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제 강점기 때 도입한 인감증명서 제도를 대폭 손질한다. 110년 만의 변화다. 불필요한 인감증명서 요구를 줄이는 대신 디지털 인감으로 전환하고, 행정 서비스 서류를 간소화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30일 경기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서 ‘상생의 디지털, 국민권익 보호’를 주제로 민생토론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훌륭한 디지털 정부를 구축해놓았지만, 국민이 편의성을 체감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매우 많이 남아 있다”며 “특히 도입된 지 이제 110년 지난 인감증명을 디지털 인감으로 대폭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감증명 제도는 일제강점기 때 조선총독부가 조선에서 일본인의 경제 활동을 합법적으로 보호할 목적으로 1914년 도입했다. 그러나 인감을 제작하고 분실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 불편이 있고, 인감증명서 발급을 과도하게 요구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인감증명서는 본인 도장을 행정청에 미리 신고해 놓고 필요할 때 증명서 발급을 통해 본인이 신고한 도장(인감)임을 증명하는 서류다. 주로 부동산 거래나 금융기관 대출 과정에서 본인 확인용 등으로 쓰여 왔다. 지난해 발급 건수는 총 2,984만 건에 이른다.
현재 인감 제도는 한국과 일본, 대만에만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에 4,142만명의 인감이 등록돼 있다.
정부는 인감증명서 사용을 줄이는 대신 신분증과 가족관계등록부, 주민등록표 등·초본 활용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기로 했다. 여기에 ‘본인서명사실확인서’로 신분 확인이 가능하도록 개선할 방침이다. 사용 방식도 디지털 기반으로 대폭 전환한다. 우선 올해 9월까지 재산권 관련 용도(부동산 등기용·금융기관 제출용 등) 외에는 온라인 민원 서비스인 정부24에서 인감증명서 발급이 가능해진다.
온라인 보안 대책도 강화한다. 온라인 인감증명서는 본인만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하고, 휴대전화 인증 등 전자서명을 함께 요구하는 식이다.
윤 대통령은 “자영업자나 소규모 기업인은 간단한 업무 하나 처리하려고 해도 서류를 많이 떼야 한다”며 “국민이 이리저리 뛰고 각종 증빙 서류를 준비할 필요 없이 간편하게 필요한 업무를 신청할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는 인감증명제 개선과 함께 1,498종의 민원·공공서비스를 관공서 구비서류 없이 신청할 수 있는 ‘구비서류 제로화’를 2026년까지 추진한다. 우선 올해 4월 국민 체감도가 높은 100종의 민원·공공서비스를 대상으로 구비서류 제로화에 나서는데 난임 부부 시술비,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예방 접종비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 말까지는 고용장려금 등 321종 서비스가 구비서류 제로화 대상에 포함된다. 윤 대통령은 “매년 7억 건에 달하는 구비서류를 30%만 디지털화해도 조 단위 예산이 절감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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