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층 사이에서 증가하는 ‘럭셔리 물’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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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층 사이에서 증가하는 ‘럭셔리 물’ 트렌드

BBC News 코리아 2024-01-18 11:59:40 신고

‘밀린 파텔’ 컬렉션 중 하나인 고급 물 한 병
Milin Patel
물 한 병의 가격은 수백달러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고급 와인 대신 고급 물 메뉴를 제공하는 레스토랑, 혹은 샴페인이나 과일주스 대신 값비싼 물로 건배하는 결혼식은 어떨까.

일반적인 광천수 혹은 수돗물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하는 이 문제의 물은 한 병에 수백달러를 웃돌기도 한다.

마치 와인처럼 스테이크나 생선 요리 등과 선별적으로 곁들이기도 한다.

이러한 고가의 물은 화산암, 빙하가 녹은 얼음, 안개 방울 등 자연에서 추출된다. 심지어 구름에서 직접 추출하기도 한다.

이러한 물은 그 원천에 따라 독특한 특징을 지니며, 일반적인 생수와 달리 가공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고급 물 브랜드는 수백 개에 달하며, 심지어 물에 대해 조언해주는 전문가들도 있다.

‘물 맛’이라는 게 있을까?

밀린 파텔의 시음회
Milin Patel
물 컨설턴트이자 소믈리에인 밀린 파텔이 어린이를 대상으로 물 시음회를 진행하는 모습

와인 시음과 마찬가지로 각 물 제품을 평가하고, 미네랄(광물) 함유, 맛, 식감 등으로 물을 구분하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물 소믈리에들도 있다.

영국 런던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물 컨설턴트 및 소믈리에 밀린 파텔은 “물은 단순히 물이 아니”라면서 “이 세상의 모든 물은 각각 다르며, 고유한 맛도 있다”고 설명했다.

파텔은 수돗물과 생수 등을 포함해 물의 세계에 관심 있는 이들을 위한 시음회도 개최한다.

파텔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사람들, 특히 젊은 세대를 상대로 다양한 물의 종류와 그 맛에 대해 알려주는 임무를 맡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학교에서 증발, 응결, 강수에 이르는 자연에서의 물의 순환에 대해 배운 바 있다”는 파텔은 “그러나 여기서 우린 한 가지를 놓쳤다. 바로 재광물화 과정”라고 덧붙였다.

파텔은 “일단 비가 내리면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게 되고, 이는 칼슘, 마그네슘, 칼륨, 이산화규소 등과 같은 광물의 공급원이 되는 다양한 암석과 토양에 스며든다”면서 “이 과정에서 물은 광물 맛을 띄게 된다”고 설명했다.

캐나다 뉴펀들랜드의 빙산
Getty Images
고급 물의 원천으로는 하와이의 화산암, 노르웨이의 빙산, 호주 태즈메이니아의 아침 안개 등을 꼽을 수 있다

빙산이나 비와 같이 자연적으로 땅을 통과하지 않고 얻게 되는 물은 일반적으로 용천수나 우물물에 비해 총 용존고형물(TDS) 수치가 낮다.

파텔은 수돗물부터 한 병에 최대 250파운드(약 42만원)에 달하는 고급 물까지 전 세계의 다양한 물을 보유하고 있다. 파텔이 주최하는 시음회에선 참가자들이 다양한 물을 마셔본 뒤 각각이 지닌 독특한 말을 설명해본다.

파텔은 “시음회를 통해 참가자들이 물은 아무런 맛이 없지 않다는 점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면서 “물의 세계를 탐구하고 신중하게 물을 마시다 보면 물맛을 다양한 어휘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 놀라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드러운, 크림 같은, 톡 쏘는, 벨벳 같은, 씁쓸한, 시큼한 등의 아름다운 어휘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를 ‘아쿠아테이스트올로지(물 맛 학문)’라고 부릅니다.”

아울러 파텔은 “많은 참가자들이 ‘어린 시절을 생각하게 하는 맛’, ‘휴일이 생각나는 맛’, ‘할아버지 댁이 생각나는 맛’ 등의 소감을 늘어놓는다”고 말했다.

물 시음 대회

‘파인 워터 소사이어티’는 부탄에서 에콰도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급 물 생산업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매년 국제 물 시음 대회를 개최한다.

참가자는 외진 지역에서 가족 사업 단위로 물을 생산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2018년 5월 22일 에콰도르에서 열린 ‘2018 미세 물 국제 물 시음 대회’에서 유명 물 소믈리에들이 물을 맛보는 모습
Getty Images
2018년 에콰도르에선 ‘국제 파인 워터 물 시음 대회’가 열렸다

‘파인 워터 소사이어티’와 ‘파인 워터 아카데미’의 공동창립자인 마이클 마스차 박사는 “처음엔 물 시음이라고 하면 우스꽝스럽다고 여기는 시선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마스차 박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이 여정을 시작한 건 약 20년 전, 금주를 결심한 이후”라면서 “식탁에서 와인이 갑자기 사라지니 이 전엔 생각해본 적 없는 병이 들어왔다. 바로 물병이었다. 내 미식가적인 호기심이 발동했고, 와인 대신 물을 적용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마스차 박사는 좋은 물은 단순한 수분 공급 그 이상이라고 본다. 좋은 물은 사람들에게 탐구하고, 공유하고, 무언가 특별한 것을 즐길 기회를 제공해주며, 심지어 와인과 달리 어린 자녀와도 이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마스차 박사는 현재 좋은 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특히 청년층을 중심으로 술이나 탄산음료 소비를 줄이는, 건강한 생활 방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러한 고급 물은 빈티지 와인처럼 멋진 뒷이야기가 곁들어지며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

음식과의 페어링

물을 붓는 모습
Getty Images
좋은 물은 심지어 와인처럼 음식과 곁들여 먹기도 한다

스페인과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선 음식과 어울리는 특정 고급 물 메뉴를 제공하는 레스토랑이 있다.

마스차 박사는 “현재 미국의 미슐랭 3성급 레스토랑의 물 메뉴 제작을 돕고 있다. 음식과 분위기에 맞게 세심히 전문적인 식견으로 엄선한 물 12~15개 종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생선 요리를 먹을 때와 육류 스테이크를 먹을 땐 완전히 다른 물을 마셔야 합니다. 생선 음식과의 상호 방해를 막기 위해선 미네랄 함량이 낮은 물을 마셔야 합니다.”

마스차 박사는 와인 저장고 대신 ‘물 체험 룸’이 마련된 초호화 주택 및 아파트 건설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마스차 박사는 고급 물은 종교적인 이유로 금주하는 문화권, 특히 이러한 국가의 결혼식에서 인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값비싼 샴페인을 대신할 훌륭한 선물이라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물론 이러한 트렌드를 비평하는 이들도 있다.

‘윤리적으로 옳지 않습니다’

우물에서 힘들게 물을 긷는 모습
Getty Images
UN에 따르면 안전하게 관리되는 식수를 접하지 못하는 이들은 22억 명에 이른다

우선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수백만 명이 깨끗한 물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인간에게 가장 기본적인 물질을 수익화한다는 생각에 멈칫하는 이들이 많다.

UN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기본적인 수도 서비스조차 누리지 못하는 7억300만 명을 포함해 안전하게 관리되는 식수를 얻지 못하는 이들은 22억 명에 달한다.

또한 단지 사기에 불과한 유행일 뿐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물은 그저 물일 뿐이며, 마실 수 있는 물이라면 수돗물이든, 생수이든, 소위 고급 물이든 사실 가격 외엔 별로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환경론자들은 어떤 종류든 병에 든 물이라면 결국 쓰레기로 버려지거나 매립지로 향하기에 지구에 해를 끼친다고 지적한다.

영국 런던 그레셤 칼리지의 캐롤린 로버츠 환경학 교수는 한쪽에선 수백만 명이 깨끗한 물을 얻고자 애쓰는 동안 물 한 병에 수백달러를 쓰는 건 윤리적으로 옳지 못하다고 본다.

로버츠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사람들과 저녁을 먹으러 나가며 부를 과시하는 행위와 거의 같다. 여러분이 ‘나는 남극이나 하와이 어딘가에서 공수한 이 멋진 물 한 병을 살 수 있어’라고 말한다면 좋게 볼 사람들도 있겠지만, 사실 현실에서 이는 그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다. 그저 돈 (자랑)일 뿐”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더 중요한 것은, 환경에 해를 끼친다”는 로버츠 교수는 “플라스틱병은 만드는 과정에서도 화석연료가 필요하며, 분해돼도 미세플라스틱으로 남는다. 유리병이라면 무척이나 무거우며, 외진 곳에서 수천km를 운반해와야 하기에 탄소를 배출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니 이는 그저 돈 문제가 아닙니다. 소위 고급 물이 환경에 끼치는 피해도 생각해야 합니다.”

쓰레기로 가득 찬 강에서 보트로 이동하는 필리핀 주민들의 모습
Getty Images
매일 플라스틱으로 가득 찬 쓰레기 트럭 2000대에 맞먹는 양이 전 세계 바다, 강, 호수에 버려지고 있다

그러나 마스차 박사는 가격이 고급이지만 2달러에 불과한 좋은 물도 있다면서, 좋은 물은 반드시 부자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환경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처리된 물과 자연적으로 질 좋은 물은 구별돼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처리된 수돗물을 플라스틱병에 넣는 것도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SUV를 몰고 슈퍼마켓에 가서 플라스틱병에 든 생수를 사 와 마시죠. 그리고 그 병을 버립니다. 무척이나 낭비입니다.”

이에 마스차 박사는 가공된 생수 대신 수분 공급을 위해선 수돗물을 마셔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리는 종종 수돗물을 마실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전 세계적으로 특권인지 잊어버리곤 한다”는 게 마스차 박사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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