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장재현 감독 "매번 진화했다는 말, 나의 원동력" [D: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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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 장재현 감독 "매번 진화했다는 말, 나의 원동력" [D:인터뷰]

데일리안 2024-02-25 11:25: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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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만에 100만 돌파

장재현 감독의 신작 '파묘'가 개봉 첫 날 33만 명을 동원해 기분 좋은 출발을 알린 것에 이어 3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입소문을 탄 '파묘'는 24일 일일 관객 수 72만 명까지 오르며 승승장구 중이다. '서울의 봄' 이후 침체됐던 한국 영화에 제대로 기운을 불어넣었다.

'검은 사제들', '사바하'로 한국 오컬트의 새 역사를 썼던 장재현 감독은 이번에 풍수지리와 무속신앙을 소재로 한 '파묘'로 자신의 입지를 다시 한 번 증명 받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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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로, 장재현 감독은 실제 장의사와 동행하며 열 다섯 번의 이장(移葬)에 참여하며 지금의 이야기 오컬트와 역사관을 품은 뼈대를 머릿 속으로 구상했다.

"전 소재에 접근할 때, 겉모습의 표피를 보기보단, 코어를 보려고 해요. 어느 날 급하게 새벽에 장의사 분에 이장하러 간다고 함께 가자고 하더라고요. 상주가 갑자기 뇌졸중이 왔다고요. 그래서 가보니배수공사가 잘못돼서 물의 방향이 바뀌어 관에 물이 들어왔더라고요. 장의사 분이 그 자리에서 파묘해 관을 열고 토치로 그 자리에서 급하게 화장을 했어요. 그날 느꼈던 게 파묘라는 게 과거를 들춰서 잘못된 걸 꺼내 없앤다는 정서였어요. 그래서 우리나라 땅을 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보면 우리가 피해자고, 상처와, 트라우마가 있으니, 그걸 파묘해버리자 싶었죠. 발바닥에 있는 티눈까지 꺼내 레이저로 지지는 느낌으로 말이죠."

전작과는 달리 이번 작품은 그에게 도전과도 같았다. 작업 방식부터 싹 갈아치우며 '파묘'의 기운을 카메라에 담고자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지금까지는 시나리오를 쓰고 콘티를 그려 이어붙였어요. 그런데 이번 영화는 그렇게 만들지 않았어요. 그림보다는 감정과 기분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었어요. 기운이 중요한 영화인 거죠. 그런데 기운을 어떻게 찍을 수 있을까 이모개 촬영 감독님과 고민하다 콘티를 그리지 말고 장면을 엄청 많이 찍어 이어붙여 보기로 했죠. '황해'와 '아수라'가 그런 느낌의 영화거든요. 그렇게 느낌으로 편집을 하니 매일 편집이 달라졌어요. 힘들었던 과정이라 다신 안 하고 싶네요.(웃음)"

장재현 감독은 소문난 입담 소유자에 기독교 신자다. 오컬트 장르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배제되는 사회에 반기를 들고 싶었다.

"저는 생각보다 밝은 사람이라 반대로 그로테스크한 걸 어려서부터 동경한 것 같아요. 그런 이야기들이 재미있어요. 제 영화를 보면 어두운 세계관이지만 캐릭터는 밝아요.기본적으로 밝은 사람들이 어두운 곳에 들어가는 걸 좋아해요. 사회 생활하며 보고 듣고 느낀 게,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 의리, 정 이런 걸 이야기하는 건 교회밖에 없어요. 사회에서는 쓸모를 이야기하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에 반발심이 생겼죠."

그는 당초 '파묘'는 현재보다 더 음흉한 공포 영화로 만들 생각이었단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많은 관객들은 장재현 감독이 만든 작품들을 공포 영화라고 정의하지만, 사실 장재현 감독은 전작은 물론 '파묘'가 공포 영화는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묘’는 원래 공포 영화로 만들려고 했는데 코로나가 터진 거죠.그 때 극장 망할까 봐 매일매일 갔어요. 그 때 유럽의 웃긴 영화들이 개봉하고 있더라고요. 블록버스터들은 다 개봉을 미루고요. 그래서 '파묘'를 우울한 거 말고 화끈한 거 만들어야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주인공들이 바뀌었어요. 플롯도 달라졌고요. 만약 공포 영화로 만들었다면 주인공은 박지용이 됐을 겁니다. 공포영화는 피해자 플롯으로 가야 재미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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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에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나라의 정기를 끊기 위해 일본인들이 박았다는 '쇠말뚝 설' 가져오면서 많은 관객은 반일 코드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본에 포커스를 맞추기보다는, 우리 땅에게 집중했어요. 우리 세대가 힘을 합쳐서 개운하게 한 번 뽑아내 보자 이런 식으로요. 일본에서 잠시 모셔온 그 존재는 괴기스럽게 보여주기는 보다는, 은유적인 상징과 이미지로 표현하고 싶었고요. 옆 나라에 어떤 감정을 주고 싶지는 않았어요."

영화는 1장부터 6장까지 주제가 나뉜 막으로 설계됐고, 캐릭터들의 내레이션이 친절하게 영화의 세계관을 설명한다. 이처럼 설계한 이유가 궁금했다.

"시나리오 때 막을 없애기도 해봤어요. 시나리오 때는 굳이 나누지 않았는데 편집하고 보니 복선으로 미리 던져주는 게 영화가 친절할 것 같았어요. 그런 이유로 텍스트들을 넣는 게 전체적인 편집 방향에서 더 괜찮았어요. 내레이션은 음양오행, 음양은 무속, 오행은 풍수사, 장의사 이 세계관을 잡아줄 겸, 뒷 부분 내레이션을 위해 필요했기에 앞 부분도 넣었어요. 이것도 넣어보기도 하고 없애도 봤는데 넣는게 이득이 더 컸습니다."

'파묘'는 개봉에 앞서 지난 16일(현지시간)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섹션에 공식 초청돼 월드 프리미어를 진행했다. 우리나라 무속신앙과 역사에 대해 현지인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처음에 걱정을 하긴 했는데 서양인들은 역사를 두려워하지 않더라고요. 또 서양에 미라, 뱀파이어 등이 있으니 동양 뱀파이어구나 정도로 받아들이고 재미있게 즐겨준 것 같아요."

최민식은 김고은을 '파묘'의 손흥민, 메시로 표현했고, 관객들 역시 무당으로 열연한 김고은을 향한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장재현 감독도 감탄만 늘어놨다며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김고은의 진가는 후반부에서 발휘됐어요. 굿 퍼포먼스가 강렬하니까 그 부분을 많이 말씀하시는데 후반에 두려우면서도 자기 중심을 지키면서, 그 감정을 외국어로 표현하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에요. 베테랑 밖에 못하죠. 우리나라에 이런 배우가 있다는 게 자랑스러워요."

영화 후반부, 일본의 정령이 등장하며 극의 흐름이 바뀐다. 이를 두고 호불호가 갈리지만 장재현 감독은 주제와 어울리는 지금의 이야기 구조가 가장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다.

"앞의 이야기가 사실 연막탄이잖아요. 그래서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는 대사처럼 영화도 허리를 끊는 구조로 만들었어요. 사실 (두 가지 이야기를) 섞으면 어렵지 않죠. 그런 구조의 영화도 많이 봤고요. 저는 진보했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도전을 하고 나아가야 했죠. 그 결과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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