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박지숙 기자 = 올해 중2학년 학생들이 치르게 될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수학 시험범위에서 '미적분Ⅱ'와 '기하' 과목을 합친 '심화수학'이 빠진다. 현재 선택과목이 빠지면서 2028학년도 수능부터 모든 수험생은 국어·수학·영어·탐구 전 영역에서 같은 과목으로 시험을 치루게 됐다. 또 고교 내신은 2025학년도부터 5등급 상대평가와 절대평가를 병기하지만 사회와 과학 교과 융합선택 과목은 절대평가가 도입될 전망이다.
25일 교육부에 따르면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는 지난 22일 제24차 회의를 열고 2028 대입 개편 시안을 심의, 이같은 내용의 권고안을 의결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10월 수능에선 국어·수학·탐구 선택과목을 폐지, 절대과목 위주로 출제하는 내용을 담은 2028 대입 개편 시안을 발표했다. 탐구도 그간 17개 과목 중 2개를 선택하는 방식에서 '통합사회'·'통합과학'으로 단순화했다. 대신 교육부는 미적분Ⅱ·기하가 출제 범위인 심화수학 신설 방안을 검토사항으로 제시, 국교위에 의견수렴을 요청했다.
이후 국교위는 6차례 전체회의를 열어 2028 대입제도 개편안을 심의했고 최종적으로 시안의 핵심인 '심화수학' 신설안을 채택하지 않았다. 반면 고교 내신 일부 선택과목에 한해 절대평가 도입을 권고했다. 교육부는 이를 바탕으로 조만간 개편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국교위는 "수능 선택과목에서 심화수학은 신설하지 않기로 의결했다"며 "공정하고 단순한 수능을 지향하는 통합형 수능의 취지와 학생의 학습 부담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시안과 가장 달라진 점은 사회·과학 교과의 절대평가 부분이다. 국교위는 내신과 관련해 상대평가·절대평가를 병기하면서도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방안으로 고교 융합선택 과목 중 사회·과학 교과(9개 과목)에 대해 상대평가를 병기하지 않고 절대평가로 할 것을 권고했다. 이 과목들은 △여행지리 △역사로탐구하는현대세계 △사회문제탐구 △금융과경제생활 △윤리문제탐구 △기후변화와지속가능한세계 △과학의역사와문화 △기후변화와환경생태 △융합과학탐구 등이다.
앞서 교육부는 시안에서 고1 공통과목은 물론 고2·3학년 때 이수하는 선택과목도 상대평가를 유지하기로 했다. 사실상 전 과목 상대평가 유지하는 대신 현행 9등급제를 5등급제로 완화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국교위는 "고등학교 융합선택 과목 중 사회·과학 교과는 상대평가를 병기하지 않고 절대평가를 적용하기로 의결했다"며 "다만 절대평가만 실시하는 해당 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쏠림 현상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장학 지도를 실시하고 향후 교육과정 개정 시 보완방안을 국교위와 교육부가 함께 협의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나머지는 교육부가 마련한 시안을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국교위는 "국가교육위원회 전체 회의와 특별위원회·국민참여위원회·국가교육과정 모니터링단 등의 의견수렴 결과를 고려해 대입제도의 안정성·신뢰성·공정성 확보를 위해 교육부 원안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심화수학 제외, 국가경쟁력 약화 vs 고교 이수 과목 통해 학습 가능
다만 심화수학 신설안이 제외된 것과 관련해 수학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향후 논란이 지속될 수 있다. 디지털 시대의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라도 고교 때 심화수학을 배워야 한다는 의견과 과도한 사교육 팽창과 입시지옥을 막기 위해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교수·학자가 중심인 대한수학회는 심화수학에 포함된 미적분Ⅱ와 기하는 이과계열 대학교육을 위해 필수적이라며 제외되면 과학·기술의 국가경쟁력 약화에 직결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현장 교사들은 사교육 과열과 학생들의 과도한 공부 부담을 지적한다. 수학교사들의 모임인 전국수학교사모임(전수교)은 최근 전국 중·고교 수학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심화수학이 개설될 경우 사교육과 선행학습이 지금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응답한 교사의 비율이 70.9%, 학생의 수학 학습 부담을 늘릴 것이라는 응답도 68%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사교육 카르텔 타파'를 내세운 정부가 킬러문항 배제 원칙을 한 마당에 심화수학을 도입하는 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외국대학의 경우 심화수학 과목들을 대학 때 충분히 학습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이공계 대학들의 지나친 요구라는 지적도 있다. 박제남 인하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심화수학의 내용들은 외국에서는 대학에서 상세하게 공부하고 교수가 책임지고 가르치는 과목들"이라며 "하지만 현재 고교에서의 미적분 수업은 결과 중심적이어서 많은 것들을 건너뛸 수밖에 없어 수학교사도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국교위 역시 "심화수학이 디지털시대 역량의 함양을 위해 매우 중요한 과목"이라면서도 "공정한 수능과 학생의 학습 부담을 고려했다"고 밝혀 심화수학 도입에 따른 사교육 과열과 '입시지옥'이라는 우려를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고교 이수 과목을 통해 미적분Ⅱ·기하를 공부할 수 있는 점도 심화수학 제외에 영향을 미쳤다. 국교위는 "수능에서 심화수학 과목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학생들은 학교에서 관련 교과목을 학습할 수 있고 대학은 그 평가 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 나온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Copyright ⓒ 아시아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