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정부의 최후 통첩에도 대다수 전공의가 의료 현장에 복귀하지 않으면서 제주지역 일부 수련병원의 병상 가동률이 절반 수준으로 급감하는 등 경영난에도 부딪힌 것으로 확인됐다. 전공의 이탈 상황이 가장 심각한 제주대학교병원은 의료 공백이 커지자 당장 이번 주부터 일부 병동을 통폐합하고 중환자실 병상도 축소하기로 했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1일을 기해 수련병원 전공의 정원이 새롭게 조정됐다. 기존 인턴과 레지던트들의 근로계약이 통상 2월29일을 기해 만료되기 때문이다. 각 수련병원은 기존 의료진 계약 만료에 대비해 연초부터 새로운 인턴과 레지던트를 선발해 새롭게 조정된 정원에 반영한다.
이에 따라 제주대학교병원 전공의 정원은 3월1일부터 95명에서 107명으로 조정됐다. 정원이 늘었지만 전공의 이탈 규모가 더 커지며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107명 중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에서 파견된 24명이 전부 무단 결근한 데 이어, 제주대병원 소속으로 3월1일부터 근무하기로 예정된 신규 선발 인턴 22명 중 19명이 임용을 포기했다.
나머지 61명은 제주대병원 소속 레지던트로, 이중 49명이 이날까지 출근하지 않다. 이에 따라 현재 병원을 지키고 있는 전공의는 15명으로 전체 정원의 14%에 불과하다.
계약 만료를 앞둔 레지던트 3~4년차 등 25명이 집단 휴진에 동참하지 않고 병원을 지켰던 지난달 말보다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됐다.
제주대병원은 도내 6개 수련병원 중 근무 전공의가 가장 많고, 이탈 상황도 가장 심각한 곳이다. 나머지 수련병원 전공의는 병원 별로 많게는 30명에서 적게는 2명 수준에 그친다.
전체 정원의 85%가 빠져나간 제주대병원은 남은 의료진으로 더이상 버터낼 재간이 없자 이번 주부터 간호·간병서비스통합병동을 2개에서 1개로 통폐합하고, 내과 중환자실 운영 병상 수를 20개에서 8개로 축소하기로 했다. 이미 제주대병원은 비상진료체계로 전환해 지난주부터 수술실은 12개에서 8개로 축소한 상태다.
제주대병원 관계자는 "교수와 전임의(레지던트를 마치고 수련병원에 남아 세부전공을 배우는 전문의)이 야간 당직 등 전공의 공백을 힘겹게 메우고 있는 등 업무 과부하가 심화해 더 이상 기존 숫자대로 병상을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중환자실의 경우 급박한 상황이 생기면 병상을 원래 수준으로 되돌리는 등 탄력적으로 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는 경영난까지 불러왔다. 의료진 공백으로 경증 환자를 받지 않고 중증 환자 위주로 병원을 운영하면서 병상 가동률은 70%에서 현재 38%로 급감했다. 상황이 가장 심각한 병동은 병상 가동률이 15%수준까지 추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뜩이나 지난해 300억원대 적자로 비상 경영체제를 준비 중이던 제주대병원으로서는 전공의 이탈로 병원의 존폐까지 걱정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병원 관계자는 "병원 최대 위기라고 할 수 있다"며 "정부가 이번 사태를 코로나 때와 준하는 상황으로 인식해 손실 보상금 지급과 같은 지원책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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