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일보] 이혜영 기자 = 지난 2018년 A씨(남)는 반려견 한 마리를 입양했다. 이후 4년 동안 반려견과 가족처럼 지냈다.
그러던 2022년, A씨(당시 20대)는 데이트 애플리케이션으로 B씨를 만났다. 가까워진 두 사람은 A씨의 거주지에서 술을 마셨다.
취기가 오르던 중 A씨의 반려견이 두 사람 주변을 배회했다. 좋았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비극으로 변했다. B씨는 반려견을 밀쳤고 반려견을 괴롭힌다고 본 A씨는 격분해 B씨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B씨는 상처를 입은 채 다른 방으로 대피했으나 8시간 뒤 과다 출혈로 숨졌다.
A씨는 체포돼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정에 선 그는 무슨 말을 했을까? '혐의'를 부인했다.
A씨는 "흉기로 경고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B씨에게 흉기를 휘두른 사실은 없다"며 "B씨의 상황을 인식하지 못한 채 안방 침대에서 잠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B씨가 과다출혈로 사망할 수 있다는 점을 예견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022년 11월 A씨는 징역 15년을 선고받는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자택에 생긴) 혈흔의 형태를 분석한 결과 (살인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며 "부검 감정서에 '변사자에 찔린 상처는 타인에 의해 발생했다고 봄'이라는 취지의 의견이 기재돼 있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흉기로 B씨를 해친 적이 없다는 A씨의 주장에 대해 "합리성이 없어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을 '부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봤다. 부작위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일부러 하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A씨가 B씨를 살려야 할 의무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지난해 5월 항소심 재판에서 A씨의 형량은 징역 10년으로 감형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면서도 "B씨가 작은방에서 다량의 출혈로 쓰러져 피고인에게 저항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부분은 적절하지 않다"며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이후에도 징역 10년이 부당하다며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형량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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