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가 오는 20일(현지시간) 영국 고등법원으로 향할 예정이다. 미국으로의 송환을 막아달라는 그의 마지막 법정 싸움이 될 수 있어 보인다.
2019년부터 영국에서 수감 생활 중인 어산지는 지난 2010년과 2011년 군사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미국 정부로부터 기소된 상태다.
줄리안 어산지는 누구며, ‘위키리크스’란?
어산지는 10대 시절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유명해졌다.
호주 출신인 어산지는 1995년 호주 법원을 해킹하며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나, 다시는 이 같은 일을 벌이지 않겠다고 약속하며 징역형을 피했다.
그러던 2006년, 어산지는 웹사이트 ‘위키리크스’를 설립했다. 전쟁, 간첩 행위, 부정부패와 관련된 수많은 기밀 및 공식 보고서를 포함한 문서 1000만 건 이상을 폭로했다고 주장한다.
2010년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민간인 18명이 사살당하는 장면이 담긴 미군 헬기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또한 위키리크스는 육군 정보 분석병이었던 첼시 매닝이 제공한 기밀문서 수천 건도 공개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중 미군이 민간인 수백 명을 살해하고도 보고되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내용이었다.
위키리크스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반응은?
2019년 미 법무부는 이러한 유출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밀 유출 사건 중 하나"라고 묘사했다.
미 당국의 변호인단은 이번 기밀 유출로 인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내 익명의 개인들이 "심각한 피해, 고문을 당하거나, 심지어 사망할 위험"에 처했다고 비난했다.
반면 어산지는 미군의 권력 남용을 폭로한 것이며, 정치적 동기에 따른 기소라고 맞섰다.
어산지에겐 민감한 정보를 손에 넣고자 군사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침입을 공모한 혐의가 적용됐다. 미 정부는 총 18개 혐의로 어산지를 기소하는 한편, 영국에서 데려오기 위한 범죄인 인도 절차를 시작했다.
어산지의 변호인에 따르면 미국으로 송환 후 유죄 확정 시 최대 징역 175년 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미 정부는 징역 4~6년 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미국으로 송환되지 않은 이유는?
지난 2019년 미국 정부가 영국에 요청한 송환 요청은 다수의 법원 심리 끝에 승인됐으나, 어산지는 이를 막고자 몇 년간 법정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어산지는 2019년 별도의 범죄 혐의로 보안이 엄격한 런던 벨마쉬 교도소에 수감됐는데, 도주 전력이 있다는 이유로 미국으로의 송환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지금까지 그곳에 수감 중이다.
2021년 영국 고등법원은 정신 건강 상태가 불량해 미국 교도소에서 극단적인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수 있다는 어산지 측의 주장을 기각하고 그를 송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2022년 영국 대법원이 해당 판결을 지지했고, 프리티 파텔 당시 내무장관도 송환 명령을 확정했다.
그리고 오는 20일과 21일, 어산지는 영국 고등법원에 다시 출석해 파텔 전 장관의 결정과 2021년 내려진 법원의 송환 판결에 이의를 제기하며 검토를 요청할 예정이다.
어산지의 지지자들은 이번이 어산지의 마지막 법정 싸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한편 어산지의 변호인단은 지난 2022년 ‘유럽인권재판소’에 어산지의 사건을 심리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으나, 심리 없이 기각됐다.
주영 에콰도르 대사관에 살았던 이유는?
지난 2010년, 스웨덴 당국은 어산지가 스웨덴에 머물 당시 한 여성을 성폭행하고 또 다른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혐의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어산지는 “근거 없다”고 반박했다.
스웨덴 측은 영국 당국에 어산지의 송환을 요청했고, 이에 어산지는 체포됐으나, 이후 보석으로 풀려나게 된다.
2년간의 법정 공방이 이어졌으나, 2012년 영국 대법원은 심문을 위해 그를 스웨덴으로 인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어산지는 해당 사건으로 결국은 미국으로 송환될 수 있다며 주영 에콰도르 대사관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다. 위키리크스를 지지하던 라파엘 코레아 당시 에콰도르 대통령은 망명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어산지는 7년 동안 런던 소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살았다. 그동안 가수 레이디 가가, 배우 파멜라 앤더슨 등 유명 인사들이 자주 그를 방문했다.
그러던 2019년 4월, 코레아 대통령의 후임인 레닌 모레노 대통령은 어산지의 "무례하고 공격적인 행동"을 이유로 어산지에게 대사관에서 나가달라고 명령했다. 그의 개인위생에 불만이 제기됐으며, 그가 대사관의 비밀 파일에 접근했다는 주장이었다.
결국 어산지는 대사관 내에서 영국 경찰에 의해 체포됐으며, 스웨덴으로의 송환을 위해 법원에 자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졌다.
어산지는 보석 석방 조건 위반을 이유로 징역 50주를 선고받았다.
같은 해(2019년) 11월, 스웨덴 당국은 범죄 혐의 발생 후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다는 이유로 어산지에 대한 소송을 취하했다.
줄리안 어산지의 아내, 스텔라 어산지는 누구?
지난 2022년, 어산지는 벨마쉬 교도소 내에서 오랜 연인이었던 스텔라 모리스 변호사와 결혼했다.
이 둘의 관계는 2015년부터 시작됐으며, 스텔라는 어산지가 에콰도르 대사관에 머물던 당시 두 자녀를 출산하기도 했다.
스텔라는 어산지의 송환 반대 운동에 참여해 온 패션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디자인한 웨딩드레스를 입었다.
당시 결혼식엔 두 자녀와 함께 어산지의 부친과 형제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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