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우리가 연민을 갖고 봐야 할 불운한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고 인류는 마치 조난자들 같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에게 인간은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 무언가에 갇힌 존재다. 그것이 본성이든 환경이든 아니면 물질이든. 책은 페미니즘, 동물 복지, 생태학, 역사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 중엔 지뢰제거반 병사, 불평등과 학대에 복수하는 여성들, 난파선 약탈자들, 세상 끝의 등대지기 등 저마다 비극적이고 아픈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 있다. 노숙을 일상처럼 살며 세계 곳곳을 누비는 저자의 시선은 늘 이렇듯 불운한 사람들을 향해 있고, 동시에 조난된 우리의 희망을 자극하기도 한다. 우리의 내면이 가진 영향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그리고 그런 저자의 말을 듣다 보면 삶에 접근하는 방식을 다시 한번 가다듬게 된다. 전체가 행복하지 않은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글 한 편 한 편이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이유다.
■ 노숙 인생
실뱅 테송 지음 | 백선희 옮김 | 뮤진트리 펴냄 | 264쪽 |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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