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UN)이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 남부 라파에서 대규모 군사 작전을 실시할 경우 재앙과도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 경고하고 나섰다.
하마스에 대한 공세 확대에 앞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자국군에 라파 내 민간인 대피를 준비하라고 명했다.
하마스의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 11일(현지시간) 밤 발생한 이스라엘의 라파 공습으로 최소 67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은 인질 2명을 석방하기 위한 기습과 함께 진행된 “일련의 공습”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은 라파가 하마스 대원들의 마지막 남은 거점이라 주장하는 한편, UN은 가자 지구 주민의 절반 이상이 이곳으로 머물고 있는, 구호 활동의 중심지라고 말한다.
국제 사회에서도 라파 공습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라파는 어디이며, 이곳의 역사 및 피난민들의 상황에 대해 살펴봤다.
'라파'는 어디?
라파는 가자 지구 최남단 도시다. 라파 도시 자체가 가자 지구와 이집트의 경계선으로, 라파주는 이집트 및 이스라엘과 접하고 있다.
현재 이곳에 머무는 팔레스타인인은 15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는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습이 시작되기 전보다 5배나 늘어난 규모다.
면적은 약 60㎢로, 미국 뉴욕주 뉴욕 맨해튼 자치구와 비슷한 크기다.
라파에는 가자 지구와 이집트를 잇는 유일한 검문소가 자리하고 있는데, 지난 수십 년간 가자 지구로의 구호 물품 수송 통로로 이용된 곳이다. 이번 전쟁 전까지만 해도 물품을 실은 트럭 수백 대가 매일 이 곳을 통해 가자 지구로 들어왔다.
과거 이곳 경계선 지하엔 밀수 터널 수십 개가 존재했다. 가자 지구로의 물자 유입을 제한한 이스라엘-이집트 봉쇄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따라 라파는 무역 및 경제적 요충지가 됐다.
이집트 군 당국은 최근 몇 년간 밀수를 막고 있으며, 이러한 터널도 파괴했다고 주장하지만, 얼마나 많은 터널이 남아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라파의 역사
라파는 고대부터 이어진 도시로, 이집트, 아시리아, 그리스, 로마에 정복된 바 있다.
그러다 1917년부터 이스라엘이 건국된 1948년까지 영국이 통치했다.
이후 아랍 국가들과의 전쟁이 벌어졌으며, 아랍 전쟁 이후엔 가자 지구 내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이집트의 영토가 된다.
그 후 1967년 ‘6일 전쟁’으로도 알려진 제3차 중동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 이집트의 시나이반도는 물론 서안지구, 골란고원, 동예루살렘을 모두 점령했다.
이후 1979년, 이집트와 이스라엘은 평화 조약을 맺어 시나이반도를 이집트로 반환했다. 라파는 분단돼 일부는 이집트가, 일부는 이스라엘이 점령한 가자 지구에 속하게 됐다. 라파를 가로지르는 철조망 경계선으로 이산가족이 생겨났다.
가자 지구 내 다른 여러 지역과 마찬가지로 라파엔 1948년 아랍-이스라엘 전쟁 당시 피난 오거나 혹은 강제로 쫓겨난 팔레스타인인 난민 수천 명과 그 후손들이 살고 있다.
라파의 현재 상황은?
UN에 따르면 현재 가자 지구 주민의 절반 이상이 라파에 밀집해 있다. 마틴 그리피스 UN 인도주의 사무차장은 난민들의 생활 환경이 “최악”이라고 표현했다.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생필품이 부족하며, 배고픔과 질병 및 죽음에 쫓기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난민들은 길거리와 학교 건물, 텐트에서 생활하고 있다. BBC가 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위 사진 참조), 이번 전쟁 발발 이후 라파엔 텐트 수가 대거 늘어났다.
한편 아부 루시디 아부 다킨은 이스라엘군의 남하 명령에 북부에서 피난 온 이들 중 하나다.
라파를 향한 이스라엘의 공습 위협을 전해 들은 아부 다킨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고통받고 있다”면서 “(북부의) 가자시티를 떠나 하마드로 갔다가, 칸 유니스로, 다시 칸 유니스에서 라파까지 왔다. 그런데 얼마나 더 해야 하나”고 물었다.
많은 난민들이 BBC에 이스라엘과 가까운 동쪽에서 “침공”해올까 두렵기에 라파에서도 지중해와 가까운 서쪽에 머무르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라파엔 라파 중앙 병원, 쿠웨이트 전문 병원, 아부 유세프 알 나자르 병원 등 병원 몇 곳만 운영 중이며, 운영 중인 병원들도 기초적인 의료 물자와 전력이 부족해 고군분투 중이다.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네타냐후 총리가 라파에 대한 공습을 경고하고 나면서 많은 난민들이 아부 다칸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모든 가자 지구 주민들이 이곳에 몰려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갈 수 있나요?”
한편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으로 1200명이 사망하고 250여 명이 인질로 잡힌 이후 이에 대한 보복을 이어가고 있는 이스라엘 측은 이번 작전에서 민간인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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