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강상헌 기자] "아직 경쟁 해야 하는 위치다. 로스터에 들면 메이저리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고우석(26)은 4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입단에 합의했다. 미국 언론에 공개된 계약 조건에 따르면 그는 2+1년, 최대 940만 달러(약 123억 원)에 계약을 맺었다.
고우석은 2017년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해 지난해까지 통산 19승 26패 139세이브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한 KBO리그 대표 마무리 투수다. 그는 지난해 시즌 종료 후 LG의 허락을 받고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거쳐 빅리그의 문을 두드렸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고우석의 빅리그 진출 가능성은 작아 보였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등 몇몇 팀이 고우석 영입에 관심이 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지만, 구체적으로 계약을 제시한 팀은 없었다. 그런데 포스팅 협상 마감 시한을 하루 앞둔 3일 반전이 일어났다. 샌디에이고가 고우석에게 영입 제의를 했다. 고우석은 샌디에이고의 제의를 받은 뒤 빅리그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실 샌디에이고가 제시한 계약금은 애초 LG와 고우석 측이 설정했던 기준치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LG는 고우석의 뜻을 존중해 MLB 진출을 허가하기로 했다. 이후 급박하게 계약이 진행됐다. 포스팅 협상 마감 7분을 남겨놓고 계약서에 사인할 정도였다.
샌디에이고와 계약을 마치고 6일 오전 귀국한 고우석은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급하게 모든 일이 일어나서 아직 얼떨떨하긴 하다. 이제야 실감이 난다. 기분은 좋다"라며 "계약하기 직전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걱정하고 있었다. 협상 만료 시간을 7분 앞두고 계약이 딱 성사되고 나니 안도하는 마음이 더 들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제 꿈에 그리던 빅리거가 됐지만 고우석은 '아직'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아직 첫 등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메이저리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은 경쟁 해야 하는 위치고 잘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우석의 최우선 목표는 개막 엔트리 진입이다. 고우석은 "2월 중순쯤 첫 경기에 들어갈 것 같다. 그전까지 몸을 잘 만들겠다"며 "이후 연습 경기에서 타자와 승부를 하면서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 그 뒤 로스터에 들면 메이저리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고우석이 목표를 이뤄낼 경우 빅리그 데뷔전은 서울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샌디에이고는 3월 20~21일 LA 다저스와 개막 2연전을 치르는데 경기가 열리는 장소는 미국이 아닌 서울 고척돔이다. MLB는 야구 열기를 세계로 확산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세계 곳곳에서 개막전을 펼치고 있다. 한국은 MLB 개막전을 개최하는 4번째 미국 외 국가다.
서울에서 빅리거 데뷔전을 치를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고우석은 "신기하게 느껴진다. 아직 성급하긴 하지만 몸을 잘 만들어서 서울에서 빅리그 첫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고우석은 대표팀 선배인 김하성(29)과 한솥밥을 먹게 됐다. 그는 "(김)하성이 형에게 먼저 연락을 드렸는데 축하한다고 해주셨다. 외국에서 야구를 하는데 같은 리그에서 뛰었던 대표팀 선배가 있다는 것은 마음에 큰 안정이 되는 부분인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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