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이 막히면 손을 쓸 수 없는 것일까.’ 한국축구가 2023카타르아시안컵에서 16강행을 조기에 확정하지 못한 채 25일(한국시간) 말레이시아와 조별리그 최종 3차전을 치른다. 조 1위냐, 2위냐에 따라 16강전 상대는 크게 달라지는데, 더 큰 문제는 축구국가대표팀의 경기력이다. 상대의 집중견제를 이겨내는 이강인의 활약이 필수다. 스포츠동아DB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독일)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이 64년 만에 다시 아시안컵 정상에 오르려면 이강인의 활약이 절실하다. 캡틴 손흥민(32·토트넘)을 향한 집중견제를 분산시켜야 하고, 이재성(32·마인츠)과 황인범(28·츠르베나 즈베즈다) 등 중원 자원들과 함께 팀 공격을 이끌어야 한다. 세트피스에서도 특유의 왼발을 앞세운 한 방을 보여줘야 한국의 카타르아시안컵 정상 등극은 한층 수월해질 수 있다.
자연스레 이강인을 향한 주변의 기대는 크다. 15일(한국시간) 바레인과 대회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2골을 넣으며 한국의 3-1 승리를 이끌자, 외신도 극찬을 하고 나섰다. 스페인 매체 아스는 “이강인이 바레인전에서 자신이 최고의 선수임을 증명했다. 주머니에서 지팡이를 꺼내더니 마법을 부렸다”고 칭찬했고, 미국 ESPN은 “한국이 드디어 손흥민의 파트너를 찾았다. 64년만의 아시안컵 정상 탈환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호평했다. 2년 전 카타르월드컵을 기점으로 대표팀의 핵심 자원으로 떠오른 이강인이 같은 장소에서 그 때의 기분 좋은 기억을 재현하고 있다는 평가도 잇따랐다.
다만 바레인전은 조직력이 아닌 이강인의 개인기량으로 얻어낸 승리라 불안감이 적지 않았다. 그 불안은 20일 요르단전(2-2 무) 졸전으로 이어지며 현실이 됐다. 이강인이 막히자 한국의 공격은 헛돌았고, 후반 막판 상대 자책골로 겨우 승점 1을 챙기는 데 그쳤다.
축구통계전문 소파스코어에 따르면, 이강인은 요르단전에서 턴오버(공격권 상실)를 17개나 범했다. 동료들이 조직적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개인기량으로 경기 양상을 바꾸려고 한 탓인데, 바레인과 달리 요르단은 이강인을 틀어막는 데 성공하며 승점을 따냈다. 최전방 공격수 조규성(26·미트윌란)과 왼쪽 풀백 이기제(32·수원 삼성) 등의 컨디션 난조도 겹치며 상대에게 “한국은 이강인만 막으면 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포지션과 역할의 특성상 매 경기 상대의 심한 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이강인이다. 이강인의 존재감을 우리도 알고, 상대도 아는 상황에서 대회가 끝날 때까지 견제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그동안 “이강인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등 큰 무대에서 활약하며 점차 성장하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클린스만 감독에게는 ‘이강인 살리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권재민 스포츠동아 기자 jmart22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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