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전 감독은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H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6회 차범근축구상 시상식’에 참석해 “이 자리에 계시는 부모님들은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18명의 축구 꿈나무에게 상은 전달한 뒤 “오늘은 1년 중 가장 행복한 날 중 하루”라면서도 “그런데 오늘 축구 선수들을 키우는 학부모들과 무거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최근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 사이에 발생한 갈등에 대해 운을 뗐다.
앞서 한국 축구대표팀 이강인 선수가 다른 선수들과 요르단과의 준결승전 전날 탁구를 쳤고, 주장인 손흥민(토트넘)이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이강인과 몸싸움이 일어나 손가락을 다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차 전 감독은 이러한 상황을 두고 “최근 많은 선수가 유럽에 진출하는 모습을 보고 뿌듯하면서도 서로 다른 문화를 경험하고 있는 세대 간 갈등을 잘 풀어야 한다는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며 “이러한 우려에도 적극적으로 교육할 생각을 안 하고 뒤로 물러나 쉬어도 된다는 부끄러운 생각을 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유럽에서는 선후배, 어른과 아이 구분 없이 모든 사람들이 동등한 관계를 유지한다”며 “어린 선수들은 자신이 경험한 문화를 자연스럽게 배우고 닮아갈 수밖에 없다. 이제 한국 축구는 동서양 문화 차이와 함께 세대 간의 격차까지 더해진 중요한 시기를 맞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차 전 감독은 ‘겸손’과 ‘희생’이라는 동양적 가치관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요즘 젊은 세대는 겸손이나 희생이라는 덕목을 고리타분하게 여길 수도 있지만 이런 인간관계는 한국인의 고유한 특성”이라며 “유럽에서 성공한 박지성 선수와 내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차 전 감독은 축구 꿈나무들이 올바른 길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학부모와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아이들이 겸손과 배려라는 중요한 가치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아이들이 실수로 쓰레기를 버리더라도 주변에 있는 어른들이 이를 주워 다시 아이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안컵 이후 이강인 선수가 여론의 비판받는 상황에 대해 “이걸 가르치지 못한 이강인 선수의 부모님과 나 모두 종아리를 맞아야 한다”면서도 “그래도 손흥민 같은 주장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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