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여름부터 연쇄적으로 불거진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는 많은 금융 소비자 피해를 야기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제정되고 금융사들이 내부통제를 재정비하는 등 의미 있는 진전은 있었지만, 피해 구제 절차는 온전하지 않아 시간이 갈수록 남아있는 피해자들의 고통은 가중된 모습입니다.
더 나아가 피해자들은 금융사들의 잘잘못을 입증해야만 원금을 반환받을 수 있는 처지에 놓이게 된 만큼, 철저한 진실규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자세히 볼수록 얽히고설킨 사모펀드 사태. 이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고 피해자들의 억울함이 해소되며 금융시장에 정의가 바로 서기까지, 끝까지 진실을 추적하고자 합니다.
검찰 출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사임하면서 사모펀드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3대 펀드 사태가 미완의 과제로 남는 게 아니냐는 아쉬움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임정부 때 해체된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한 전 장관이 지난해 취임 당시 제1호 명령으로 부활시키면서 사태 진상규명에 대한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이에 피해자들은 속이 타는 심정을 내비쳤다. 그의 취임 이후 금융감독원과 남부지검의 공조가 강화된 상황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의 실사보고서 누락, 국회의원 특혜 의혹 등이 새롭게 드러났지만 아직 해소되지 않은 문제들이 규명되지 않은 채 장기간 미해결 상태로 머무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라임 특혜 문제의식 있었는데…
같은 검찰 출신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한 전 장관이 부활시킨 합수단(합수부)이 협력해 지난 8월 24일 사모펀드 재수사 관련 첫 결과물을 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공개되지 않은 3대 펀드 사기(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펀드) 관련 추가 검사 결과다.
금감원이 밝힌 바 검사 결과를 공개한 목적은 “각종 새로운 의혹을 규명하고 투자자 피해 회복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다. 주요 내용은 특정 수익자를 위한 펀드 돌려막기, 자금 횡령 등으로 금감원은 지난 5월부터 이러한 정황들을 수차례 수사기관에 통보했다고도 설명했다.
특히 해당 발표 이후 라임펀드와 관련해 나온 국회의원 특혜 의혹에 대해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으로부터 질의를 받은 한 장관은 “서민들이 피해를 보고 특권층이 피해를 덜 보는 상황이 이런 수사에서 단죄의 핵심”이라고 언급했다. 그가 검사장 시절인 2020년에 내비친 생각과 일관된 흐름의 발언이다.
3대 펀드 재수사 진척 ‘기대 이하’
특혜의혹으로 라임 사태가 다시금 주목받게 된 이후 사라진 1조7000억원대 자금의 행방 그리고 추가적으로 특혜를 받은 인물들에 대한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돼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한 피해자들의 관심은 커졌다.
라임 사태 주범으로 꼽힌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이 지난해 징역 20년을 선고받은데 이어 최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도 징역 30년형을 받은 사실은 그나마 고무적이다. 이밖에도 금품 수수 혐의가 있는 검사나 국회의원 등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다만 실제 상품을 피해자들에게 가입시킨 판매 금융사 PB직원 등에 대한 수사는 별다른 진척이 없거나 처벌이 미비해 피해자들만 속앓이를 하는 모습이다. 피해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라임펀드를 둘러싼 사기 실체 등도 아직 낱낱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사라진 펀드 자금이 정확히 어디로 흘러들어 갔는지 추적할 단서가 되는 라임 비공개 펀드 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얘기가 있지만 실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더욱이 금감원 검사 발표 이후 검찰 인사가 대대적으로 개편된 이후에는 별다른 진행 상황이 알려진 게 거의 없다.
피해자 “3대 펀드 재수사 미완으로 남아”
한 전 장관은 지난해 6-7월 미국판 합수단이 있는 미국 뉴욕남부연방검찰청을 방문한 바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당시 한미 양국 검찰이 수사 중인 암호화폐 사건과 관련해 공조하기 위한 목적이 컸지만 협력 방안에 관한 논의에 라임펀드도 포함돼 있었다. 한 장관에 대해 피해자들이 라임사건의 실체를 밝혀줄 거란 기대감이 컸던 배경이다.
다만 한 전 장관이 법무부를 떠나게 된 상황과 관련 라임 피해자 A씨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김봉현 전 회장에 대해 징역 30년이 확정됐지만 한 전 장관이 정치권으로 넘어가기 전 사라진 1조7000억원의 행방과 관련된 자들에 대한 엄단을 좀더 마무리하고 갔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전 회장에 대해서는 사실상 법무부장관이나 합수단이 아니라 전 정권에서 진행했던 것이기도 하다”며 “한 전 장관의 1호 명령으로 부활된 합수단에서 0순위는 3대 펀드 재수사와 엄단하지 않았던 자들에 대한 과제인데 미완으로 남았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A씨는 “금융사 직원들에 대해 피해자들이 전 정권에서 형사 고소한 건들 중에는 2년이 넘은 것들이 있는데 엄단된 사람들이 단 한 명도 없다”며 “재수사는 안하더라도 피해자들이 가져다 준 증거로 얼마든지 처분을 내릴 수 있는데 불기소처분만 내리니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법무부 관계자는 한 전 장관 이후 3대 사모펀드 비리 수사가 미완으로 그쳤다는 지적과 향후 대응 계획에 대해 물은 더리브스 질의에 “관련 부서에 전달했지만 구체적인 사건과 관련된 내용이라 대검찰청으로 직접 문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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