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극 중 대사처럼 '로맨스'는 사치라고 생각했습니다. 공감이 되지 않았죠. 7년 전 '로기완' 출연을 거절한 이유입니다."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으로 돌아온 배우 송중기가 이렇게 말했다.
'공감'이 안 된다며 출연을 번복한 송중기가, 다시금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지난 6일 송중기와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로기완' 에피소드 외에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로기완'은 삶의 마지막 희망을 안고 벨기에에 도착한 탈북자 기완(송중기)과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자 마리(최성은)가 서로에게 이끌리듯 빠져드는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화란'에 이어 '로기완'까지 송중기는 잇따라 어두운 캐릭터로 관객을 만났다. 이와 관련해 송중기는 "그런 것에 꽂혀 있던 건 아니다. 제가 드라마 끝나면 영화를 하고, 그다음 또 드라마를 하는 그런 밸런스가 맞더라.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무너졌다"라며 "'로기완'의 경우 7년 전에 처음 만났고, 좋았다고 했다가 거절했다. '화란'이 끝난 이후 다시 만났을 때 '놓치지 말고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선택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정서를 드라마에서 하기엔 쉽지 않다. 영화 작업할 때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기회가 닿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송중기는 "처음 '로기완'을 처음 접했을 때 용필름 임승용 대표께 '작품 너무 좋다. 같이 하자'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대본을 읽다가 공감이 안 되는 부분이 있어서 출연을 번복한 것"이라며 "극 중 기완은 자신 때문에 엄마가 목숨을 잃었고, 죄책감을 안은 채 벨기에로 떠나 최악의 삶을 살아간다. 그곳에서 살아남는 한 인간의 영화로 봐야 하는데 '사랑놀이'를 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됐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또 송중기는 "그런데 한 번 마음이 갔던 작품이 오래도록 크랭크인 하지 않아서 궁금해지더라"라며 "'재벌집 막내아들' 찍을 때 대본이 다시 왔다. 왜인지 너무 반가웠다. 다시 대본을 읽었을 때, 희한하게 이번엔 공감이 되더라. 마리(최성은)가 사격을 하는 것 등 캐릭터가 조금 바뀌긴 했지만 대본 내용은 똑같았다"라고 했다.
송중기는 "난민 지위를 받기 위해 꾸역꾸역 살아가는 기완에게 진짜 잘 사는 게 뭘까 싶었다. 결국 연인, 가족 등 사람과 부대끼며 사는 게 잘 사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로맨스'가 사치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라며 "제 생각이 왜 바뀌었지만 정확하겐 모르겠다. 그러나 제가 한 가정을 이루고 관심사가 달라지고, 시대가 변하면서 '공감'이 되는 쪽으로 스며들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중기는 "'로기완' 촬영을 하면서 '나는 한국에서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혜택도 많이 받는 연예인인데 과연 주변 사람들을 잘 살피고 있나'라고 곱씹었다"라며 "당시 와이프가 임신 상태였다. 많은 생각을 하던 시기여서 그랬는지 그런 진지한 생각이 많아지더라"라며 미소지었다.
송중기는 최성은과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그는 "크랭크인 이후 한 달 동안 혼자 촬영했다. 외로웠다"라며 "세탁소에서 쓰러진 장면을 찍을 때 최성은 배우와 처음 호흡을 맞췄다. 성은 씨가 첫 앵글에 잡혔을 때 그동안 촬영을 기다리면서 '마리'의 정서를 잘 부여잡고 있었구나 라는게 느껴졌다. 그 모습을 보면서 잘 찍을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또 송중기는 "내가 못 가진 걸 남이 가졌을 때 부럽지 않나. 성은 씨에게 부러웠던 점이 있다"라며 "제작진, 감독님이 OK 해도 자신이 아니다 싶으면 타협하지 않더라. 끝까지 밀어붙였다. 제가 선배여도 배울 점이 확실히 있었다"라고 했다. 아울러 송중기는 "오랜만에 연기 파트너와 허물없이 다 얘기하고 서로 잘 부대꼈던 것 같다"라며 웃었다.
극 중 로기완은 위태로운 마리에게 위태롭지 않은 사람이 되기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다. 실제 송중기와 로기완은 얼마나 닮았을까.
송중기는 "얼마나 닮았는지는 잘 모르겠다"라고 웃으며 "촬영 막바지에 임승용 대표가 찾아와서 '지금까지 찍어 놓은 걸 봤는데 판권 살 때 느낀 로기완 캐릭터 보다, 송중기를 만난 기완의 온도가 뜨거워졌다. 작업을 처음 했는데, 네가 그런 사람인 것 같다. 처음 생각한 로기완보다 더 적극적으로 된 것 같다'고 하시더라. 실제 내 모습이 나도 모르게 기완에게 입혀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돈값'을 해야 하는 것, 주연배우로서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책임감이 없으면 주인공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평소 작품에 해가 될 만한 일을 하지 않고, 행동거지를 바르게 하려고 합니다."
그러면서 송중기는 "팬들로 인해 진짜 많은 혜택을 입었다. 영향력이 있을 때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싶은 마음뿐이다. 신인 때, 그렇지 않은 선배를 보면서 실망한 적도 있었다. 이런 생각이 구시대적일 수 있다. 올드한 면이 기완이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라며 웃었다.
'로기완'에 이어 송중기는 촬영을 마친 영화 '보고타' 개봉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코로나로 인해 아직 공개를 못 하고 있지만, '로기완' 만큼이나 사랑하는 영화다. 빨리 인사를 드리고 싶다"라며 "'보고타'도 '로기완'과 비슷하게 이주민 이야기다. 그러다보니 해외 올로케 촬영 작품에 연이어 출연했는데, 그런 것들이 끌리고 재미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송중기는 "다른 문화권에 있는 현장에서 일하는 걸 자주 겪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사실 해외 작품 오디션도 많이 보고, 계속해서 두드리는 상황이다. 제가 원래 지겨운 걸 많이 싫어하고 새로운 걸 하고 싶어 하는 성격이다"라고 했다.
송중기는 '제작'과 관련한 꿈을 갖고 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저희 회사에서 이미 제작을 하고 있고, 제가 콘텐츠에 많이 관여하고 있다. 회의에 함께 참여하고 있고, PD들도 배우로서 내는 제 의견을 귀담아 들어준다"라며 "해외든 국내든 마동석 형님이 적극적으로 (제작)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이고, 재미있어 보이더라"라고 말했다.
뉴스컬처 노규민 presskm@knewscorp.co.kr
Copyright ⓒ 뉴스컬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