%로 나타났다.
사회적으로 간과될 수 있는 ‘나이 든 여성’의 성범죄 피해를 여성 감독들이 카메라에 담아 조명해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작업을 했다.
4월 개봉하는 정지혜 감독의 '정순'은 중년 여성이 디지털 성범죄가 피해자가 되면서 겪는 수모와 이를 극복하는 이야기로 이미 각종 영화제에서 '인증'을 받은 영화다.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경쟁 부문에 진출해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 대상 수상을 시작으로 제17회 로마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과 함께 김금순 배우의 여우주연상까지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여기에 아스완국제여성영화제 등 전 세계 19개 영화제에 초청 러브콜을 받았다.
'정순'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주로 젊은 여성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불법 촬영 문제가 특정 연령층이 아닌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문제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
앞서 임선애 감독이 이 시선을 노인 여성으로 옮겨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임선애 감독의 데뷔작 '69세'는 29세 간호조무사에 성폭력을 당한 69세 효정이 홀로 맞서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 과정에서 효정을 치매 환자로 몰아가거나, 나이 차이 때문에 범죄의 동기가 부족하다며 구속 영장이 기각되기도 한다.
노인 여성을 '무성적 존재'로 보는 사회의 편견에서 비롯된 2차 가해다. 여성으로서, 노인으로서, 사회에서 약자가 감내해야 할 시선과 편견에 대한 문제를 꼬집으며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했다.
임선애 감독은 '69세'로 2020년 부산국제영화제 KNN관객상, 여성영화인상 감독상,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박남옥상을 받으며 단번에 영화계 주목해야 할 감독으로 떠올랐다.
두 영화는 단순히 피해 사실을 전시하거나 범죄 사실을 폭로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일상을 회복하고 나아가는데 초점을 맞춘다. 자주 볼 수 있는 소재의 영화가 아닌 것 만은 분명하다. 그럴 수록 여성 감독의 시선에서 섬세하게 만들어지며 담론까지 제시하는 영화들은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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