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배우 강석우, 분명 바보짓인데 버리지 못하는 놀잇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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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배우 강석우, 분명 바보짓인데 버리지 못하는 놀잇감은?

여성경제신문 2024-03-13 12: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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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학교에서 ‘청산에 살리라’, ‘님이 오시는지’ 등 가곡을 배우고, 학교의 합창대회에서도 가곡을 꽤나 불렀다. 그런 경험을 가진 사람들은 여전히 가곡에 반응하지만, 요즘은 가곡을 배우는 것도 듣는 것도 낯설어졌다. 그런데 가곡과 함께 봄을 맞이하며 시를 노래하는 무대가 열린다. 이 자리를 마련하는 배우 강석우 씨를 서울 서래마을의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이미 일곱 곡의 가곡을 작사·작곡하여 공식 발표한 가곡 매니아이며, 자신이 진행한 클래식 라디오 방송에서도 가곡을 자주 들려주곤 했더랬다.
 

시를 노래하는 가곡의 밤을 준비하는 강석우 씨/ 초빙기자 한형철
시를 노래하는 가곡의 밤을 준비하는 강석우 씨/ 초빙기자 한형철

-이번 공연의 타이틀처럼, 가곡은 시와 곡(반주) 그리고 노래로 이루어진다. 그중 시와 곡을 스스로 만들었다. 시와 곡을 창작하는데 어려운 점이 무엇이었나?

“어릴 때부터 교회 성가대에서 노래를 하며 화성을 체득했고, 아침에 눈을 뜨면서 하루를 음악과 함께 시작하는 등 지금도 누구보다 클래식 음악을 많이 듣는다고 자부한다. 클래식에 대해 정리한 데이터도 무진장이다. 그 때문인지 내 머리 속엔 멜로디가 가득하다. 완성 후 성악가에게 보여줄 때면 조심스러운 마음이 있지만, 떠오르는 선율을 자연스레 악보에 그려 넣기만 하면 된다. 오히려 가사는 조사 한 글자, 문장 한 줄을 잇기가 고통스럽다. 운율 맞추는 것도 고심을 많이 하는데, 글을 잘 쓰면 노래는 저절로 완성되는 식이다”

-시와 곡을 습작은 할 수 있지만, 편곡과 연주, 스튜디오 작업을 거쳐 발표를 하는 것은 현실상 여러 어려움이 있다. 비용은 어떻게 조달했나?

“후원없이 모두 내가 부담한다. 돈을 생각하면 내가 하는 일은 바보짓이다. 들어오는 가곡의 저작권료는 얼마 안 되는 반면, 곡을 공식 발표하고 영상을 만드는 작업에는 꽤 경비가 든다. 하지만 갈수록 시적 감수성이 희박해지고 가곡의 인기도 예전과 다르다. 이러다가 가곡이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위기의식이 있어서 사명감으로 한다. 다행히 집에다 손을 벌리지는 않아 이 일로 아내가 타박하지는 않는다.”

-발표된 가곡에 몇몇 가수가 등장하는데, 혹시 작곡하면서 특정 가수를 염두에 두는가?

“물론이다. 마음에 둔 가수의 음역대를 확인하고, 가수가 최대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그에 맞춰 조절하면서 작곡한다. 완성된 곡도 가수가 불러본 뒤 내가 예상했던 느낌이 살지 않으면 처음부터 다시 쓰기도 한다.”

-그간 발표한 가곡 중 본인의 최애 작품은 무엇인가? 

“팬들이 ‘내 마음은 왈츠’를 정말 사랑해 주시는데, 사실 나는 6번째 곡인 ‘미시령’에 애착이 간다. 속초를 좋아해 자주 가는데, 미시령을 넘어가며 내 삶을 되새기곤 한다. 내가 살아온 시간은 ‘희뿌연 도시’를 상징하고, ‘눈물에 비친 저녁 놀’이란 가사에는 동쪽 바다를 향해 가다가 고개를 돌려 뒤돌아보는 내 인생을 담았다. 이 곡이 장차 연주회용 서곡으로 연주되면 참 기쁠 것 같다.”

스틸컷이 떠오르는 아름다운 구절이란 생각이 들어 문학 감수성이 대단하다고 기자가 대꾸하자 “원래 가곡의 가사는 시”였다며 자작 가곡 ‘미시령’ 속 가사의 의미를 재차 강조하고, 팬들도 공감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영화 <겨울나그네> 의 순수했던 주인공이 세월의 저녁 노을에 물들고 있음을 느꼈다.
 

소프라노 김순영 씨와 연주 방향을 상의하는 강석우 씨, 오마이강 자료 캡처
소프라노 김순영 씨와 연주 방향을 상의하는 강석우 씨, 오마이강 자료 캡처

-이제 공연과 관련한 내용을 나눠보자. 공연에 대해 대략 설명해달라. 

“공연은 그동안 영상 작업을 함께한 가수들이 모두 출연한다. 먼저 ‘청산에 살리라’ 등 명곡을 감상하고, 나의 자작곡 전곡을 직접 소개한다. 특히 기존에 발표된 자작곡 외에 지난 겨울에 완성한 4곡을 최초로 공개한다. 이 곡들도 하나씩 영상 작업을 거쳐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에서 초연할 곡의 가사와 곡의 배경에 대해 그의 설명을 듣다 보니, 특히 바리톤 이응광씨가 부를 ‘정녕 그리운 것은’이란 곡이 궁금해졌다. 

-가곡의 밤은 대체로 뜨거운 열기에 들뜨기보다는 서정적인 분위기에 차분히 젖기 마련이다. 이번 공연에서 관객이 어떤 기대를 하면 좋을지 정성을 쏟는 부분이 있다면?  

“가사가 담긴 영상을 준비하고 있다. 관객이 귀로 아름다운 노래를 들으며 눈으로는 가사를 음미하면서, 혼자만의 세계로 빠지며 행복해지기를 소망한다. 제가 공개한 곡들을 미리 듣고 오시면 더욱 좋겠다.”

-마지막으로 배우 강석우에게 가곡은 무엇인가? 

(한참을 생각하더니) “나의 놀잇감이다. 매일 가지고 노니까!”

그는 세대를 아울러 더 많은 시민들이 가곡을 사랑하고 즐겼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드러냈다. 클래식을 사랑하여 돈도 안 되는 가곡에 정성을 쏟는 ‘바보짓’을 하는 강석우씨를 보면, 맛난 빵을 만들기 위해 잘 숙성되는 좋은 반죽의 여정을 보는 것 같다. 이 봄에 많은 관객들이 그와 함께 가곡에 빠지면 좋겠다는 바람이 든다.

 가곡 ‘미시령’, 강석우 작사,작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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