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당의 컷오프(공천배제) 결정을 수용한데 이어 기동민 의원과 노웅래 의원도 수용 의사를 밝히며 절정을 치닫던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파동은 마무리 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이 여전히 공천시스템의 부당함을 주장하고 있는데다 지역구에서 컷오프 된 홍영표 의원은 끝내 탈당 및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는 등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는 평가다.
한편, 민주당은 '사천 논란'에 휩싸인 권향엽 전 대통령비서실 균형인서비서관에 대한 전략공천을 철회하고, 현역 서동용 의원과 경선을 하기로 했다. 늦게나마 공천으로 인한 논란이 부각되는 것을 막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컷오프' 기동민 잔류 "부당하지만 당과 함께 하겠다"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성북을에서 컷오프된 기동민 의원은 당의 결정이 부당하다면서도 민주당 잔류 의사를 밝혔다.
기동민 의원은 5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당의 부당한 결정으로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됐다"면서 "그럼에도 내 힘과 능력이 부족했던 것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의 최고의사 결정기구인 당무위원회가 이재명 대표, 이수진 의원(비례)과 마찬가지로 나에 대한 검찰의 기소를 정치탄압으로 규정했다"고 상기시키면서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공천관리위원회는 내 정치 운명을 박탈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기 의원의 정장 등 수수 혐의를 들어 서울 성북을을 전략공천관리위원회로 이관했다. 전략공관위는 해당 지역구에 영입인재 김남근 변호사를 전략공천하면서 기 의원은 컷오프 됐다.
기 의원은 "법률적으로도 김영란법이 시행되기 이전의 일임을 충분히 소명했다"며 "그런데도 나를 배제하기 위해 몰두한 분들은 정치검찰의 조작된 주장에 부화뇌동해 나를 벼랑 끝으로 몰려고만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보복과 야당탄압을 비판했던 우리 당이 검찰의 조작된 주장을 공천배제의 근거로 활용하며 검찰 독재 타도라는 총선의 명분을 스스로 뒤엎었다"며 "시스템 공천이라고 하지만 공정성과 형평성 그리고 투명성을 상실한다면, 누가 공당의 룰과 리더십을 신뢰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민주당이 총선 승리를 통해 윤석열 검찰정권을 심판하겠다는 것이 진정한 목적인지 의심스럽다"며 "당의 맹렬한 반성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가 무시되고 독단과 독선에 휘둘리는 민주당이 아닌 김대중·노무현·문재인·김근태 정신이 살아 숨쉬는 정통 민주당으로 재건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다 할 것"이라며 "다시 한 번 지지하고 성원해주신 성북주민 여러분과 민주당원 여러분 고맙다"고 했다.
아울러 "이제 나는 내 재판에 충실하게 대처하려고 한다"며 "반드시 기필코 무죄를 증명하고 돌아오겠다. 내 정치의 시작이자 끝인 성북을 결코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웅래, 9일 만에 단식 중단.. 전략공천 받은 이지은 후보에 응원 문자도
컷오프에 반발해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던 노웅래 의원도 9일 만에 단식을 중단하며 사실상 컷오프를 수용했다.
앞서 노 의원은 지난달 22일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마포갑이 전략 지역으로 지정되자 이에 반발하며 국회 당 대표실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는 노 의원의 지역구에 영입인재인 이지은 전 총경을 공천했다.
노 의원은 지난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이 시간부로 단식 농성을 멈춘다"며 "민주당이 불공천 공천 논란의 여파로 총선에 패배하는 최악의 상황만큼은 막자는 것이 단식의 최종 목표였다"고 밝혔다.
그는 "제 단식에도 불구하고 부당한 공천을 시정하라는 요구에 지도부를 꿈쩍도 하지 않았다"며 "지도부가 이런 상황인식이라면 총선은 필패다. 총선에 패배할 경우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공천이 마무리되는 지금 저의 노력은 여기서 멈추지만 끝난 게 결코 아니다"라며 "이번 공천 과정을 통해 우리당이 자랑하는 공천 시스템에 허점이 있었고 그 허점을 악용하면 시스템이 변질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의 향후 정치 행보와 무관하게 무너진 공천 시스템 바로 세우기와 특정인이 공천을 좌지우지할 수 없도록 제도화하는데 앞장서는 일을 정치하는 동안의 최대 과업으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 후 노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탈당 여부에 대해 "부담을 갖지만 싸워보고 더 싸워보고 노력해 볼 생각"이라며 "구체적으로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판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현역 의원들을 교체시켰다면 자연스럽게 수십명이 물갈이 선순환이 됐을텐데 무리하게 공천 원칙과 기준을 무시하고 인위적으로 몇몇 사람이 공천 농단, 공천 횡단을 한 것이 문제"라며 친명계 지도부를 비판했다.
노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하는 이지은 전 총경에 응원 문자도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지은 전 총경은 6일 유튜브 김어준의겸손은 힘들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주 토요일에 노 의원이 입원하신 병원에 찾아갔는데 누군가 제가 병원에 왔다는 소식을 (노 의원에) 전한 것 같다"며 "처음으로 제게 답장을 주셨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이 전 총경에 "이지은 후보 반갑다. 나는 회복을 해야 하니 (병원에서) 나가서 보자. 민주당 후보니 뛰시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전 총경은 "그 말을 듣는데 본인도 마음이 안 좋으실 것이고 몸도 힘드실 텐데 저를 격려해주시니 울컥하고 감사했다"며 "그 답장을 받고 (마포갑에)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어제(5일)부터 퇴근 인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홍영표 끝내 탈당 "민주당 공천은 정치적 학살".. 설훈 등과 '민주연대' 추진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당의 컷오프 결정을 수용한데 이어 기동민 의원과 노웅래 의원도 잔류를 결정하며 민주당의 공천 파동은 수습 국면에 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공천 과정이 불공정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만큼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6일에는 친문 좌장 홍영표 의원이 이재명 대표를 향해 "저질 리더"라고 비난하며 탈당하면서 추가 탈당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홍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민주당 공천은 '정치적 학살'이다"라며 "어떠한 비판도 허용하지 않고 오로지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가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다"라고 이 대표의 리더십을 강하게 비판했다.
홍 의원은 "무도한 정권을 심판하는 것이 이번 총선이고, 반드시 야당이 승리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라며 "하지만 심판하고 견제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는 민주당은 총선 승리보다 반대 세력 제거에 몰두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 패배하면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민생은 더 힘들어질 것이며, 한반도 평화는 위기로 치달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민주당의 사당화 행태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 지도부의 공천과 관련해 "(이 대표의 공천은) 엉터리 선출직 평가부터 비선에서 한 것으로 의심되는 현역 배제 여론조사, 멀쩡한 지역에 대한 이유 없는 전략지역구 지정, 급기야 경선 배제까지, 일관되게 '홍영표 퇴출'이 목표였다"라며 "저만 그런 게 아니다. 지금 많은 후보들이 원칙 없는 사당화를 위한 불공정 경선에 분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그래서 저는 오늘 민주가 사라진 '가짜 민주당'을 탈당한다"며 "윤석열 정권, 검찰 공화국이라는 거악(巨惡)에 맞서기 위해 온갖 부당한 일들 속에서도 버텨왔지만, 부당한 공천, 막다른 길 앞에서 더 이상 제가 민주당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판단했다"라며 민주당 탈당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민주연대' 구상에 대해서 언급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 지키기와 이재명 당대표 지키기에 매몰된 거대 양당이 아니라 국민을 지키는 진짜 민주정당이 필요하다"며 "거친 광야의 길, 초심으로 돌아가 '상식과 연대'하고 시민과 손을 맞잡아, 그 따뜻한 온기로 세상을 바꾸겠다. 부당한 권력의 사유화, 사당화에 맞서 당당하게 맞서겠다"라고 말했다.
홍 의원의 이날 탈당 선언으로 총선을 앞두고 탈당한 현역 의원으 10명으로 늘었다. 민주당 비주류였던 이상민·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이 '이재명 사당화'를 비판하며 당을 떠났고, 김영주·이수진·박영순·설훈·이상헌 의원은 공천 심사 과정에 반발해 탈당했다. 홍 의원이 탈당계를 제출하면 민주당 현역 의원은 158명으로 줄어든다.
홍 의원은 먼저 탈당한 설 의원 등 현역의원 4명과 '민주연대(가칭)'을 구성해 총선을 준비할 계획이다.
홍 의원은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연대' 출범 준비와 관련해 "어제도 몇명 만났다. 이제 선거가 36일밖에 남지 않아서 내일부터 빠르게 진전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늦어도 다음주 초에는 진로나 해야할 일을 마무리 짓겠다"고 말했다.
민주, '사천 논란' 권향엽 전략공천 철회.. 현역 서동용과 경선
'사천 논란'에 휩싸인 권향엽 전 대통령비서실 균형인서비서관에 대한 전략공천(전남 순천광양구례곡성)을 철회하고, 현역 서동용 의원과 경선을 치르기로 했다.
민주당은 지난 2일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을 '여성전략특구'로 지정하고 현역인 서동용 의원을 컷오프했다. 서 의원은 그간 다른 예비후보에 비해 경쟁력 조사서 앞섰던 점을 강조하며 재심을 청구했다.
특히 권향엽 후보자가 이 대표의 부인 김혜경씨를 보좌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일각에선 이 대표 측근을 사천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불거졌다.
이에 이 대표는 5일 서울 영등포 일정에서 "1년 전에 마련한 시스템 공천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악의적인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권 후보자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보수언론이 최근 보도하는 '사천 논란'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전략공천 지정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5일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권향엽 후보가 당에 대한 애정으로 경선에 당당히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더 이상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단 대승적 결단으로 결선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 대변인은 최고위원들 사이에서 이번 결정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고 설명했다.
한 대변인은 "가짜뉴스에 의해 왜곡되고 허위사실이 유포된 상황에서 전략선거구를 변경하는 건 공천관리위원회, 전략공천관리위원회 판단 그리고 원칙에 어긋난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됐다"고 말했다.
이어 "호남의 여성정치, 또 당헌에 규정된 30% 여성 후보자 공천 관련 규정에도 부합하기 위한 결정이었음이 맞기 때문에 원칙대로 공천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가짜뉴스'의 책임을 묻기 위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일부 언론 관계자들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하겠다고도 밝혔다.
한 대변인은 "최고위는 권향엽 예비후보와 관련해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의 선대위, 공식직함인 배우자실 부실장을 마치 당시 후보 배우자의 비서로 표현을 하고 심지어 수행비서라고 표현하는 일부 언론까지 있었다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짜뉴스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선거범죄로 규정하며 이에 대해 엄정하게 법적책임을 묻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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