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 영의 악의 기원', 악의 진화는 어떻게 인류의 역사가 됐나 [D:헬로스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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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 영의 악의 기원', 악의 진화는 어떻게 인류의 역사가 됐나 [D:헬로스테이지]

데일리안 2024-03-17 11:17:00 신고

3월 24일까지 예술의 극장 CJ 토월극

"나는 나의 세계와 결별을 한다. 그렇게 아이는 죽는다"

자신들이 서 있는 곳에서 '가진 것'과 '죄의 무게 추'가 달린 채 추락한다면 얼마나 처참하게 짓이겨질까. 끝내 죄를 묻어버리고 새어 나오지 못하게 두 발로 막고 허리를 꼿꼿하게 편 다윈 영. 죄를 짓고 그렇게 어른이 된 그의 황폐한 추락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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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이 네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박지리 작가의 856쪽에 달하는 원작을 바탕으로 태초부터 강한 것만 살아 남아남은 인류의 역사를 되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그 끝에는 악의 근원에 대한 질문이 남는다.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의 배경은 1지구부터 9지구까지 구분된 계급사회다. 1지구에서도 최상위 계층에 속해 있는 프라임스쿨의 우등생 다윈 영은 아버지 니스의 친구 제이 헌터의 30년 전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며 자신의 파멸시키는 선택과 결말에 이른다.

60년 전 9지구 최하위층이 상위 계급의 억압에 반기를 들기 위해 일으킨 '12월 혁명'은 다윈 영 가문의 원죄 씨앗이 된다. 할아버지 러너 영은 혁명에 앞장섰지만, 지도부의 권력욕에 이용됐음을 알고 이탈한다. 니스 영은 아버지의 출신을 감추기 위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고, 이 비밀을 영원히 묵인하기 위해 최고 권력자가 된다. 다윈 역시 자신의 세상이었던 아버지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어둠 속에 걸어들어간다.

과거를 들키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달려왔던 러너 영, 해변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프랑스 남쪽 해안 도시 이름을 가졌지만, 16살 이후 하루라도 빨리 죽는 것이 소원인 니스 영, 용서받지 못할 죄는 없다고 믿었으나, 이제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게 된 다윈 영. 3대에 대물림 된 원죄의 비밀은 인류 진화 법칙에 빗대 악의 기원으로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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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이 인간의 선과 악의 대립, 사회 속 이중성, 계층 간의 갈등 등이 추리 장르의 외피를 쓰고 속도감 있게 운반된다.

가상의 디스토피아 세계관 속에서 극대화한 계급 사회, 심오한 메시지들로 점철돼 있지만 흡입력 있게 빨려 들어가는 이유는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극이 다윈 영 가문의 원죄를 비추고 있지만 동시에 억압과 차별이 시스템으로 자리 잡은 사회의 구조와 인간의 욕망도 악의 기원이라고 가리킨다. 다윈 영 가문의 3대 부자 역시 시스템의 피해자인 셈이다.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의 또 다른 주인공은 철학적이면서 서정적인 넘버들이다. '윈저노트', '천재 소년의 죽음', '지하실에 사는 괴물', '쓸모없는 눈', '삼총사', '용서 받지 못할 죄', '밤이 없었다면', '푸른 눈의 목격자',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리' 등 아름다운 은유적인 가사들이 뮤지컬의 완성도를 높여줬다. 러너, 니스, 다윈 3인이 부르는 '푸른 눈의 목격자'는 주제를 짚으며 처절하기까지 하다. 이외에도 '밤이 없었다면',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리'가 극의 여운을 배가시킨다.

네 번째 시즌에는 SF9 인성이 다윈으로 새롭게 합류했다. 할아버지, 아버지의 사랑과 보호 속에 자라 순수한 영혼이 어떻게 지배 당하는지 폭이 큰 감정선을 세심하고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넘버 소화력 역시 탁월한 캐릭터 분석력과 가창력이 더해져 다윈 영 그 자체가 됐다. 다윈 영의 선택을 지지할 수 없지만, 그가 관통할 절망의 시간을 안타깝게 만드는 것도 그의 몫이다.

원작과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루미 헌터의 줄어든 비중, 루미가 제이의 죽음에 집착하는 이유, 버즈와 레오 부자의 관계 등은 많이 생략됐다. 다만 더 깊은 심연 속 운명을 예고하는 원작과 달리 한 줄기 희망으로 나아간 루미 헌터의 결말이 그 너머의 시간들을 상상하게 만든다. 3월 27일까지 예술의 전당 CJ 토월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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