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해석하기 혹은 추리하기] 이상향에 관하여③에 이어
[문화매거진=정서원 작가] 풍경을 재현하는 것에는 작가의 심리 작용이 개입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조춘도’는 창신을 이룩하고자 한 곽희의 심리 작용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회적 책임을 저버리지 않고 개인의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 산수화를 그려 가까이 두려는 것은 그림을 통해 삶의 균형을 유지하고자 했던 행위이며, 자신의 내면을 화면으로 옮긴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작가의 내면을 표현한 작품 속의 풍경은 현실에서의 관찰과 경험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내면의 작용을 받게 되며 현실의 재현과 다른 모습을 갖게 된다. 현실의 대상이나 풍경은 그 자체로 특별한 의미를 지니지 않을 수 있으나, 내면과 연결하면서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부여받게 된다.
서양 미술사에서 이상향의 대표적 소재로 다뤄졌던 ‘아르카디아’를 보자. 이야기에 근거한 무릉도원과 달리 실재하는 장소에 근거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에 대해 베르길리우스(Publius VergiliusMaro, 70 BC-19 BC)는 자신의 작품 ‘선가’에서 아르카디아를 축복과 풍요의 낙원으로 나타내었다. 이후 ‘아르카디아’는 서양 미술에서 주요한 주제로 다루어져 왔다. ‘아르카디아’라는 주제는 이상적이고 평화로운 자연의 풍경과 그 안에서 조화롭게 생활하는 인물들로 표현되곤 한다.
특히 토마스 에이킨스(Thomas Eakins, 1844-1916)의 ‘아르카디아’에는 평화롭고 평온한 자연 풍경 속에서 조화로운 인물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으며, 이를 통해 아르카디아는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이상향으로써의 목가적 공간으로 표현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르카디아라는 이상적 공간은 전쟁과 정치적 분쟁이 만연한 로마의 혼란한 시대와 대비되는, 로마인들이 그리워했던 평화와 안정을 표현하는 대상이었다. 작품에 묘사되는 자연은 순수한 미지의 땅이며, 미래의 가능성과 희망을 담고 있는 곳으로 여겨졌다. 이 공간은 인간과 자연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는 소망이 실현 가능한 장소였다.
베르길리우스의 아르카디아는 궁극적으로는 자연과 인류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목가적 이상세계의 원형으로서 동양의 무릉도원과 유사한 특성을 지닌다. 그러나 실제 장소를 근거로 하기 때문에 현실과 근접한 연관성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아르카디아의 특성은 관념적인 무릉도원과 차별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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