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정부가 조만간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 확대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증원폭은 2천명 안팎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4.10총선을 앞둔 시점에 의대 증원 발표 시 대한의사협회(의협)나 대전협(대한전공의협의회) 등 의사 단체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정부는 여론에 힘입어 증원을 강행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 "2050년까지 2만2000명 이상 의사 필요" 의사단체 "인구감소 고려하면 충분"
현재 정부는 의사들을 필수·지역 의료로 유도하기 위한 정책 패키지를 준비 중인데 여기에는 의대증원 규모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증원 규모는 최대 2천명 안팎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증원폭이 최소 1천명 이상은 될 것"이라며 "대학 수요 조사와 대학 측의 교육 여력, 장래 필요한 의사수 등을 고려할 때 (2025학년도 의대 정원) 2천명을 넘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고등학교 3학년들이 대입을 치루는 2025학년도를 목표로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교육부가 매년 4월 대학 입학 정원을 확정하기 때문에 올해 4월 전에는 의대정원 확대 규모가 결정돼야 한다.
의대 정원은 현재 3058명으로 18년째 유지되고 있다. 정부는 2000년 의약분업에 반대하는 의사들을 달래기 위해 351명을 감축한 바 있다.
당시 약사에 조제권을 넘겨주며 수익이 줄어든 것에 반발한 의사단체의 요구를 정부가 들어준 것이다. 또 의협이 2006년 발간한 '주요 국가의 의사수급현황과 시사점'에 따르면 OECD 국가들을 대상으로 1985년부터 2003년까지 의사인력 증가율을 비교했을 때 대한민국의 증가율은 126%로, 미국 29%, 영국 57%, 일본 27% 등에 비해 높아 감축의 명분도 있었다.
이후 이명박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했지만 의료계 반대에 부딪혀 번번이 유보됐다.
특히, 지난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의사 인력 부족을 체감하면서 중증·필수진료과목 의사 양성과 공공의대 필요성이 부각됐으나 의료계는 총파업으로 맞섰다. 당시 의료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시기임에도 의사들이 대거 파업에 나서면서 여론의 따가운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앞으로 의사가 얼마나 더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 산하 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의 권정현 박사는 저출산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인구 고령화로 인한 의료 수요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2만2000명 이상의 의사가 추가 배출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2030년까지 의대 정원의 5%를 증원해야 2050년까지 필요한 의사 인력이 배출된다고 분석했다.
복지부가 의뢰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진행한 '전문과목별 의사 인력 수급 추계 연구' 보고서(2021년)에 따르면 의사 1인당 업무량이 2019년 수준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 2030년 1만4334명, 2035년엔 2만7232명의 의사 공급 부족이 발생한다.
반면 의료계는 국내 의사 인력이 부족하지 않다고 봤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인구 감소 추이와 의사 증가율을 고려할 때 2047년이면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OECD 평균을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의협 "의대증원 졸속추진 즉각 중단.. 의학교육 부실화 초래"
정부의 의대증원 의지가 꺾이지 않자 의사 단체는 장외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50명가량이 참가한 가운데 의대증원 추진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의대증원 졸속 추진이 의료비를 폭증시키고 의학교육 부실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필수 범대위원장은 "정부가 필수·지역의료 붕괴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보다 이해 당사자들의 희망사항만을 담은 비과학적인 수요 조사 결과를 증원 근거로 삼고, 주먹구구식 처방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젊은 의사들이 기피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의료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면서 "의대 정원은 포퓰리즘 정치 논리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협 범대위는 29일부터 2주 동안 범대위 활동을 알리고 의협에 대한 대국민 인식 제고를 위해 래핑버스를 운행한다.
이필수 범대위 위원장은 "'올바른 보건의료정책, 의료전문가와 함께'라는 홍보 문구처럼 의협은 항상 최선의 결정을 내려 국민 건강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정근 의협 상근부회장은 "오늘도 진료에 전념하느라 고생하시고 있는 전국의 모든 의료진분들께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 모든 의료진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의협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공의 86% "의대증원시 집단행동".. 보건의료노조 "국민협박"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강행할 경우 의협 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의 집단행동이 더 우려된다. 대전협에 소속된 수련 전공의가 총파업에 나서면 현장 의료 시스템이 마비되기 때문이다.
대전협은 의대 증원시 전공의 86%가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설문 결과를 발표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박단 대전협 회장은 "전체 전공의 1만5000여 명 중 4200여 명이 참여한 일부 수련병원에서 실시한 자체 조사 결과"라면서 "정부와 의료계가 공동 거버넌스를 구축해 정확한 의사 수급 추계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사들의 반발과 관련해 정부는 증원 규모 결정에 의사들과의 '합의'가 필수적이지 않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그동안 장시간 의료계와 의대증원 문제에 대해 논의를 해왔고, 사회 각층이 참여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를 통해 의견을 청취하기도 했다.
복지부는 전공의들이 파업 등 단체행동을 할 경우 업무 복귀 명령을 내리고 이를 따르지 않을 때는 징계하겠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복지부가 전공의가 단체행동을 하면 징계 등 강경 조치를 염두에 두고 실무 절차상 고려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19년 만의 의대증원에 대한 의지가 그만큼 단호하다는 얘기"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의사 단체 입장에서도 의대증원에 대한 여론의 압도적인 지지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동안 각종 설문조사에서 의대증원에 대한 찬성한다는 응답은 70%가 넘었다. 보건의료노조가 작년 12월 발표한 국민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 89.3%가 '의대정원 확대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보건의료노조는 23일 입장문을 내고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고자 하는 전공의들이 필수의료·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의대 정원 증원을 반대해 단체행동에 나서겠다는 것은 국민을 협박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의대 정원을 늘리고, 늘어난 의사인력이 국민이 필요로 하는 필수의료·지역의료에서 근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 의료를 살리는 합리적 해결 방안"이라면서 "의대 정원 증원을 반대하기 위한 단체행동을 운운하지 말고, 의대 정원 증원을 통한 필수의료 살리기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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