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건호의 예술의 구석] 미술의 믿는 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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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건호의 예술의 구석] 미술의 믿는 구석

문화매거진 2024-01-08 10:57:02 신고

▲ 미술의 믿는 구석 / 그림: 윤건호
▲ 미술의 믿는 구석 / 그림: 윤건호


[문화매거진=윤건호 작가] 19세기 카메라의 등장으로 변화에 직면했던 많은 화가들은 회화의 몰락을 걱정했지만 몇몇은 “오히려 좋아”를 외쳤다. 순수를 탐닉하고 가치를 사유하던 호기심 많은 예술가들은 입맛부터 다셨다.

현대사회에서 문맹은 글을 못 읽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를 읽지 못하는 것이라는 발터 벤야민의 말처럼 이미 미술의 가치는 단순히 대상을 재현하는 것이 아닌 순수한 탐구와 철학으로 확장되었다. ‘카메라’의 등장은 시각적인 이미지를 표현하는 또 다른 도구의 탄생이었을 뿐이었다. 오히려 회화가 순수를 향한 탐구에 더욱 열중하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했고 후기 인상파, 야수파, 입체파 등의 다채로운 화풍을 선보이며 당대 예술가들은 자신들의 방식으로 순수에 닿고자 하는 불타는 예술혼으로 이어졌다.

그럼 미술이 추구하는 ‘순수’란 무엇이고 예술의 어느 구석에서 만날 수 있을까?

‘순수(純粹)’를 바라보는 미술은 ‘순수미술’, 단어 순서에서부터 유추 할 수 있다. 미술의 순수는 원초적인 동기에 담긴 순수성을 의미한다. 순수한 표현과 접근은 오직 순수한 관찰에서 오기 때문에 미술의 시작점은 그리고 표현하는 것이 아닌 ‘관찰하는 것’이다. 후기 인상파의 거장 고흐와 로트렉의 스승이었던 코르몽은 “내 옆에 있는 것을 그려라”라고 말했다. 

지금 자신의 옆에서 함께 숨 쉬고 존재하는 요소를 관찰하고 접근하는 것은, 진실된 관심과 열정을 불러일으키고 그 감정에 한번 접근하고 나면 이를 표현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되어버리는 일련의 원초적인 과정으로 이어진다. 지극히 자연스럽게. 

이처럼 구사하는 미술의 동기가 말 그대로 순수에서 시작해야 하고 그 지점은 관찰에서 출발한다.

아무리 잘 그리고 좋은 비주얼을 지녔더라도, 유화 물감, 아사천 캔버스, 천연모 붓 등의 클래식하고 비싼 재료를 들이부었다 하더라도, 그것에 ‘순수한 관찰’이 없다면 ‘좋은 작품’이라 할 수 없다. ‘순수’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동기이기 때문에 순수를 관찰하고 탐닉하는 미술과 회화의 존재는 어떤 기술과 기교로도 대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우리도 순수한 관찰로 재료, 기법, 작품관의 구석에서 그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꽃을 좋아해서 해바라기 앞에 서면 고흐가 있을 것이고, 꽃잎의 터치에 담긴 붓의 결이 그의 당시 감정을 구석에서 전할 것이고, 색감을 보고 분위기를 느끼다 보면 작가의 시선과 시간이 스쳐갈 것이다.

물감의 종류와 질감, 재료가 주는 온도, 붓의 감각 등 원초적인 요소에서 시작하여 그것들의 균형에서 묻어나는 작가의 고뇌와 감정이 가슴에 닿는 일련의 과정에 몸을 맡기면 마띠에르가 뭔지 몰라도, 후기 인상주의를 몰라도, 미술을 몰라도 지극히 자연스럽게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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