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임신’의 기준 연령, 진짜 35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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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임신’의 기준 연령, 진짜 35세일까?

BBC News 코리아 2024-03-16 10:37:37 신고

3줄요약
만삭인 산모의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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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가 넘으면 '고령 임신'이라는 흔한 통념은 어쩌면 틀렸을 수 있다

보통 여성의 가임력은 35세가 넘으면 “벼랑에서 떨어지듯 급격히 하락한다”고 한다. 하지만 임신 방법 및 시기와 관련해 새로운 사실들이 발견되면서, 이런 통념을 반박하는 목소리도 늘어나고 있다.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서른다섯’은 별것 아닌 나이일 수 있다. 하지만 임신을 원하는 여성이라면, 이 나이가 갖는 의미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 나이가 수십 년간 여성 가임력의 분수령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35세 이전에는 대부분의 여성이 임신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지만, 이 나이가 넘으면 가임력이 갑자기 절벽에서 떨어지기라도 하듯 하락한다는 것이다. 늦은 나이에 임신을 한 여성들을 칭하는 “고령 임신”, “고령 산모” 같은 용어도 이런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좀 더 차이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30대 후반 여성이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보다 임신에 어려움을 겪고, 경우에 따라서는 임신 및 출산 과정에서 더 큰 위험을 겪기도 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가임력은 절벽처럼 갑자기 뚝 떨어지지 않고, 선형처럼 천천히 하락한다. 그 양상 또한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에서 임신을 연구해 온 산부인과 전문의인 로레인 카사벤은 “35세 이후부터 난자의 질과 양 모두 퇴화 속도가 빨라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속도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임상에서는 1년 동안 시도해도 자연 임신이 되지 않는 상태를 ‘불임’이라고 한다. 불임 가능성은 예비 부모가 나이가 들수록 높아진다. 이 주제를 다룬 대규모 연구 중 하나에 따르면, 일주일에 2회 이상 성관계를 가진 덴마크 여성 2820명 중 월경 12 주기(약 1년) 내에 임신을 한 비율은 25~29세는 84%, 30~34세는 88%, 35~40세는 73%였다.

물론 그 기간 내에 임신이 안 됐다고 해서, 임신이 아예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다.

1년 동안 노력해도 임신이 되지 않았던 30대 후반 여성들을 2년 더 추적 연구한 다른 자료가 있다. 이 연구의 대상이 된 여성 중 파트너의 나이가 어릴 경우엔 50% 이상이 2년 내에 자연 임신에 성공했다. 그리고 파트너의 나이가 40대인 경우, 자연 임신 성공 비율은 43%였다.

보조생식술(ART)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희망을 가질 만하다. 가장 최근에 나온 자료에 따르면, 2020년에 미국에서 시술을 위해 난자를 재취한 35~37세 여성 환자 중 40.6%가 출산에 성공했다. 물론 이 수치는 35세 미만의 평균인 54.1%보다는 낮다. 이 수치는 38~40세 연령대에선 26.9%로 하락했고, 40세 이상에서는 9.3%로 떨어졌다.

보조생식술을 진행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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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월간 임신에 실패했던 30대 후반 여성도 보조생식술 없이 임신에 성공할 수 있다

다만 이것은 난자 채취 1회당 성공률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여러 차례 시술을 시도하는 환자들은 성공 확률이 더 높았다. 15만 명 이상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40세 미만의 여성이 자신의 난자를 사용해 6주기의 체외 수정을 시도할 경우 출산 확률이 68%에 달했다. 다만 40세에서 42세 여성의 경우 6주기 시도당 성공률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 자료에선 40세 미만의 모든 여성을 하나로 묶었지만, 참가자의 평균 연령은 35세였다).

이러한 수치를 보면 가임력 하락은 30대 후반부터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수치는 또 30대 후반 여성 대다수가 1년 내에 자연 임신을 한다는 사실도 보여준다. 즉 실제 가임력의 분수령은 35세가 아니라, 40세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코펜하겐 의대 임상 교수인 안야 비스가드 핀보그는 “대부분의 여성이 평균 51.7세에 폐경을 맞고, 40대가 되면서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35세, 38세, 40세? ‘진짜’ 기준 연령은?

최근 학계에선 불임으로 판정 받은 여성이 1년 후 의학적 도움 없이 자연 임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조사했다. 이 연구의 대상이 된 35세의 여성들이 자연 임신을 할 확률은 29%였다.

이 확률은 38세까지 꾸준히 유지되다가, 이후에는 빠르게 떨어졌다. 임신 성공률은 39세에는 25%, 40세에는 22%, 41세에는 18%, 42세에는 15%로 나타났다.

그러나 미국 덴버보건병원의 산부인과 전문의 스펜서 맥클레랜드는 이러한 변화조차도 신중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감소율 변화는 38세에 나타나지만, 이것이 임상적으로도 관련이 있겠냐”며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35세의 29%와 40세의 22%가 그렇게 다를까요?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수치에서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따라서 여성이나 의사의 입장에서는 가임력에 대해 이야기할 때 35세와 40세를 크게 구분해선 안 됩니다.”

우리가 35세에 초점을 맞추게 된 것은 18세기에 나온 연구들 때문만은 아니다.

맥클레랜드에 따르면 양수검사에 대한 위험-편익 계산도 영향을 미쳤다. 1970년대 태아의 유전자를 검사하는 유일한 방법은 바늘을 이용해 양수를 채취하는 양수 검사였다. 당시 이 검사는 보통은 다운증후군 가능성을 확인하고자 사용됐다.

그런데 이 검사에는 유산의 위험이 따른다. 수학적으로 양수 검사로 인한 유산 위험이 다운증후군 가능성보다 더 큰 나이는 몇 살이었을까? 그게 35세 전후였다고 한다.

하지만 맥클레랜드는 이러한 위험-편익 계산조차도 이제는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고 말한다. 오늘날 양수검사로 인한 유산 가능성은 약 500분의 1이다. 1970년대에는 200분의 1이었다.

임신이 어려워지는 이유

나이가 들면서 임신이 더 어려워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배란기 여성의 경우 난자의 양과 질, 두 요인 모두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여성은 몸에서 약 200만 개의 난자를 생성할 수 있는 상태로 태어난다. 하지만 사춘기가 되면 이 수치는 약 60만 개로 줄어든다. 그리고 난자 생성 가능치는 성인기를 거치며 계속 감소한다.

카사벤은 “나이가 들면 여성의 몸에서 생성되는 난자의 수가 줄어들고 난자의 건강도 나빠진다”고 말했다. “따라서 자연 임신이 점점 어려워지고, 불임 치료를 받더라도 젊었을 때보다 성공률이 전반적으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난자의 건강도 중요하다. 인간이 나이가 들수록, 비정상적인 난자를 생성할 확률이 올라간다.

하지만 가임력은 임신을 어렵게 만드는 하나의 요인에 불과하다.

정자 냉동을 진행하는 모습
Getty Images
남성의 생식력도 30대 후반부터 감소하기 시작한다

또 다른 위험 요인은 유산이다. 핀보그는 “30대 후반에 일어나는 또 다른 일은 X 염색체가 불안정해지면서 다운증후군 같은 염색체 이상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임신을 했다가도 유산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진다”고 말했다.

120만 건 이상의 임신 건수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가 있다. 이에 따르면, 20~24세 여성의 유산 위험은 10% 정도였다. 하지만 35세가 되면 20% 이상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42세가 되면 임신 사례의 절반 이상(거의 55%)이 유산된다.

선천적 결손증과 사산도 나이가 들면서 더 흔해진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35세가 아니라 40세에 가까워질수록 더 그 변화가 뚜렷해진다.

예를 들어 1967년부터 1998년까지 노르웨이에 등록된 120만 명의 출생아를 대상으로 부모의 평균 연령을 조사한 한 연구에서는 부모의 평균 연령이 40~44세(어머니의 평균 연령은 38세, 아버지의 평균 연령은 45세)일 때 선천적 결손증이 현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영아 사망률(사산)은 35~39세(어머니의 평균 연령은 34.5세, 아버지는 거의 39세) 전후로 증가했다. 연구진은 “부모 연령 40~44세 집단에서는 기준 그룹에 비해 위험이 증가했고, 45~49세 범주에선 이 위험이 크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부모의 나이가 어릴수록 모든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었다. 영아 사망률은 평균 연령이 20~24세인 부부(산모의 평균 연령 21세)와 40~44세인 부부(산모의 평균 연령 38세)에서 동일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다른 요인들과 복잡하게 얽혀 있다. 예를 들어 난자의 상태는 흡연과 음주, 비만과 같은 요인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산모가 나이가 많아질수록 높아지는 위험 요소에도 다양한 변수가 있다. 40세가 넘은 산모는 전자간증(임신 중에 형성된 독소가 체내에 억류됨으로써 나타나는 중독증세) 위험이 더 높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10년간 2만5000건 이상의 임신 사례를 조사한 권위 있는 연구에 따르면, 산모의 흡연 여부 등 다른 위험 요소를 고려해보니 연령이라는 요소 하나만으로는 전자간증 위험이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선 응급 제왕절개나 전치태반 등 일반적으로 많이 거론되는 다른 고령 임신의 위험이 35세가 아닌 40세 또는 45세부터 증가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한 가지 특이한 예외는 임신성 당뇨병 위험인데, 이는 30세 이후부터 증가했다.

남성도 중요하다

여성의 가임력에만 초점을 맞추면, 남성의 연령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놓칠 수 있다. 유럽의 부부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아버지의 나이가 35세 이하인 경우 임신 가능성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하지만, 30대 후반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연구진은 “35세 여성 중 생리 12주기 이내에 임신에 실패하는 부부의 비율은 남성 파트너가 35세인 경우 18%이지만, 남성 파트너가 40세인 경우 28%로 증가한다”고 밝혔다. 이 비율은 임신 여부 관찰 기간을 2년으로 늘렸을 땐 각각 9%와 16%로 떨어졌다.

아버지 나이가 40세 이상인 경우엔 유산 위험도 더 높았다.

연구에 따르면 정자 수와 운동성, 정상 정자의 비율 등 정자의 건강은 나이가 들면서 악화된다. 정자는 난자와 달리 2~3개월마다 재생된다. 정자의 건강이 나빠지는 것은 DNA 손상과 환경 독소, 호르몬과 관련된 감소 등 몇 가지 이유로 설명된다.

그렇다면 이런 것들이 30대 중후반 또는 40대에 접어든 부부 또는 여성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한 가지는 시술을 위한 난자 냉동 시기다. 시험관 아기 시술에서 젊었을 때 냉동한 난자나 기증 난자를 사용하면 연령이 출산 성공률에 미치는 영향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고 한다.

많은 산부인과 관계자들이 “가임력을 보존하고 싶고 그 과정을 감당할 수 있다면 난자를 냉동시켜 놓는 것이 좋을 수 있다”고 말하는 건 이 때문이다. 그러나 카사벤은 환자 입장에선 난자 냉동의 비용과 이점을 꼭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카사벤은 자연 임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20대처럼 너무 어린 나이에 난자를 얼려두면 비용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이 난자를 냉동 처리하는 데 비용 대비 가장 효율적인 연령을 모색한 연구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35세 전후가 가장 비용 효율적이라고 한다.

핀보그는 아이를 너무 낳고 싶지만 적절한 파트너가 없는 환자를 만나면, 빼놓지 않는 질문이 있다고 했다. “파트너가 없는 여성이 저를 찾아오면 ‘당신의 인생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아이가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아이를 낳아도 괜찮고, 낳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느냐?’를 물어봅니다.

만약 환자가 ‘아이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어요, 항상 제 꿈이었어요’라고 말한다면, 저는 ‘40세가 되기 전에 생각해 봐야 한다. 37, 38세쯤에 기증 정자를 사용해 임신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해줍니다.”

“요즘에는 가족을 만드는 방법이 아주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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