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제거'한다는 목표에 다가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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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제거'한다는 목표에 다가가고 있나?

BBC News 코리아 2024-03-08 11:11:3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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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30일, 이스라엘군 탱크를 배경으로 칸 유니스에서 탈출하는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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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에 따르면 이번 전쟁으로 가자 지구 주민 4분의 3이 피난민이 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의 목표는 “하마스의 통치 및 군사 능력을 파괴”라고 말하며, 하마스 제거가 목표임을 거듭 얘기한다.

가자 지구 내 하마스가 운영하는 보건부가 약 5개월간의 이번 전쟁으로 3만 명에 가까운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고 밝힌 가운데 이스라엘 측은 상당한 진전을 이뤘으며, “완전한 승리”를 위해 반드시 계속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하마스는 그저 군사적 능력을 지닌 단체가 아니다. 하마스는 정치적, 이념적, 사회적 운동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하마스를 완전히 제거하겠다는 이스라엘의 목표는 과연 현실적일까. 혹은 가능하긴 한 것일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 내 하마스 부대 24개 중 18개를 파괴했으며, “가자 지구 북부에서 하마스 군사 조직의 해체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했을 당시 하마스가 보유한 대원 수는 약 3만 명이었으며, 당시 약 1200명이 사망하고 약 250명이 인질로 붙잡혀갔다고 말한다.

IDF는 하마스 대원 1만3000명을 사살했고 주장하며,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달 초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전투력의 절반 이상인, 테러리스트 2만 명 이상을 사살하거나, 부상 입히거나, 사로잡았다”고 밝힌 바 있다.

BBC는 이러한 수치를 검증할 수 없었으며, IDF에 구체적인 사항을 요청해도 답을 받을 수 없었다.

이스라엘 측과 가자 지구 측이 주장하는 수치는 극명히 모순된다. 가자 지구 보건 당국은 가자 지구 내 사망자 중 민간인을 포함한 성인 남성은 겨우 9000여 명이라고 주장한다.

하마스 정치국은 BBC에 이스라엘의 주장은 거짓이라며, 하마스 군사 조직은 가자 지구의 “모든 지역”에서 계속 작전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스라엘 언론사 ‘하레츠’의 보도에 따르면 하마스는 일부 부대를 복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의 제레미 비니 중동 담당 편집자는 하마스는 “새로운 대원들을 쉽게 모집할 수 있기에 (부대 복구가) 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하게 볼 지표는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소재 레이치맨 대학의 ‘국제 대테러 연구소’ 소속이자 전직 대령인 미리 아이신은 이스라엘군이 “지휘관들을 사살”했으며, “숨겨둔 무기”를 발견했고, “조직적으로 지하 테러 시스템을 폭파”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하마스의 지하 터널 네트워크를 가리킨다.

그러나 비니 편집자는 하마스의 지하 터널이 “기존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면서 이스라엘 군이 이러한 터널 시스템을 완전히 파괴하기까진 아직 “갈 길이 멀며”, 인질들이 그곳에 억류돼 있을 수도 있는 위험성도 있어 차질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비니 편집자는 가자 지구 북부에선 이스라엘의 작전이 “완전 제거를 위한 게 아니라, 마치 끝없이 억압하는 과정”같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의혹과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집단학살 혐의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에도 불구하고 네타냐후 총리는 계속해서 남아 있는 하마스 부대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스라엘 측은 집단학살 혐의에 대해 “심각한 왜곡”이라고 맞선다.

이념 근절이 가능할까?

서방 국가 대부분에선 하마스를 테러 단체로 간주하며, 그 지도층이 여전히 이스라엘의 파괴를 원한다고 보는 이들이 많지만, 아랍 세계에선 하마스를 저항 운동으로 바라본다.

하마스는 2006년 선거에서 승리하고 경쟁자였던 ‘파타’당을 무력으로 몰아낸 이후, 2007년부터 지금껏 가자 지구를 통치하고 있다.

이후 가자 지구는 이스라엘과 이집트에 의해 봉쇄된 상태다. 이집트는 그 정도가 더 약하긴 하나, 두 나라 모두 안보를 위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지난 20년간 팔레스타인 단체들은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포 수천 발을 발사했는데, 때로는 요르단강 서안지구나 동예루살렘에서 이스라엘군과 연관된 폭력 혹은 분쟁이 발생하자 이에 대응하고자 발사하기도 했다.

2007년 12월 가자시티에서 열린 하마스 집회 장면. 한 팔레스타인 하마스 남성이 총을 들어 보이고 있다
Getty
하마스는 2007년부터 가자 지구를 다스리고 있다. 사진 속 집회는 하마스 창설 20주년을 기념해 2007년 열린 행사다

한편 유럽의 싱크탱크인 ‘유럽외교협회의’의 중동 전문가인 휴 로뱃 선임 연구원은 하마스는 “단순한 군사 운동도, 정치 운동도 아니라 이념”이라고 지적했다.

“이념은 뿌리 뽑히지 않는다. 당연히 이스라엘군의 무력을 통해서도 근절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로뱃 연구원은 이스라엘에 맞서 무장 저항하자는 하마스의 주장은 “팔레스타인인들이 더 이상 민족 자결권을 실현할 정치적 지평이 없다고 느끼는 현 상황”에선 “특히 공감을 불러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서안지구 소재 아랍 아메리칸 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가르치는 암자드 아부 엘 에즈 박사는 많은 팔레스타인인이 “미래가 보이지 않기에” 하마스를 지지한다고 언급했다.

네타냐후 현 총리는 정치계에 입문한 순간부터 줄곧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면서 안보가 우려되며,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든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가 속한 ‘리쿠드’당 내 다수 인사와 이스라엘 정부 내 극우파 세력은 서안 지구와 가자 지구 전부를 이스라엘의 영토로 바라본다.

이스라엘의 사회 운동 단체 ‘피스 나우’에 따르면 지난해 이스라엘 정부가 서안지구의 이스라엘 정착촌 내 건설을 승인한 주택 수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이스라엘군과 이스라엘 정착민에 의해 살해당한 팔레스타인인은 최소 507명으로, 이 중 81명은 아동이었다.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이 2005년 사상자 수를 기록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한 해였다.

아울러 UN은 서안 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의 공격으로 사망한 이스라엘 측 사망자는 36명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파타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현재 서안 지구 일부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PA)’에 대한 불만도 깊다. 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의 점령 앞에 PA가 부패하고, 힘이 없다고 여긴다.

엘 에즈 박사는 10월 7일 공격 이전, 가자 지구에 살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봉쇄 조치로 인해 “거대한 감옥”에 사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었으며, 서안 지구 주민들은 유대인 정착민들의 공격과 영토 합병, 일자리 부족 등으로 인해 분노를 키워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엘 에즈 박사는 팔레스타인 사회는 청년 인구 비율이 높다면서, 평화 프로세스가 부족한 상황에서 하마스 외의 다른 당들은 “팔레스타인 청년들을 설득할 만한 다른 무언가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이 계속 점령하고 있는 한, 잔혹 행위가 계속 이뤄지는 한, 살인이 계속 일어나는 한 당연히 많은 이들은 하마스가 하는 말을 따를 것이다. 왜냐하면 팔레스타인인들은 희망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올해 2월 12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시내에 걸린 이스라엘 측 인질 포스터
Getty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인과 외국인 253명이 납치됐으며, 이중 아직 130명이 소재가 파악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하마스 지지엔 변화가 있을까?

10월 7일 사건 이후 가자 지구 주민들이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긴 하지만, 지난해 말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인의 하마스에 대한 지지는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인 750명과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인 481명을 대상으로 한 해당 설문조사에 따르면 서안 지구 내 하마스 지지율은 9월의 12%에서 12월엔 42%로 상승했다.

해당 여론조사를 실시한 ‘서안지구 기반 팔레스타인 정책 및 조사 연구 센터’의 칼릴 시카키 박사는 보통 분쟁 기간 하마스에 대한 지지가 높아지곤 하지만, 이러한 증가는 “극적”이라고 설명했다.

시카키 박사는 해당 여론조사를 실시했던 11월은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휴전이 이뤄졌던 기간으로, 이스라엘 교도소에서 팔레스타인 여성과 어린이들이 이스라엘 감옥에서 풀려나던 시기임에 주목했다.

이로 인해 일부 주민들은 하마스의 폭력 사용이 팔레스타인인들의 목표 달성에 “매우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게 됐다는 것이다.

시카키 박사는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공격과 전쟁에 대한 PA의 불만스러운 대응 또한 하마스에 대한 지지 상승을 끌어낸 요소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가자 지구에선 상황이 달랐다. 가자 지구 주민들의 경우 하마스에 대한 지지가 38%에서 42%로 여론조사의 오차 범위 내에서만 소폭 상승했다.

가자 지구에선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이 옳았다고 답한 비율이 57%로, 같은 질문에 82%가 그렇다고 답했던 서안 지구에 비해 더 적었다.

시카키 박사는 “하마스의 판단이 부른 결과로 인해 현재 고통받는 이들이 하마스에 더 비판적인 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초까지 가자 지구에서 취재했던 BBC 기자들은 최근 몇 달간 하마스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조짐을 발견했다. 기자들이 만난 일부 가자 지구 주민들은 하마스에 대한 분노의 이유로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 이스라엘 군에 의한 거주지 파괴, 굶주림 등을 꼽았다.

아울러 이들은 하마스에 대한 공개적인 비난을 우려하는 주민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차세대 청년 대원들?

엘 에즈 박사는 현재 가자 지구의 많은 청년들이 “이스라엘 및 점령에 대한 증오로 가득 차 있다”고 본다.

엘 에즈 박사는 “차세대 청년들이 복수하고자 이러한 군사 단체에 가입하리라 본다”면서 “왜냐하면 이들은 가족을 잃었다. 자녀를, 어머니를, 아들을 … 형제자매를 잃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아이신 전 대령은 하마스에 대한 지지가 높아질까 두려워 원래 군사적 목적에서 방향을 돌려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아이신 전 대령은 10월 7일 공격은 “극단적이고, 끔찍하며, 잔혹했다”면서 “이미 저들은 급진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렇기에 우리의 대응은 무엇보다도 그 능력 제거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보다 이러한 이념이 더 나빠지진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시카키 박사는 “큰 전쟁이 났다고 해서 반드시 청년들이 무기를 들게 되는 건 아니다. 이후 평화가 찾아온다면 (상황이 달라진다)”고 언급했다.

‘그 다음’은 무엇인가?

네타냐후 전후 계획에 대해 이스라엘이 “비무장화된” 가자 지구의 안보를 무기한 통제하고,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단체들과 관련이 없는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자 지구를 다스린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12월 29일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파괴된 라파의 한 건물 잔해에 아이들이 앉아 있는 모습
Getty
이스라엘은 이번 전쟁이 민간인에게 미친 영향으로 인해 큰 비판에 직면한 상태다

아이신 전 대령은 하마스가 “언젠가 무언가를 보여줄 것”이라면서도 이스라엘이 “그들 대부분, 이들이 끼치는 위협 대부분”을 제거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했다.

로뱃 연구원은 “진정으로 하마스의 힘을 약화시키고 이들을 소외시키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실행 가능한 정치적 방향을 세우는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두 국가 해결론(양국론) 실현까지의 전망은 여전히 암울하다.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X(구 ‘트위터’)를 통해 “요르단강 서쪽 지역에 대한 이스라엘의 전면적인 안보 통제권은 타협할 수 없다. 그리고 이는 팔레스타인 국가 (설립)에 충돌한다”고 밝혔다.

이는 이스라엘의 주요 동맹국인 미국이 이-팔 분쟁의 항구적 해결책은 “팔레스타인 국가 설립 계획 등 지역적 접근법을 통해선 가능하다”고 말한 것과는 분명히 모순된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를 무기한 점령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현 상황에 대한 대안이 없다면 폭력 사태가 향후 확대될 위험이 실재한다.

비니 편집자 “이스라엘 승리의 날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하마스의 힘을 크게 꺾어놓을 수 있을 순 있어도, 중요한 건 그 이후 하마스의 재등장은 어떻게 막을 수 있냐”고 마무리했다.

추가 보도: 헤더 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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