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사제들', '사바하'로 독자적인 오컬트 장르를 구축해 온 장재현 감독이 '파묘'로 돌아왔다.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다.
오컬트 장르라고 하면 매니악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장재현 감독의 전작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가 오컬트 장르 본연의 색깔에 집중했다면, '파묘'는 좀 더 대중적인 취향에 포커스를 맞췄다. 작품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도 좀 더 직관적이며, 심약한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내용을 즐길 수 있다.
'파묘'는 우리에게 친숙한 문화인 풍수지리와 무속신앙, 장례 문화 등을 다뤘다. 죽음을 대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본 정서를 담았기에 전문적인 지식 없이도 '파묘'가 전하는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 어려움이 없다. 낯선 소재 같지만 일상에서 한 번 쯤 접해봤을 법한 익숙한 이야기로 관람 욕구를 강하게 일으킨다.
배우 최민식을 필두로 유해진, 김고은, 이도현이라는 믿음직한 조합 또한 '파묘'의 강점 중 하나로 작용한다. 134분이라는 러닝타임의 장벽도 배우들의 열연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린다. 배우들은 작품 내내 긴장감의 끈을 팽팽하게 유지하며 관객들을 총 여섯 개의 장으로 이뤄진 이야기 속으로 이끈다.
'파묘'는 배우들의 연기만으로도 볼 가치가 충분하다. 존재만으로도 캐릭터를 땅에 붙여 놓는 최민식과 유해진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으며, 두 사람이 입이 닳도록 극찬한 김고은과 이도현의 캐릭터 플레이도 경험할 수 있다.
이야기는 무당 화림(김고은 분)과 봉길(이도현 분)이 미국에 사는 부유한 사내에게 의뢰를 받는 데서 시작한다. 사내는 자기 집안 장손에게 대물림되는 기이한 병을 치료해달라 부탁하고, 화림은 사내의 할아버지가 이승을 떠나지 못해 일어나는 현상임을 알아차린다.
결국 화림은 사내의 할아버지가 묻혀 있는 한국의 묫자리를 파헤치기로 결정했고, 화림은 이 방면에 전문가인 풍수사 상덕(최민식 분)과 장의사 영근(유해진 분)과 함께 파묘를 진행한다. 하지만 의뢰인 가족들은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고, 부유한 집안의 상태와 달리 묫자리를 '악지'에 방치되다시피 놓여 찜찜함을 더한다.
누울 자리를 봐 달라는 부탁을 들으면 일단 단가부터 계산하는 속물근성을 지닌 상덕이지만, 자연과 땅에 대한 철학만큼은 절대 타협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오랜 세월 땅으로 밥 벌어먹고 살았던 사람의 고집이 절로 묻어난다.
이러한 상덕의 우려는 곧 현실로 나타난다. 땅 속 관에 갇혀 있던 '험한 것'이 세상 밖으로 나오며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수상했던 의뢰인 가족의 비밀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상덕과 영근, 화림과 봉길은 더 큰 진실과 마주한다. 파묘된 묫자리를 중심으로 믿음과 책임, 의무감 등이 복잡하게 얽히며 이야기의 후반부가 완성된다.
이처럼 '파묘'는 장재현 감독이 곳곳에 심어놓은 단서들을 모아가며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잇는 흥미로운 과정들을 만나게 된다.
'파묘'는 풍수지리와 무속신앙의 신비하고 영험한 현상에 기대는 게 아닌, 결국 이 땅에 발을 붙이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때문에 장르적 특성을 떠나 작품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관객에게 더욱 현실적이고 직관적으로 다가온다.
장재현 감독이 트라우마 많은 이 땅에 어떻게 빨간약을 바르는지는 현재 상영 중인 '파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진=쇼박스 제공
조정원 기자 jjw1@hanryutimes.com
Copyright ⓒ 한류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