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던 부자지간, 말 한마디에 아버지 살해한 양아들...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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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던 부자지간, 말 한마디에 아버지 살해한 양아들...무슨 일?

내외일보 2024-01-28 06:1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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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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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일보] 이태종 기자 = "평소 고아라는 말만 들어도 화가 났습니다. 고아라는 말도 싫은데 짐승이라니."

양아버지를 흉기로 살해해 경찰에 붙잡힌 양아들 A씨(58)가 조사과정에서 한 진술 중 일부다.

A씨는 지난해 2월19일 오후 7시20분쯤 전남 여수시에 위치한 부모의 집에서 미리 준비해간 흉기로 양아버지 B씨(79)를 찔렀다.

범행을 목격한 양어머니의 밀침에 B씨는 피를 흘리며 집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는 이웃의 도움을 받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다음날 끝내 숨졌다.

A씨는 범행 후 집으로 돌아가 자신의 아내에게 "경찰이 곧 올 것이다. 내가 아버지를 찔렀다"며 체포되길 기다렸다.

피는 이어져있지 않지만 40년 넘게 한 가족으로 살아오던 이들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A씨는 11살 무렵 B씨 가정에 양아들로 입양됐다. 태어나면서부터 친부모에게 버림받은 그는 1970년대 중반 섬마을에 살면서 일손이 필요했던 B씨 가정에 입양된 것.

A씨는 이들 내외를 아버지, 어머니라 불렀고, 피해자들도 A씨를 고아가 아닌 자식으로 대했다.

그러나 마을 주민들은 A씨를 '머슴'으로 불렀다.

B씨의 다른 자녀들은 학교에 다닌 반면 그는 집에서 소를 키우고 밭을 매는 일을 하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자신을 학교에 보내주지 않는 양부모에 대한 원망의 마음, 학교를 다니는 피해자의 다른 자녀들에 대한 부러움도 가득했다.그는 성인이 될 때까지 주민등록 신고도 되어있지 않았다.

17살이 되던 해부터는 양아버지가 선장으로 있는 배의 선원으로 근무하기 시작했다.

원망은 있지만 자식으로 인정 받고 싶은 모순된 감정이었다.

A씨가 B씨의 집을 떠나 독립한 건 26살쯤. 그는 결혼으로 분가한 뒤 목포와 인천 등지서 뱃일을 했다. 독립 이후로도 B씨의 일을 번번이 도왔다.

어느덧 선장이 된 A씨는 일로 번 돈을 모아 7억원 상당의 선박을 보유하는 등 경제적으로도 자립하는 데 성공했다.

이때까지도 이들은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

이들의 사이가 급속도로 안 좋아진 건 2021년 11월쯤 A씨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서다.

그는 선박에서 어망 기계에 팔이 빨려 들어가는 사고를 당해 오른팔을 잃었다. 외상후 스트레스성 장애 진단을 받은 그는 대인기피증에 양부모와의 연락도 끊은 채 술에 의존하는 삶을 살아갔다.

A씨는 이때부터 세상에 대한 원망과 함께 어렸을 때부터 쌓여왔던 양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더 키워왔던 것으로 보인다.

다시 사건 당일. 집에서 술을 마시던 A씨는 돌연 양아버지를 찾아갔다.

그는 "아버지가 나에게 무엇을 해줬냐. 배도 한척 사주고 집도 주고 땅도 주기로 했던 20년 전 약속을 왜 지키지 않느냐"며 원망을 쏟아냈다.

한창 말다툼을 이어가던 A씨는 "머리 검은 짐승은 이러니까 안 기르는가 보다"는 양아버지의 말에 결국 미리 준비해온 흉기를 꺼내 들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수십년간 가족으로 여겼던 피고인으로부터 불시에 공격을 당해 사망하기 직전까지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살인은 인간의 생명이라는 존귀한 가치를 침해하는 것으로 어떤 방법으로도 그 피해를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라며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피해자 측의 학대 내지 착취를 의심할 만한 정황도 보인다"며 "피고인이 어린 시절 피해자로부터 받은 부당한 대우에 대한 원망, 오른팔이 절단된 사고로 인한 외상후 스트레스성 장애 등이 복합적인 원인이 돼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비록 피고인이 어린 시절 피해자 측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다고는 하지만, 수십년 동안 알고 지내던 피고인으로부터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공격을 당한 피해자는 큰 정신적 충격과 공포심을 느꼈을 것이 분명하다. 피해자의 유족들이 엄벌을 탄원하는 점, 범행의 경위와 결과 등을 고려할 때 원심의 형은 정당하다"며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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