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KBO리그에서 4년간 활약한 외국인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이 삼성 라이온즈와의 동행에 마침표를 찍었다.
삼성은 4일 "새 외국인 투수 데니 레이예스와 계약했다. 레이예스는 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50만 달러, 옵션 20만 달러 등 총 80만 달러의 조건에 사인했다"고 알렸다.
동시에 뷰캐넌과의 결별 소식을 전한 삼성은 "지난 4년간 삼성의 마운드를 지킨 뷰캐넌은 최근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진출 등을 고려하는 과정에서 구단의 최종 제시안을 거절함에 따라서 아쉽게도 재계약 협상이 결렬됐다"고 설명했다.
이종열 삼성 단장은 4일 엑스포츠뉴스와의 통화에서 "(뷰캐넌 협상을 위해) 정말 최선을 다했다"며 "당연히 뷰캐넌이 0순위였다. 계약이 잘 안 돼 다음 플랜을 가동한 것"이라고 얘기했다.
삼성과 뷰캐넌 모두 동행 의지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현실적인 부분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삼성으로선 외국인 선수 샐러리캡 여유분 없이 뷰캐넌에게 많은 금액을 지불하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해를 넘기도록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삼성은 정들었던 뷰캐넌을 떠나보내야만 했다.
뷰캐넌은 삼성의 발표 이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는 "나와 나의 가족은 올해 삼성으로 돌아가지 않게 됐다"며 "삼성에서 은퇴하는 것도 생각했지만, 불행하게도 잘 되지 않았다.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팬 여러분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려드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가족에게 보내주신 팬 여러분의 사랑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였다. 자녀들은 한국의 환경과 문화 속에서 자랐다"며 "팬 여러분 모두 좋은 일만 있길 바라며 언젠가 다시 만나길 바란다. 내 몸엔 언제나 푸른 피가 흐를 것"이라고 팬들에게 자신의 진심을 전했다.
▲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투수 중 한 명이었던 뷰캐넌
뷰캐넌은 2020년 1월 삼성과 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 인센티브 15만 달러 등 최대 총액 85만 달러의 조건에 사인했다. 그는 "한국에서 빨리 뛰고 싶고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뷰캐넌의 다짐은 현실이 됐다. KBO리그에 적응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뷰캐넌은 KBO리그 데뷔 첫 해였던 2020년 27경기에 등판, 174⅔이닝 15승 7패 평균자책점 3.45를 기록하면서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구단 역대 외국인 투수 최다승(종전 1998년 베이커 15승) 타이기록을 만든 그는 구단 역대 외국인투수 한 시즌 최다이닝(종전 1998년 베이커 172이닝) 기록을 새롭게 썼다.
특히 뷰캐넌은 다양한 구종과 이닝 소화 능력, 안정적인 제구, 견고한 슬라이드 스텝은 물론이고 성실한 훈련 태도와 체계적인 몸 관리로 다른 선수들에게 귀감이 됐다. 삼성은 그런 뷰캐넌과 1년 더 함께하길 원했고, 최대 총액 150만 달러에 재계약을 맺었다.
뷰캐넌은 2021시즌에도 팀의 믿음에 부응했다. 30경기 동안 177이닝 16승 5패 평균자책점 3.10으로 2년 연속 15승을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팀이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하는 데 있어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
2022년과 2023년에도 삼성과 손을 잡은 뷰캐넌은 제 몫을 다했다. 2022년 26경기 160이닝 11승 8패 평균자책점 3.04, 2023년 30경기 188이닝 12승 8패 평균자책점 2.54로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지난 시즌 도중 뷰캐넌의 마음가짐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던 박진만 감독은 "(뷰캐넌의 투지도) 지금 우리 팀의 분위기이고, 또 외국인 선수가 그런 모습을 그라운드에서 보여준다는 건 국내 선수들도 본받아야 하는 부분이다"며 "요즘 조금만 아프다고 하면 경기에서 빠지는 선수들도 있는데, 뷰캐넌의 투혼에 대해서 팀 선수들 전체가 깊게 생각해봐야 하는 모습이었던 것 같다"고 칭찬했다.
또 박 감독은 "외국인 선수들이 옵션에 대한 부분을 생각하면 목표치까지 했을 때 그 이외의 부분은 안일하게 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래도 우리 팀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팀을 위해서 희생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계속 해 왔던 선수들이라 가족적인 분위기가 생긴 것 같다"고 고마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해 8월 4일 LG 트윈스와의 홈경기에서 예상치 못한 손목 저림 증세에도 7이닝을 던졌던 뷰캐넌은 "마지막 이닝 때 손가락에 쥐가 나서 아팠지만, 이번 이닝은 내가 꼭 막는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자신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뷰캐넌은 단순한 외국인 투수가 아닌, '팀 라이온즈'의 일원이었다.
▲뷰캐넌이 보여준 '진심'
마운드 위에서 묵묵히 공을 던지던 뷰캐넌이 더그아웃에서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홈런을 치고 들어오는 선수들과 일일이 세리머니를 펼치면서 팬들과 선수들을 즐겁게 했다.
자신의 끼를 맘껏 드러냈던 무대도 있었다. 지난해 7월 1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 올스타전에 감독 추천 선수로 출전한 뷰캐넌은 '투수 등판' 대신 다양한 댄스와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오스틴 딘(LG 트윈스)과 댄스 배틀을 벌이기도 했다.
경기 후반 외야수로 변신한 뷰캐넌은 장타성 타구를 잡아내는가 하면, 9회초에는 고우석(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과의 승부에서 중전 안타를 치며 타점을 올리기도 했다. 승패와 무관한 안타이긴 했지만, 뷰캐넌의 타격은 지난해 올스타전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장면 중 하나였다.
당시 뷰캐넌은 "춤도 추고 좋은 수비도 하고 아주 멋있는 안타도 쳤다. 즐겁게 뛰니까 좋은 결과가 나왔다. 상을 받았다면 좋았겠지만 애초에 그렇게 욕심을 가지고 참석한 게 아니다. 팬들과 소통하고 재밌는 시간을 보내는 데 초점을 뒀다. 안타 공과 좋은 추억을 선물로 가지고 간다"고 미소 지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뷰캐넌은 지난 시즌 후반기에 새로운 글러브를 사용했는데, 글러브에 태극기가 새겨져 있어 눈길을 끌었다. 한국 팬들의 성원에 어떻게 보답할지 생각하다가 태극기를 글러브에 넣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한국을 사랑하는 뷰캐넌의 진심이 돋보였다.
하지만 뷰캐넌과 삼성에게 이별의 시간이 찾아왔다. 정들었던 뷰캐넌을 볼 수 없다는 생각에 팬들도, 선수들도 모두 아쉬워하고 있다.
원태인은 자신의 SNS를 통해 "항상 저는 그의 뒤를 따라가기 바빴습니다. (뷰캐넌은) 지난 4년간 너무 많은 걸 알려주고 나의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선수"라며 "떠나는 게 너무나도 아쉽지만 어디서든 우린 서로를 응원하고 존경하기에, 부상 없이 잘 마무리해서 다시 만났을 때는 나에게 기대한 모습 그 이상의 모습을 보이는 선수가 되어 있을게요"라고 전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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