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납치’의 표적이 된 서구권 내 중국인 유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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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납치’의 표적이 된 서구권 내 중국인 유학생들

BBC News 코리아 2024-01-03 11:57:5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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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의 모습
Getty Images

미국 주재 중국 대사관이 최근 미국 내 자국민, 특히 유학생들에게 ‘가상 납치’를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대사관은 실종신고가 접수됐던 중국인 유학생 카이 좡(17)이 지난해 12월 31일 미 유타주의 한 임시 야영장에서 무사히 발견된 후 이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카이의 부모가 학교 관계자들에게 전한 말에 따르면 이들은 아들이 납치된 모습을 담은 사진과 함께 몸값 지급을 요구받았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사이버 납치의 피해자들은 납치범들이 현장에 없어도 자신을 스스로 고립시킨 뒤 심지어 감금된 것처럼 보이고자 사진을 찍기도 한다고 한다. 대신 피해자는 페이스타임이나 스카이프 등을 통해 감시된다.

자신이 따르지 않으면 가족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진을 받은 가족들은 몸값을 건네지 않으면 피해자가 해를 당할 것이라고 믿게 된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카이의 부모는 사이버 납치범에게 속아 중국 내 은행 계좌로 약 8만달러(1억490만원)를 지불했다.

‘가상 납치’란?

미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사법기관이 ‘가상 납치(virtual kidnapping)’ 범죄의 존재 여부를 인지한 건 최소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상 납치’, 혹은 사이버 납치는 여러 방법으로 이뤄질 수 있으나, 자신이 폭력이나 죽음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믿는 피해자를 이용해 그 가족들에게 몸값을 뜯어내는 형식은 변하지 않는다.

FBI는 소위 ‘전통적인’ 납치와 달리 가상 납치범의 경우 실제론 그 누구도 납치하지 않지만, 속임수와 협박 등을 통해 피해자들을 속이고 이들이 진실을 알기 전 그 가족들로부터 빠르게 몸값을 받아낸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인 유학생들을 노리는 이유는?

경찰은 서구권 국가에 유학 중인 중국인 학생들이 특히 사이버 납치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9월, 영국 사우스요크셔주 경찰 내 사기 수사팀은 사우스요크셔주 내 셰필드에서 북부 잉글랜드 지역으로 이동하는 유학생들에게 사이버 납치를 경계하라는 주의를 내렸다. 경찰에 따르면 영국 전역의 중국인 대학생들을 주로 노린다고 한다.

피해자들은 자신을 중국 대사관, 이민국, 세관, 중국 경찰, 혹은 영국 우체국 소속 직원이라고 소개하는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게 된다. 이후 자신은 국제 범죄를 수사 중이며, 피해자에게 확인차 거액을 중국 내 계좌로 송금하라고 요구한다.

사우스요크셔 경찰은 피해자들이 행동에 옮기게끔 협박이 동원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일에 대해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 것을 강요한다고 한다.

런던의 풍경
Getty Images
영국은 중국인 유학생들이 ‘가상 납치’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한편 지난해 10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경찰은 ‘가상 납치’ 범죄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조셉 두에이히 뉴사우스웨일스주 경찰 형사부장은 이러한 사기는 중국 본토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피해자에게 접근해 자신을 중국 관료로 믿게 한 뒤, 다른 피해자들에게 접근하는 방식이다.

두에이히 부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부 피해자들은 (범죄자들에게 속아) 태국, 캄보디아, 호주 내 다른 주 등으로 이동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즉 이러한 사기 사건에선 피해자들을 다른 주 혹은 외국으로 나가게 하는데, 이는 전에는 없던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호주의 ABC 방송사는 뉴사우스웨일스주 경찰을 인용해 지난해 10월에만 20~23세 어린 청년들이 중국 당국 관련자를 자처하는 연락을 받은 사례가 3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피해자들은 현재 자신들이 중국에서 범죄에 연루됐으며, 최대 33만880만달러에 이르는 금액을 지불하지 않으면 중국으로 추방될 것이라는 협박을 들었다.

이 중 한 사건에선 시드니에 살던 20세 남성이 스스로 수갑을 찬 채 상하이 경찰을 대신해 애들레이드와 빅토리아 지역의 다른 피해자들에게 “공식 문서”를 건네고자 국내선 비행기에 오르기도 했다.

이 남성의 가족은 13만5730달러를 몸값으로 지불하라는 연락을 받았으나, 이를 거부하고 뉴사우스웨일스주 경찰에 연락했다고 한다.

뉴사우스웨일스주 경찰은 지난 2020년 ‘가상 납치’ 사례가 최소 8건 확인됐다면서, 실제로 납치된 이는 없으나 몸값으로 총 135만5538달러 이상이 나갔다고 밝혔다.

일례로 2020년 4월 시드니 북서부 교외 라이드에서 발생한 사건에선 딸이 납치됐다고 믿은 중국인 여학생의 부모가 중국 경찰이라고 주장하는 범죄자의 몸값 요구에 따라 20만3300달러를 건넸다.

조사 결과, 이 여학생은 몸값 지불 1일 뒤 자택에서 무사히 발견됐다.

손발이 묶인 여성의 모습
New South Wales police
호주 경찰에 전달된 2020년 중국 유학생 가상 납치 사건 사진

한편 지난해 8월 ‘재팬 타임스’는 일본 내 일부 중국인 유학생들도 비슷한 상황과 비슷한 협박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여학생의 부모가 딸이 폭행당한 듯한 사진을 믿고 중국 내 계좌로 4만2300달러를 지급한 사건도 있었다. 이후 이 학생은 자신을 중국 공안이라고 소개하는 사람으로부터 협박 전화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여학생은 자시의 이름으로 체포 영장이 발부됐으며, 구속을 면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기에 가짜 납치를 꾸며 부모가 돈을 지불하도록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경찰은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전화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하는 한편, 이러한 “공식” 요청을 받을 경우 현지 영사관에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만약 표적이 됐을 경우 경찰에 알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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