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그니피선트 7'(Magnificent 7)은 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빅테크 주식 7개를 칭하는 말이다. 이들 '훌륭한 7개 주식'은 2023년 글로벌 증시의 승자였다. 애플(2023년 등락률 +51.5%, 12월 19일 종가 기준)과 알파벳(구글 모회사, +54.8%), 마이크로소프트(+55.6%), 아마존(+83%), 테슬라(+108.8%), 메타(+191.4%), 엔비디아(+239.4%) 등은 그야말로 급등세를 나타냈다. 이들 종목이 상장된 나스닥지수는 2023년 +43.3% 상승하면서 글로벌 주요 증시 중 상승률 1위를 기록했는데, 매그니피선트 7의 상승률은 이를 훨씬 웃돌았다.
2023년 미국 증시는 강력한 상승세를 나타냈지만 미국 증시 내에서도 상승 종목군이 광범위하게 확산된 것은 아니었다. 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500개 종목으로 구성된 S&P500지수에서 매그니피선트 7이 차지하는 비중은 29% 선까지 높아졌다.
미국의 중·소형주들로 구성된 러셀2000지수의 상승률은 14.7%에 불과했다. S&P500지수는 24% 상승했다. 절대 다수의 중·소형주보다 대형주의 성과가 좋았고, 대형주 내에서는 매그니피선트 7의 성과가 압도적으로 좋았던 셈이다.
미국 증시에서 소수의 주도주들을 중심으로 압축된 시세 흐름이 나타나는 이유는 우리 시대의 기술 혁신이 갖는 독특한 성격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은 과거의 기술 혁신과 차별화된 특징을 갖는데, 타자에 대한 배타성이 그것이다.
4차 산업혁명 이전의 기술 혁신들과 비교해보자. 18세기 1차 산업혁명은 동력 기관이라고 하는 새로운 발명이 있었다. 자동차와 증기선 등 1차 산업혁명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운송수단이 도입됐다. 1차 산업혁명으로 경제의 파이는 명백히 커졌다. 2차 산업혁명은 전기, 3차 산업혁명은 개인용 컴퓨터라는 발명품이 있었고, 역시 경제 전반의 성장이 나타났다.
반면 4차 산업혁명은 명백한 발명품이 존재하지 않는다. 3차 산업혁명에서 만들어진 컴퓨팅 기술의 효율성 극대화가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이라고 본다. 4차 산업혁명은 과거의 기술 혁명들보다 경제 전반의 파이를 키우는 효과가 극히 미약하다. 아마존은 유통에 혁신을 불러왔지만 전통 유통업체인 시어스백화점 등의 파산은 아마존 약진 뒤의 그림자다.
한국에서도 쿠팡의 도약은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쇠퇴를 불러왔다. 얼마 전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택시 서비스 '타다' 논란은 기존 사업자들의 격한 반발에서 비롯됐다. '타다' 서비스가 새로운 택시 수요를 만들어냈다기보다는 전통적 택시 사업자들의 기득권을 잠식했다고 봐야 한다.
AI(인공지능) 역시 일의 효율을 극적으로 높일 수 있겠지만 인간적 비효율에 기대 먹고 살 수 있었던 다수에게는 심대한 도전이 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이 경제 전반의 파이를 키우지 못했다는 점은 미국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봐도 알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미국의 GDP 성장률은 2010년대 이후 연이율 1.7%(2010~2022년)에 그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기업들은 기존의 비효율적인 플레이어들의 파이를 빼앗으면서 성장해왔기 때문에 매그니피선트 7로 대표되는 소수의 종목군이 약진하고, 다수 종목의 수익률이 부진했다고 볼 수 있다.
매그니피선트 7 종목군의 독주가 2024년에도 이어질까? 향후에는 상승 종목이 확산될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다. 미국 증시에 한정해서 보면 그렇다. 미국 주도의 글로벌 밸류체인 재편이 나타나면서 미국 경제는 글로벌 경제 권역 중 거의 유일하게 확대 성장의 길을 걷고 있다.
IRA(인플레이션 방지법안) 등이 시행되면서 세계의 투자가 미국으로 몰리고 있다. 미국의 GDP 대비 투자비율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치인 19%에 육박하고 있다. 2023년 미국 경제는 2.4%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에도 불구하고 직전 10여 년의 평균 성장률을 훌쩍 뛰어넘는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민간의 기술 진보로 이루기 어려웠던 경제 전반의 양적 팽창을 '아메리칸 퍼스트'라는 코드가 농후한 밸류체인 재편으로 이뤄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면 그동안 소외됐던 미국 중·소형주들의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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