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근들어 남성이 다수였던 스포츠 경기장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찾는 여성팬이 늘어나면서 프로팀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지에도 응원글을 다는 여성팬이 많아졌다.
얼마 전 끝난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4강 진출에 그치는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대회에서 주목받은 소식 중 하나는 이전보다 확연히 늘어난 것으로 보이는 한국의 여성팬들이었다.
축구뿐만이 아니다. 20~30대 남성이 주 소비층이었던 e스포츠의 영역에서도 여성팬이 확연히 증가했다.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LoL) 2023 월드 챔피언십 대회(롤드컵)의 경우 결승전이 열렸던 고척돔은 물론 거리 응원이 펼쳐진 광화문광장에도 많은 여성팬이 몰렸다.
"기성용 선수가 좋아서"… FC서울 팬 된 여성
FC서울이 왜 좋은지 묻자 그는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기성용 선수에게 빠지며 축구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해 기성용이 FC서울과 수원삼성의 경기에 친정팀 서울을 응원하기 위해 방문했다"며 "기성용을 보고 싶어서 경기를 보러 갔는데 박진감 넘치는 경기와 열정적인 현장 분위기에 매력을 느껴 FC서울 팬이 됐다"고 답했다.
팀 관련 굿즈도 많이 산다. 그는 "정말 갖고 싶었던 기성용의 유니폼은 등번호와 풀마킹을 해서 소장용으로 갖고 있다"며 "이외에도 머플러, 티셔츠, 키링 등 경기장을 찾을 때마다 구단 팬 숍에 방문하고 맘에 드는 제품이 있으면 사는 편"이라고 밝혔다.
장씨는 "예전엔 주변에 축구를 좋아하는 여자친구들이 많지 않아서 아쉬웠는데 이제는 확실히 많아졌다는게 체감된다"며 "국가대표팀 경기만 보는 친구들도 직접 서울 경기를 보러가자고 설득해서 팬을 만들기도 한다"고 웃어보였다.
이어 "구단은 K리그를 선도하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황인범, 제시 린가드 등 스타급 선수 영입에 힘을 쏟고 있다"며 "그러다 보면 여성팬을 비롯해 자연스레 많은 관중이 찾아주실 것이고 팀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방향성을 밝혔다.
그는 "지난해 달성한 리그 최다 관중 기록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특히 올해 잉글랜드 프로축구리그(EPL) 출신인 린가드의 영입과 포항에서 우수한 성적을 기록한 김기동 감독의 부임은 새로운 팬이 유입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LoL에 진심인 그녀들… "매 경기 직관하고픈 마음" 최근 리그 오브 레전드(LoL) 프로팀 T1의 팬이 됐다는 A씨(23·대학생)와 B씨(23·대학생)는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인 죽마고우다. A씨가 지난해 T1이 세계대회(롤드컵)에서 우승하는 과정을 보며 먼저 팬이 됐고 친구가 팬이 된 것을 옆에서 지켜본 B씨도 올해부터 새롭게 팬이 돼 T1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A씨는 "평소 T1의 경기를 거의 다 챙겨본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직관을 너무 하고 싶어서 이번 봄 시즌 개막전부터 지속적으로 티케팅을 시도했는데 매번 실패했다"며 "오늘 경기(21일 5시 LoL 파크에서 열렸던 T1과 농심 레드포스의 경기)도 취소표를 겨우 구해 직관을 올 수 있었다"고 행복해했다.
B씨는 "유니폼을 너무 사고 싶었는데 선착순으로 가입하는 멤버십을 놓쳐서 유니폼도 살 수가 없었다"며 "그래서 지금 입고 있는 후드티와 가방만 대안으로 샀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들은 주변에 LoL을 보기 시작한 여성팬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지난해 롤드컵이 워낙 이슈가 되기도 했고 페이커(이상혁) 등 슈퍼스타들이 다양한 예능에 출연하며 관심도가 높아져서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여성팬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 관계자는 e스포츠가 게임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로 인지되기 시작한 게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해 아시안게임과 롤드컵을 거치면서 e스포츠의 인지도가 더 높아졌다는 것.
그는 "(e스포츠) 선수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고 관련 소식을 뉴스에서 접할 수 있다"며 "마니아만의 문화가 아니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자연스럽게 흥미를 가진 여성이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e스포츠씬은 스포츠와 아이돌 팬문화가 서로 섞여있는 독특한 환경이다"고 설명했다. 팀은 팬과 접점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선수도 주기적으로 개인방송을 통해 팬과 교류하고 있다. 그는 "본인이 좋아하는 선수를 직접 보고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용이한 점도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e스포츠만의 특징을 전했다.
지난해 롤드컵 결승전(한국팀인 T1과 중국팀인 WBG가 맞붙었고, T1이 3:0으로 승리하며 2년 연속 한국팀이 롤드컵에서 우승했다) 응원전이 열렸던 광화문 거리응원에 대해 "서울시의 적극적인 협조로 가능했던 전례없는 이벤트였다"며 "e스포츠 이벤트가 광화문에서 열린 것은 최초이기도 해서 그 의미가 더 컸다"고 말했다. 그는 이외에도 팬들이 e스포츠를 더욱 즐겁게 경험할 수 있는 쪽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포츠를 응원하는 다양한 방법… 새로운 문화의 탄생
특히 여성팬들은 아이돌 팬 문화를 스포츠 응원 문화에 접목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스포츠 응원 문화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선수들의 지하철 생일 축하 광고나 SNS 상의 다양한 인증샷 등이 대표적이다.
새로운 문화의 탄생은 많은 소비와 공급을 불러일으키고 해당 산업이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 다양한 스포츠를 좋아하는 팬의 한 사람으로서 응원문화가 더 발달해 우리나라 스포츠 산업이 성별·세대를 가리지 않고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Copyright ⓒ 머니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