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인근 아마존에서 지난 11일(현지시간) 빽빽한 열대우림에 수천 년간 숨겨져 있던 거대한 고대 도시의 흔적이 발견됐다.
아마존에 살던 사람들의 역사에 대한 기존 지식을 바꾸는 발견이다.
에콰도르 동부 우파노 지역에서 발견된 집과 광장터는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도로 및 운하 네트워크로 연결된 형태였다.
이 지역은 화산 덕에 토양이 비옥하지만, 이 때문에 화산으로 사회가 파괴됐을 수도 있다.
페루의 마추픽추 등 남아메리카 고지대에 존재했던 도시들에 대해선 이미 알려져 있으나, 아마존엔 소규모 정착지, 혹은 유목민의 형태로만 살았다는 게 기존 가설이었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소속 고고학자이자 이번 조사의 책임자인 스테판 로스테인 교수는 “이곳은 우리가 아마존에서 이전에 발견된 그 어느 지역보다도 오래됐다”면서 “우리는 유럽 중심적인 관점으로 보통 문명을 바라본다. 그러나 이번 발견은 문화, 문명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기존 관념을 바꿔야 함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공동 저자인 앙투앙 도리슨 박사 또한 “이번 발견은 아마존 문화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놓는다. 대부분 사람들이 (아마존 고대 문명이라고 하면) 아마도 옷도 입지 않고, 오두막에 살며, 땅을 개간해가며 살아가는 소규모 사회를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발견은 고대 이곳에서 사람들이 복잡한 도시 사회를 이루고 살았음을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고고학자들은 이 도시가 약 2500년 전 지어졌으며, 1000년간 사람이 살았던 것으로 추정한다.
이곳의 최대 거주 인구가 정확히 몇 명인지 추정하긴 쉽지 않으나, 과학자들은 10만 명까지는 아니더라도 분명히 1만 명대는 분명하다고 본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고고학자들은 지면 발굴법과 레이저 탐사 기술을 결합했다. 빽빽한 초목 아래 묻혀있을 고대 도시의 흔적을 식별할 수 있도록 비행기에 레이저 센서를 장착해 300㎢에 달하는 지역을 조사한 것이다.
이 라이다(LiDAR) 기술을 통해 가로 약 20m, 세로 약 10m, 높이 약 2~3m 크기에 달하는 직사각형 모양의 흙더미 플랫폼 6000개를 발견했다.
이 흙더미들은 중앙 흙더미가 있는 광장을 주변으로 3~6개씩 무리 지어 배치돼 있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사람들이 살던 집의 기반이었으나, 일부는 의례용 건물로 사용됐을 것으로 본다. 킬라모페 지역에선 가로 140m, 세로 40m에 달하는 플랫폼도 발견됐다.
이러한 흙더미 플랫폼은 언덕을 깎아 그 위에 흙을 쌓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이 플랫폼들은 25km에 이르는 도로 등 여러 직선 도로와 길로 구성된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돼 있었다.
도리슨 박사는 이러한 도로야말로 이번 연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도리슨 박사는 “매우 정교한 도로망이다. 먼 거리에 걸쳐 뻗어 있으며, 모든 걸 연결했다. 그리고 직각도 발견됐는데, 이는 매우 인상적”이라면서 지형을 따라 만드는 도로 대비 직선 도로를 만드는 건 훨씬 더 어려운 작업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도리슨 박사는 이러한 도로 일부는 의례나 믿음과 관련된 “매우 강력한 의미”를 지녔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과학자들은 양쪽에 도랑이 있는 방둑길도 발견했는데, 이는 이 지역의 풍부한 수자원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됐을 운하로 추정한다.
이 운하를 통해 당시 이 도시가 어떤 위협에 시달렸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일부 도랑은 도시로의 입구를 막고 있었는데, 이는 인근 주민들로부터 위협을 받았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전문가들이 이 도시의 증거를 처음 발견한 건 1970년대이지만, 25년간의 연구 끝에 종합적인 조사가 완료된 건 처음이다.
멕시코나 중앙아메리카 등지의 잘 알려진 마야 문명 사회보다 훨씬 더 크고 복잡한 듯한 사회였던 것으로 보인다.
엑시터 대학의 고고학 교수로 이번 조사엔 참여하지 않은 호세 이리아트 교수는 “마야와 같은 문명을 발견했다고 상상해보라. 그런데 (마야 문명과는) 건축 방식, 토지 이용 방식, 도자기 등이 완전히 다른 문명”이라고 언급했다.
이리아트 교수는 8각형과 직사각형으로 된 흙더미 플랫폼들이 함께 배열된 형태를 가리키며, 이번 조사로 드러난 일부 모습은 남미에서도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이리아트 교수 또한 흙더미 플랫폼 사이 길게 뻗은 도로를 강조하며 분명히 이곳은 잘 조직된, 서로 잘 연결된 도시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과 이들이 이룬 사회 모습에 대해선 별로 알려지 바가 없다.
흙더미 플랫폼에선 난로, 구덩이와 더불어 단지, 식물을 갈기 위한 돌, 불에 탄 씨앗도 발견됐다.
킬라모페와 우파노 지역민들은 아마도 대부분 농업에 종사했을 것이다. 옥수수와 고구마를 먹으며 달콤한 맥주의 일종인 ‘치차’를 마셨을 것이다.
한편 로스테인 교수는 자신이 초기에 이곳을 연구한다고 했을 때 기존 과학계는 아마존엔 고대 사회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었기에 주변에선 의구심을 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나는 매우 고집이 세다”는 로스테인 교수는 “그래서 그냥 했다. 그리고 현재 이런 큰 발견을 해냈다는 사실에 무척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이제 연구의 다음 단계는 아직 조사가 되지 않은, 근처의 300㎢ 지역엔 무엇이 자리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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