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인터뷰] 김희애 "술·영어·자전거, 인생 즐기는 중…나문희 선생님처럼 돼야죠"

[NC인터뷰] 김희애 "술·영어·자전거, 인생 즐기는 중…나문희 선생님처럼 돼야죠"

뉴스컬처 2024-02-10 00:05:00 신고

영화 '데드맨' 김희애. 사진=콘텐츠웨이브(주)

[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인생, 즐기면서 일 해야죠. 안 그러면 너무 허무하잖아요."

198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안방극장 최고 시청률을 견인하고, 결혼 이후 공백기를 거쳐 재기한 이후에는 더욱 넓어진 연기 스펙트럼을 과시하며 명불허전 최고의 여배우임을 입증했다. 데뷔한 지 42년, "영화판에서는 성장하고 있는 배우"라고 겸손하게 말하는 배우 김희애를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희애는 봉준호 감독 영화 '괴물'의 공동집필자인 하준원 감독의 첫 연출작 '데드맨'으로 스크린에 컴백했다. '데드맨'은 이름값으로 돈을 버는 일명 바지사장계의 에이스가 1천억 횡령 누명을 쓰고 '죽은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 후, 이름 하나로 얽힌 사람들과 빼앗긴 인생을 되찾기 위해 추적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김희애는 극 중 정치컨설턴트 '심 여사' 역할을 맡아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대본을 재미있게 읽었다는 김희애는 "감독님이 5년 동안 조사해서 자신이 생각한 이야기를 써 내려간 것이 흥미로웠다. 제가 연기한 심 여사가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끝까지 모르겠더라.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앞서 김희애는 지난해 4월 공개된 넷플릭스 '퀸메이커'에 출연한 바 있다. 이 작품 역시 '정치'를 소재로 했다. 이와 관련해 김희애는 "'데드맨'의 심 여사는 '퀸메이커'의 황도희와는 다른 인물이다. 심 여사는 강한 힘으로 정치판을 손아귀에 쥐고 있다"라며 "보통 작품 안에서 남성이 강한 것과 비교해 '데드맨'에서는 심 여사가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 배우로서 카타르시스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희애는 "배우로서 장점이기도 한데, 대리만족이 있었다. 제가 언제 그 정도의 파워를 가진 여성의 인생을 살아보겠나"라며 웃었다.

계속해서 김희애는 "'데드맨'에 이어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돌풍' 역시 정치 스릴러다. 3선 국회의원에 경제 부총리까지 지낸 정수진이라는 인물을 맡았다. 인생의 정점에서 설경구씨와 피터지게 싸운다"라며 "'정치'라는 소재는 같지만 모두 다른 이야기다. '퀸메이커' '데드맨' '돌풍'까지 출연하면서, 작품마다 다른 이야기로 풀어가는 것이 흥미로웠다"고 전했다.

김희애는 이번 '데드맨'에서 우아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심 여사'를 제 옷을 입은 듯 소화했다. 그런데도 줄곧 자신의 연기와 관련해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김희애는 "사실 제 작품을 잘 못 본다. 모니터도 제대로 안 하는 편"이라며 "늘 '다음엔 조금 더 잘해야지'라고 생각한다. 작품을 할 때마다 연기에 정답이 없다는 걸 느낀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배우 김희애. 사진=콘텐츠웨이브(주)

방송을 비롯해 공식적인 행사, 그리고 이날 인터뷰까지 김희애는 말 한마디를 할 때마다 특유의 우아한 이미지를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많이 보여드린다고 하는데, 더 까야 하나 보다"라며 웃었다. 

이어 김희애는 "'데드맨' 홍보를 하면서 예쁜 옷을 입고, 집에 있을 때랑 다른 모습 이 되니까 새삼 배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라며 "동시에 '나는 뭐가 진짜지?' 싶었다. 평상시에 나는 안 그런데, 대중을 속이고 있는 걸까? 안 우아한데 왜 그렇게 생각할까"라고 말했다.

또 김희애는 "우아하게만 있으면 정신병에 걸릴지 모른다. 집에서 저는 청소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빨래도 한다. 어떻게 하면 화장실 청소를 깨끗이 할까 고민하며 살고 있다. 배역 때문에 많은 분이 오해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와 함께 '술' 이야기가 나왔다. '술을 좀 드시냐'고 묻자 김희애는 "많이는 못 마시는데 맛은 다 안다"고 말했다. 그는 "꼬냑은 신비로움과 깊은 맛이 있다, 취하게 만드는 미스터리한 술이다. 위스키는 향기로움, 맥주는 시원함이 좋다. 소주는 싫어한다"라며 "다만 바닷가에서 회를 먹을 땐 무조건 소주인 것 같다. 레몬이나 오이를 넣어 먹으면 깔끔하다. 와인도 비싼 것보다 가성비 좋은 걸 좋아한다"라고 설명했다. '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순간조차도 우아함이 넘쳐 흘렀다. 

김희애는 "특히 샴페인을 좋아한다. 고된 일을 마치고 마시는 샴페인 한 잔, 이것보다 큰 선물은 없다"며 "사실 다음 날 힘든 게 싫어서 웬만하면 술을 마시지 않으려고 한다. 가뜩이나 기억력이 나빠졌는데, 술 마시고 생각 안 나는 게 너무 기분 나쁘고 속상하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데미지 없는 정도로 마신다"고 했다.

아울러 김희애는 자신이 열중하고 있는 영어 공부와 자전거에 관해서도 신나게 말을 이어 나갔다. 특히 "10년째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며 "공부 개념이 아니다. 독한 마음을 먹고 하는 것도 아니다. 영어를 들여다보는 것이 몸에 배면서 행복해지더라. 작은 루틴이 됐는데 행복지수가 높아졌다"라고 말했다.

또 "자전거 역시 안 타면 허전하고, 타고 나면 몸이 시원하다. 숙제한 기분이 든다"라며 "오랜만에 건강검진을 했다. 저체중인데 근육량은 정상이더라. 자전거도 10년을 탔다. 다리 근육을 보면 뿌듯하다"고 좋아했다.

김희애는 "과거에는 청소도 안 했다. 할 줄도 몰랐다. 해보니까 너무 개운하고 좋더라. 돌돌이 없는 세상에 어떻게 살았나 싶다"며 미소 지었다.

영화 '데드맨' 김희애. 사진=콘텐츠웨이브(주)

자신의 루틴에 맞게 열정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김희애는 '연기' 또한 놓지 않았다. 쉼 없이 활동했다. 올해만 '데드맨'을 포함해 3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김희애는 "한동안 쉬지 않고 일했다. 그렇다고 못 놀았던 것도 아니다"라며 "과거에는 일 할 때 사람도 안 만나고 '연기' 하나에만 몰입했다. 골방에서 나오지 않았던 적도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너무 허무하다고 느껴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사 완벽하게 외우고 남에게 피해 안 주면 되는 것 아닌가? 중요한 장면 있을 때 조심하면 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라며 "인생을 즐기면서 해야지, 안 그러면 너무 허무하고 배우로서도 좋지 않은 것 같았다.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일 하면서도 공격적으로 놀았다"라고 했다.

김희애는 '데드맨'에서 함께 호흡한 조진웅을 빗대며 자신의 성격을 이야기했다. 그는 "조진웅이란 배우에게 이미 오래전부터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인기 있는 배우가 있고 연기 잘 하는 배우가 있는데 조진웅은 둘 다인 것 같다"라며 "이전부터 궁금했는데, 직접 만나보니 인간적으로도 배우 못지않게 매력적이었다. 앞으로 계속 잘 됐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전했다.

이어 김희애는 "조진웅 배우의 정서가 저와 아주 비슷한 것 같더라. 제가 차가워 보인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실제로는 안 그렇다. 정 많고 오히려 질척대는 스타일이다"라며 "조진웅 배우나 저 같은 사람은 배우 생활이 공허할 수 있다. 역할에 들어갔다가 나올 때, 사람들 관심이 타올랐다가 꺼질 때 그럴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희애는 드라마 '아들과 딸' 61.1%, '폭풍의 계절' 51.1%, '내 남자의 여자' 36.8%, '부부의 세계' 28.4% 등 안방에서 그야말로 미친 시청률을 견인했다. 반면 스크린에서는 '흥행' 면에서 그만큼의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이에 김희애는 "영화에서는 성장형 배우다. 나문희 선생님처럼 80대가 돼 인정받고 상도 받으면 좋을 것 같다"라며 밝게 웃었다.
 

뉴스컬처 노규민 presskm@knewsco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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