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 세계적으로 60여 개국에서 40억 명이 넘는 시민들이 투표에 참여할 예정이다.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로부터 부정 선거의 다양한 종류 및 이를 적발할 방법을 들어봤다.
‘선거의 무결성’이란?
‘유럽연합 대외관계청(EEAS)’의 ‘민주주의 및 선거 관측부’ 소속 리카르도 첼레리는 전체 선거 과정에 유권자의 의사 및 투표 방식이 반영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이 선거 절차를 신뢰할 수 있어야 선거 당일 투표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첼레리는 “선거는 모든 이들이 필요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투명한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거는 모두를 아우르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유권자들에게 투표가 허락돼야 한다는 뜻을 넘어 모든 정당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하며, 폭력 사태 없이 선거운동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영국 버밍엄 대학교에서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닉 치즈먼 교수는 연구 결과 후보자와 시민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으며, 정확한 개표가 이뤄진다는 측면에서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선거의 질이 하락하고 있음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질이 낮아진 선거가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치즈먼 교수는 “물론 완벽한 선거란 없지만 높은 품질의 선거란 유권자들이 자신의 정부를 선택하고, 지도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권한을 지니는 경우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선거 조작’이란?
선거 기간은 선거가 치러진 다음 날부터 다음 선거 직전까지 이어진다. 이 기간엔 언제든지 선거 조작(manipulation) 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치즈먼 교수는 “선거 당일이 돼서야 조작하는 건 아마추어다. 전문적이라면 1년 전부터 벌써 선거를 조작한다”고 말했다.
집권 정부가 군대를 동원해 야당을 협박하거나, 언론을 검열해 야당의 메시지가 퍼지지 못하게 막거나, 선거 등록 절차를 자신들에 유리하도록 수정하는 등의 수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첼레리는 “판사도 임명되기에 독립적이라 볼 수 없는 경우가 많기에 항소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미국에서도 이러한 우려가 제기됐으나, 결국 우려했던 일은 현실이 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미 연방 대법관을 무려 3명이나 임명하며 6대 3으로 보수 성향이 다수를 차지하게 구성했다. 그러나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현 대통령에게 패한 후 제기한 소송에서 연방 대법관 다수는 트럼프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렸다.
선거 조작의 또 다른 수법으로는 특정 집단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구획하는 일을 가리키는 게리맨더링이 있다.
또한 여당이나 정부가 공적 자금을 동원해 현직 대통령의 선거 운동에 사용하거나, 거짓 뉴스를 퍼뜨려 선거의 신뢰성을 떨어트리거나, 표를 매수하는 경우도 있다.
치즈먼 교수는 “미국의 경우 선거와 관련해 게리맨더링, 유권자 억압, 가짜 뉴스 등이 주요 걱정거리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이미 마치 바이든 대통령이 시민들에게 선거에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하는 것처럼 조작된 거짓 디지털 메시지도 발견됐습니다. 아직 대선 운동이 본격 점화된 시점도 아닌데 말입니다.”
아울러 치즈먼 교수는 엘살바도르, 인도, 스리랑카 등지에선 선거 기간 가짜 뉴스, 선거 조작, 정치적 폭력 사태가 발생할 위험도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부정 선거’란?
그렇다면 부정선거(electoral fraud)란 무엇일까. 이는 개표 완료 후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는 행위를 말한다.
부정 선거의 수법으로는 미리 채운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거나, 집계 결과를 바꾸거나, 투표함을 파괴해 야당의 득표를 무효로 하는 행위 등을 꼽을 수 있다.
일례로 지난 2021년 러시아 국회의원 선거 당시, 투표가 진행된 3일 동안 투표함이 미리 채운 투표용지로 채워지거나, 선거 참관인이 협박당하는 등 광범위한 부정 선거 행위가 일어났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온라인엔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돼 널리 유포됐다.
그러나 러시아 당국은 “중대한 위반” 사항은 발견된 바 없다고 일축했다.
책 ‘선거를 조작하는 방법’의 공동 저자이기도 한 치즈먼 교수는 “하지만 선거 절차를 아예 완전히 통제할 수 있다면 (이러한 의혹에 대해) 그저 ‘거짓말’을 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부정 선거는 탄탄한 선거 체계를 갖춘 국가를 포함해 전 세계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는 게 치즈먼 교수의 주장이다. 선거 체계가 잘 발달한 국가의 경우 일반적으로 참관인과 정당 소속 사람이 투표소에 머무르며 투표를 기록하고 자체적으로 결과를 집계한다.
치즈먼 교수는 2016년 가나 대선 당시 야당이 휴대전화 앱을 이용해 개표 결과를 수집한 사례를 예로 들었다.
한편 2021년 잠비아에선 참관인과 교회 단체가 국제 사회와 협력하여 개표 목록을 작성했는데, 이로 인해 잠비아 선거관리위원회에선 이들이 집계한 것과 비슷한 결과를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치즈먼 교수는 지난 10년간 권위주의적인 정부가 선거 과정 내 시민 단체와 비정부기구(NGO)의 활동을 제한하는 법을 통과시키면서 현재는 이렇게 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첼레리 또한 선거 참관인이라 할지라도 선거 과정의 마지막 부분만 목격하기 때문에 초기 단계에서 자행된 부정행위는 막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야당도 선거 조작을 할 수 있나?
치즈먼 박사는 야당도 “부정직한” 일을 할 수 있으며, 빠져나가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처럼 지금은 야당에 속한 사람도 온갖 종류의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는 치즈먼 박사는 “일부는 사실일 수도 있지만, 이러한 의혹의 대부분은 사실이 아니며 그저 현 정부를 약화할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상황일까?
첼레리는 “우리 자신을 속이지 말자. 현재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는 나쁜 시기를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년 동안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첼레리는 그 원인으로 흔들리는 경제 및 음모론을 퍼뜨리는 등 SNS의 부정적인 영향력을 지적했다.
한편 치즈먼 교수는 민주주의의 미래는 올해 선거 결과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민주주의 국가인데 항상 선거가 조작된다면 국민들은 조만간 의문을 품기 시작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선거 체계가 국민들의 선택이 반영되게 허용하지 않는다면 투표나 정치 참여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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