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매각을 둘러싸고 부산지역 민심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하림그룹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자칫 졸속 매각으로 부산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12일 부산 지역 경제계 등에 따르면 HMM(옛 현대상선)이 기항으로 사용중인 부산항 신항은 부산시가 '동북아 물류 허브'로 키우려는 모토나 다름없다. 부산의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지난 2017년 2월 국내 1위 한진해운 파산 이후 정부의 해운업 재건을 위한 지원은 현대상선에 집중됐다. 현대상선마저 파산하면 한국은 이렇다 할 자국 원양 해운사가 없는 나라가 될 수 있어서다. 이후 정부는 2018년 말 현대상선에 6조706억원을 투입했다.
HMM은 이같은 우여곡절끝에 회생에 성공했고 현재 새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하림이 HMM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부산지역에선 "매각이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무리한 인수가 부실 경영으로 이어질 경우 부산항과 국내 해운업 전체에 큰 타격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번 달 말쯤 매각과 관련한 1차 협상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당장 HMM 노조는 '매각 중단'을 위해 감사원 감사청구는 물론이고 총궐기대회 등을 예고한 상태다.
부산지역 시민사회, 소액주주들도 나섰다. 현재 매각 작업을 보류하고 올바른 방향을 설정해 새로 매각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어제(11일) 부산에서 열린 ‘HMM 노조 주최 매각 관련 대국민 검증 토론회’ 참석자들은 밀실 매각과 하림그룹의 경영능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국민적 검증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또 영구채 전환 문제를 해결해 인수자가 대주주 지위를 가질 수 있도록 한 뒤 매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인호 부산항발전협의회 대표는 “2016년 당시 한진해운 살리기에 나섰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현재 HMM 매각과정도 당시와 다르지 않다. 금융논리만 있고 산업적 특성이나 공적 이유는 도외시되고 있다”며 “매각 관련 시일이 너무 촉박해 정치권이 나서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호 HMM육상노조 위원장은 “지금까지 나와있는 것으로만 볼 때 6조4000억 원의 인수자금 중 하림의 자기자본은 1조가 되지 않는다”며 “주식담보대출 등 HMM을 이용한 인수자금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HMM의 경쟁력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이표 HMM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현 매각 과정은 중단하고 제대로 된 민영화 방안을 수립한 뒤 국민 공감대 속에 새로운 매각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림의 HMM 인수를 반대하는 부산지역의 기류는 인수 자금 조달과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 탓이다.
HMM 인수 금액은 약 6조4000억원 가량이다. 하림은 2조 원을 금융권 대출을 통해 조달하고 자회사 팬오션의 유상증자를 통해 3조 원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팬오션 자금과 투자 등을 받아 1조 4000억가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유상증자로 3조 원을 마련하려면 팬오션 시가총액의 1.5배 수준의 신주를 발행해야 하는데 무리한 증자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으로부터의 막대한 대출을 받은 뒤 원금 상환에 대한 구체적 방안도 내놓지 않았다.
여기다 매각 이후 HMM이 팬오션과 합병되는 등 인위적인 사업 구조 조정으로 인해 부실 경영이 이어질 경우 부산항도 함께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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