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북한이 지난 1월 14일 이후 한 달여 만인 18일 오전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날 열리는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겨냥한 도발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4월 10일 총선을 앞두고 국지 도발 우려도 다시 고조되고 있다.
18일 한미외교장관회담 앞두고 존재감 과시.. 4월 추가 도발 가능성 고조
김정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전쟁준비" "투철한 전쟁관으로 억세게 무장"
합동참모본부는 18일 "우리 군은 오늘 오전 7시 44분쯤부터 8시 22분쯤까지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비행체 수 발을 포착했다"라고 밝혔다.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각각 300여㎞를 비행 뒤 동해상에 탄착했다고 합참이 전했다.
북한의 미사일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이나 '북한판 에이태큼스(ATACMS)' KN-24 등과 비행궤적이 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방위성도 이날 북한이 오전 7시 44분에 2발, 오전 8시 21분에 1발의 탄도미사일을 북동 방향으로 발사했으며, 이들 미사일은 모두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밖에 낙하했다고 밝혔다.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지난달 14일 순항미사일 '바다수리-6형' 이후 한 달여 만이다.
이날 미사일 발사는 18일 서울에서 개막되는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와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회의에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등 30여개 나라 장‧차관급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며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18일 낮 12시45분부터 1시간 동안 오찬을 겸해 회담한다.
회담에서는 양국 간의 민주주의 협력 방안과 한미동맹 강화, 한반도 지역 및 글로벌 정세 등 상호 공통 관심사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즉, 북한이 존재감을 다시 드러내기 위해 탄도미사일 카드를 꺼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이날 탄도미사일 발사를 시작으로 다시 빈번한 도발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북한은 올 전반기 한미 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S) 기간 중국의 양회와 러시아 대선 등 주요 정치 일정에 맞춰 도발을 자제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두 일정이 모두 종료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4월에 두 번째 군사정찰위성 발사 등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4월에는 김일성 주석의 생일 '태양절'(1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기념일(25일) 등 북한의 대형 기념일과 명절이 집중돼 있다.
일각에서는 4·10 총선을 앞두고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여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연일 군사훈련을 참관하며 전쟁 준비를 강조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지난 15일 항공육전병 부대들의 훈련을 지도했다고 16일 보도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인민군대의 기본임무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전쟁준비"라며 "전군의 모든 장병들이 전쟁이 일어난다면 기어이 역사를 갈아치우고야 말겠다는 확고한 대적의지, 투철한 전쟁관으로 억세게 무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인민군대에서 한가지 훈련을 해도 그것이 전쟁과 직결된 실전 훈련으로 될 때라야만이 군인들을 유사시 생사판가리의 준엄한 결전장에서 무조건 싸워 이기는 진짜배기 싸움군들로 준비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지난 6일 최전방 감시초소(GP) 점령 및 일반전초(GOP) 돌파를 상정한 것으로 추정되는 병력 실제 기동 훈련, 7일 자주포와 방사포 포격 훈련을 시찰했으며, 13일에는 신형 탱크들을 동원한 전차부대 대항 훈련도 지도했다.
尹 "총선 앞두고 북한 도발 빈번해질 수 있어".. 대통령실 "도발 유형별 대응책 마련"
4월 10일 총선 전 북한의 국지 도발 가능성은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월 미국 워싱턴DC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팟캐스트에 출연해 북한이 한국의 총선을 앞두고 국지적인 무력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 전 실장은 "구체적인 시나리오의 숫자를 말씀드릴 수 없지만, 북한이 갑자기 서해 5도의 섬 하나를 흡수(absorption)하거나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등 다양한 종류의 발사 시험을 하는 경우 등을 포함해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28일 충북 괴산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열린 2024년 학군 장교 임관식에 참석해 "총선을 앞두고 국론 분열을 노리는 북한의 도발이 빈번해질 수 있다며 확고한 국가관·대적관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도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상정하고 이에 대한 대응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14일 SBS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이 2년 연속 중앙통합방위회의를 주재했다며 "북한의 다양한 도발에 대해 유형별로 만반의 대응 계획을 갖추고 점검했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최근 북한의 대남 강경 발언에 대해 "북한의 의도는 남북 간 인연을 끊어서 앞으로 핵 공격을 할 수 있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 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두 번째로 북한의 고조된 불만을 누르고 내부 결속을 위한 것이고, 세 번째는 총선을 앞두고 우리 사회 불안감, 분열을 기도했다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다른 한편에서는 북한이 총선 전에 큰 도발을 할 만큼 시간적 여유가 충분치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국민의힘에 합류한 북한 전문가인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16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이같이 말하며 북한은 워싱턴과의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남 교수는 "트럼프 후보가 이미 결정이 됐기 때문에 싱가포르 회담, 하노이 회담의 추억을 다시 한 번 살리기 위해서는 아마 이번 선거 끝나면 미국을 겨냥한 도발을 할 것"이라며 "북한의 고민은 워싱턴이 과거에는 노스코리아에 관심이 많았는데 지금은 타이완 문제에 100% 관심을 두고 있는"이라며 미국의 시선을 끌기 위한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美 "김정은 핵협상 의지없어" "경제적 이득 군사 협력 위해 중·러와 협력 강화"
한편, 미국 정보 당국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협상에 나설 의지가 없는 게 거의 확실하며 러시아와 군사적 밀착을 통해 핵보유국으로서 국제 사회의 인정을 받으려 한다는 보고서를 내 눈길을 끈다.
미국의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은 11일(현지시간) 공개한 연례위협평가 보고서에서 "김정은은 핵프로그램 폐기 협상에 나설 의도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게 거의 확실하다"며 "김정은은 핵무기를 정권 안보와 국가적 자존심을 보장하고 도구로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김정은은 미국과 동맹을 위협하는 핵 및 재래식 군사능력을 계속해서 추구할 것"이라며 "오늘날 북한은 경제적 이득과 군사 협력 등을 위해 중국 및 러시아와 협력 강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김정은은 핵보유국으로서 국제 사회의 인정을 받는다는 자신의 목표를 성취하는 데에 러시아와 군사적 밀착 관계를 이용하고자 희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정은은 순항 미사일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극초음속 비행체에 이르기까지 한층 강력한 미사일 체계를 구축하는 데에 우선 순위를 둘 것"이라며 "이는 미국 및 역내 미사일 방어망을 회피하도록 구성됐으며, 유엔 재재를 위반해 중국 및 러시아로부터 이중 사용 가능한 재화를 수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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