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관련 예산 대부분이 큰 폭 삭감
태양광설비 경쟁입찰 6.6% ...역대 최저 수준
[아시아타임즈=정인혁 기자]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바뀌는 에너지 정책 기조에 국내 태양광 시장이 악화일로다. 정부의 지원은 끊기고 업황 불황까지 겹치며 올해도 태양광 시장의 추락이 예상된다.
올해도 태양광 시장은 '악화일로'가 예상된다. 사진은 태양광 설비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21일 국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신재생에너지 주요 사업의 예산이 대부분 줄거나 폐지됐다. 특히 태양광 관련 예산 삭감이 눈에 띈다.
주택과 건물 등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하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지원 사업’ 예산은 1675억원으로 올해(2470억원) 대비 32.2%나 삭감됐다. 전기요금 부담을 줄이고자 소규모 태양광 설치 수요가 늘고 있지만 예산이 줄면서 사업 축소가 예상된다.
신재생에너지 관련 설비를 확충하는 사업자에게 낮은 금리로 자금을 지원하는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 사업’ 예산도 3693억원으로 올해보다 980억원(21.0%) 줄었다.
지난해 760여억원 예산이 편성됐던 녹색 혁신 금융사업은 폐지됐다. 해당 사업은 설비를 늘리려는 신재생에너지 기업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고자 할 때 보증을 지원하거나, 태양광·풍력발전소 주변 주민이 발전사업에 참여할 때 드는 비용을 지원한다.
그 외에도 태양열 융복합 산업공정열 이용기술개발 예산은 79.7%가 줄어 3억원이 됐다. 신재생 표준화 및 인증 고도화 지원사업은 77.9%가 삭감돼 8억원이 편성됐다.
태양광 시장 상황은 처참하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태양광 설비 경쟁입찰에 관련 업체들이 대거 참석하지 않았다. 전체공고 물량인 100만kW의 6.6%에 불과한 6만6000kW만 참가해 입찰이 미달됐다. 낙찰된 것은 175개 발전소 총 6만kW뿐이다. 지난해 상반기 입찰에서는 공고 물량은 27만2000kW로 총 988개 발전소가 낙찰된 바 있다.
국내 태양광 발전 보급량이 줄고 있다는 사실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에너지공단이 최근 공개한 2022년도 신재생에너지 보급통계 확정치를 보면 해당년도 신재생에너지 신규 설비용량은 380만9000kW로 전년도 445만4000kW와 비교해 14.5% 줄었다.
지난해 통계치가 아직 집계되진 않았지만 2021년 391만5000kW에서 2022년 327만8000kW로 16.3% 감소한 수치가 집계된 것을 보면 지난해 신규 태양광 설비용량은 2022년보다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태양광 업계가 점차 소외되는 산업으로 비춰질까 고민”이라면서 “해외에서는 여전히 가치가 높은 산업인데 유독 국내에서만 가치가 떨어지고 침체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태양광 기업들은 미국 시장 진출에만 방점을 두고 있다. 국내 업황 침체와 더불어 미국에서 전력비 인상 부담으로 태양광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중국 업체를 배제하고자 하는 시장 분위기가 형성되면서다.
미국 한화큐셀 태양광 모듈공장 둘러보는 한덕수 총리 (사진=연합뉴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은 지난 9일 마이크로소프트(MS)와 총 12GW 규모의 장기 태양광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는 미국에서 체결된 태양광 파트너십 중 역대 최대 규모의 모듈 공급 계약으로, 발전소 EPC(설계·조달·시공) 서비스도 포함됐다.
한화큐셀은 MS가 전력을 구매할 태양광 발전소에 2025년부터 2032년까지 8년 동안 연간 최소 1.5GW의 모듈과 EPC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번 계약은 지난해 1월 양사가 맺은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장한 후속 계약으로, 총 규모가 당초 2.5GW에서 12GW로 약 5배 가량 늘었다.
한화큐셀은 지난해 11월 충북 진천공장·음성공장 생산직 근로자 18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바 있다. 이는 국내 태양광 시장의 침체로 수요가 줄어 국내 공장 가동률이 낮아진 영향 때문이다.
OCI홀딩스의 말레이시아 자회사 OCIM은 지난해 12월 미국 태양광 웨이퍼 업체 큐빅PV와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상당의 폴리실리콘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2025~2033년 8년이며, 큐빅은 OCIM의 폴리실리콘을 공급받아 미국 공장에서 웨이퍼를 만들어 원재료부터 완제품까지 중국을 배제한다는 전략이다.
시장조사업체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미국 태양광 설치 수요는 올해 36GW, 2025년 39.5GW, 2026년 40GW, 2027년 42GW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우식 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윤석열 정부의 재생에너지 축소 정책 기조가 올해도 유지된다면 태양광 산업 붕괴가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우리 태양광 산업이 다시 일어설 잠재역량이 있기 때문에 총선 이후 정책 기조가 전환된다면 충분히 재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현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도 “올해도 국내 태양광 시장은 침체가 계속 될 것”이라면서 “세계적으로는 태양광 발전소가 늘고 투자가 모이고 있는데 국내 시장은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치적 이념의 잣대로 다뤄지는 태양광 산업이 아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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