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종훈 기자]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5일 워크아웃 추진과 관련해 KB국민·기업·농협·신한·우리·하나 등 주요 은행 부행장 회의를 열고 제1차 협의회 결의일인 11일까지 태영건설 정상화를 위한 계열주와 태영그룹의 진정성 있는 자구안 제시와 이행을 재차 촉구했다.
채권은행단은 태영건설의 부실이 과도한 레버리지를 사용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 데서 비롯된 것임을 이날 회의에서 재확인했다. 따라서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절차를 통해 정상화를 추진하기 위해선 계열주와 태영그룹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에 깊이 공감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계열주와 태영그룹이 워크아웃 신청시 제출한 자구계획을 이행하지 않고 ▲태영건설의 협력업체, 수분양자, 여타 채권자의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계열주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 티와이홀딩스의 연대보증 채무 해소를 최우선시하며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확립된 원칙과 기준을 왜곡하는 행태를 보이며 ▲이에 따라 워크아웃 개시에 대한 채권자의 동의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것에 큰 실망과 우려를 표명했다.
채권은행은 태영그룹이 워크아웃 신청 때 확약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중 미이행분 890억원을 즉시 지원하고, 아울러 에코비트 매각 및 매각대금 지원, 블루원 담보제공 및 매각, 평택싸이로(62.5%) 담보제공 등 나머지 3가지 자구계획을 확약하고 이사회 결의 등을 통해 즉각적으로 실행해 나갈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이들 채권은행단은 계열주가 금융채권자를 포함해 수많은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태영건설은 물론 태영그룹이 정상화될 수 있는 첫 출발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이런 기본 전제조건도 충족되지 못한다면 제1차 협의회 결의일인 1월 11일까지 75% 찬성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며, 이로 인해 워크아웃을 개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에 따라 태영건설의 부실이 현실화되며 이로 인해 초래되는 모든 경제적 피해와 사회적 신뢰 붕괴는 계열주와 태영그룹의 책임이라고도 못박았다.
워크아웃 추진에 있어서 오너가를 포함한 대주주의 경영책임 이행과 강도 높은 자구계획 제출이 전제돼야 하는 까닭은 시간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실사를 거쳐 기업개선계획을 작성하는 데 소요되는 3~4개월의 기간 동안 회사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 필요한 부족자금은 대주주가 책임지고 부담해야만 채권자들이 워크아웃 개시를 동의하고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영그룹은 워크아웃을 신청하며 부족자금을 조달하는 방안 중 특히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주채권은행은 당초 세금 등을 제외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2062억원 전액을 태영건설에 지원할 것을 수 차례 요청했다.
그러나 태영그룹은 윤세영 창업회장의 막내딸인 윤재연 블루원 대표이사 부회장이 수취한 513억원은 지원할 수 없다고 나섰다. 경영책임이 없다는 사유다. 티와이홀딩스의 목 1133억원과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의 해당분 416억원 등 1549억원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 역시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일인 2021년 12월 28일에 1133억원을 태영건설에 대여하는 이사회 결의를 하고 공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튿날인 12월 29일 400억원, 해를 넘겨 2024년 1월 3일 259억원만 대여했다. 이후 태영그룹은 1월 4일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태영홀딩스가 연대채무 해소를 위해 사용한 890억원을 포함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 전액이 태영건설을 위해 사용 완료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태영그룹의 이러한 주장이 경영권 유지를 목적으로 티와이홀딩스의 연대보증채무에 사용한 자금을 태영건설 지원으로 왜곡하는 행태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태영그룹은 “워크아웃 신청으로 즉시 채무를 상환해야 하는 태영건설을 대신해서 티와이홀딩스가 개인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직접 상환한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워크아웃의 기본 원칙과 절차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잘못된 내용이라는 게 산업은행의 지적이다.
태영건설은 워크아웃을 신청함에 따라 모든 금융채무가 일단 상환유예(동결)돼 있다. 채권자의 동의로 워크아웃이 개시되면 개인이 채권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라도, 이 부분은 협상을 통해 어떻게 처리할지 정하도록 돼 있다. 즉 태영건설의 금융채무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태영건설 금융채권자들이 워크아웃 과정에서 협의를 통해 결정해야 할 사안이다.
채권은행단이 요청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2062억원에서 오너가 ‘막내딸' 몫의 513억원을 뺀 1549억원 지원만 확약했을뿐만 아니라, 여기서 다시 890억원은 빼고 659억원만 지원함에 따라 현재 태영건설의 자금 사정은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채권자들이 워크아웃 개시에 동의하기엔 매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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