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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정재호 기자 = 위르겐 클린스만(60·독일)의 경질로 공석이 된 한국 남자축구대표팀 차기 감독 인선 작업이 빠른 속도로 진행될 예정이다. 바짝 다가와 있는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일정 때문에 차기 사령탑은 국내파로 유턴할 공산이 크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지난 16일 임원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차기 감독 선임 부분과 관련해 "전력강화위원회를 구성해 조속히 선임하겠다"라고 발표했다. 당장 대표팀은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 3월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태국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3차전을 앞뒀기 때문이다. 이어 26일 태국 방콕으로 건너가 태국과 원정 4차전을 갖는다. 2차 예선에서 가장 까다로운 태국과 2연전은 중요하다.
따라서 차기 감독 인선은 늦어도 3월 초에는 끝나야 한다. 대표팀 소집일인 3월 18일인데 일주일 전인 3월 11일에 명단을 내놓는다고 볼 때 주어진 시간은 불과 2~3주다.
결국 이번에는 국내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을 확률이 매우 높다. 축구계에 따르면 대한축구협회가 클린스만 후임으로 국내파를 선임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전·현직 K리그 감독들과 과거 대표팀을 이끈 경력의 감독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유력 후보군에는 K리그 현직인 홍명보 울산 HD 감독, 김기동 FC서울 감독을 비롯해 최용수 전 FC서울 감독, 황선홍 올림픽 대표팀 감독 등이 망라되고 있다.
차기 감독에게는 최악의 상태로 망가진 팀워크를 조속히 정상화시켜야 할 큰 숙제가 주어진다. 클린스만 감독 체제 하에서 불거진 주장 손흥민(32·토트넘)과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의 대립 등 팀 내분을 단시간 내에 추슬러야 한다. 기존 대표팀에는 연령별로 그룹이 나뉘어져 서로 소통이 안 되고 대립하는 양상이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따라서 차기 감독은 이를 단번에 바로잡는 강력한 카리스마가 필수적이다.
홍 감독은 울산 부임 첫 해인 2021시즌 2위의 아쉬움을 딛고 2년 연속 K리그 우승으로 이끌며 지도력을 입증했다. 2002 한일 월드컵 당시에는 주장으로 경기장 안팎에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통해 선수단을 하나로 뭉치는 역할을 했다. 최용수 전 감독은 2012시즌 FC서울의 K리그 우승을 이뤘고 2013년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2015년 FA컵 우승을 차지하며 K리그 명장 반열에 올랐다. 독수리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 강한 개성과 카리스마의 소유자다.
김기동 감독은 포항 스틸러스 지휘봉을 처음 잡은 2019년 정규리그 4위를 시작으로 지난 시즌 2위까지 5시즌 동안 꾸준히 발전하는 리더십을 보였다. 이 기간 K리그에서 포항보다 좋은 성적을 거둔 팀은 전북 현대와 울산 HD 뿐이다. 2023년에는 FA컵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올렸다. 김 감독은 선수들 사이에서 형님 리더십으로 통한다.
황 감독은 현역 시절 4차례나 월드컵 무대에 출격한 한국의 간판 스트라이커였다. 은퇴 이후 전남에서 코치 생활을 시작한 그는 포항 감독으로 두 차례 FA컵 우승(2012·2013년)과 한 차례 리그 우승(2013년)을 일궈냈다. 황 감독은 끊임없이 노력하는 학구파로 다양한 전술변화에 능하다. 또 선수들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삼촌 리더십'을 통해 강함보다는 부드러움으로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지도자라는 평가다.
차기 감독 선임과 함께 축구계에는 정몽규 회장의 4선 도전 여부도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정 회장은 클린스만 경질 관련 기자회견에서 내년 4선 도전 여부를 묻는 질문에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에서 4연임 제한을 승인하지 않았다"며 책임을 문체부로 떠넘겼다. 정 회장의 4선 가능성에 대해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17일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개막식 자리에서 "내가 있을 때 바뀐 게 아니라서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다"며 "어쨌든 일을 잘하는 게 문제"라며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경질 여론에 관계없이 정 회장은 5월 태국에서 열리는 AFC 집행위원 선거에서 동아시아 지역 선거구 단독 입후보자여서 4선 도전이 유력하다. 정 회장은 2021년에도 국제축구연맹(FIFA) 평의회와 AFC 부회장 등의 활동을 근거로 재임으로 제한된 대한체육회 규정을 통과해 3선에 성공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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