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유 가격이 폭등한 이유와 대처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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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유 가격이 폭등한 이유와 대처법은?

BBC News 코리아 2023-12-24 10:26:4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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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로 유럽에서 올리브 오일 가격이 치솟았다. 다행히 회복탄력성을 발휘해 요령 있게 대처하는 생산자와 셰프들이 있다.

유명 셰프가 카프레제 샐러드와 가스파초, 돌마스에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뿌려대는 모습은 현재 유럽에선 꿈같은 이야기다. 슈퍼마켓만 가도 올리브 오일 가격이 기록적으로 폭등한 것을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올리브 오일 가격은 이렇게 치솟았을까?

지구상에서 가장 오랜 재배 역사를 가진 나무인 올리브의 취약성은 지난 10여 년에 걸쳐 드러났다. 지중해 지역에서 폭풍과 홍수, 가뭄 등 기상 악화가 점점 더 심해지면서 많은 올리브 나무가 말라죽은 것이다. 그리고 올해 지중해 지역은 물론, 전 지구가 역대 가장 뜨거운 여름을 경험했다.

이런 기후 위기로 최대 올리브 오일 생산국인 이탈리아와 그리스, 스페인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이로 인해 요리사와 소비자들이 “너무 비싸진 올리브 오일 대신 무엇을 써야 할지”를 고민하게 했다.

이탈리아 바달루코에서 5대째 농장 ‘올리오 로이’를 운영해 온 로셀라 보에리는 지난여름의 가뭄을 두고, “평생 본 적이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우리 올리브 나무는 튼튼했지만, 생산량이 크게 떨어졌어요. 줄어든 생산량은 올리브 오일 가격에 반영됐고, 동시에 올리브 오일 수요와 소비도 줄어들었습니다.”

스페인 알메리아에서 7대째 이어온 농장 ‘오로 델 데시에토’의 소유주 라파엘 알론소 바라우도 올리브 생산량이 줄었다고 했다. “작년에는 지난 20년 평균보다 15% 적은 수확량을 기록했습니다. 올리브 나무는 매년 생산량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일반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죠. 그런데 올해는 수확량이 45% 미만이었습니다. 엄청난 문제입니다.”

바라우는 생산량이 떨어진 원인은 다양하지만, 기후 변화가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여름이 점점 더 길어지고 더워지고 있어서 걱정입니다. 우리는 이것이 생산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요.”

올리브 오일 생산자들이 생존을 위해 싸우는 동안, 유럽 소비자들 역시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보에리가 “카르텔”이라고 부르는 대기업들은 올리브 오일 가격을 올려 가족 단위 혹은 소규모 사업체에 타격을 입힐 뿐만 아니라 슈퍼마켓을 찾은 소비자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슈퍼마켓 등지에선 올리브유 절도 사건도 증가했다. 원자재 시장 예측 및 데이터 분석 회사인 ‘민텍’에 따르면, 스페인산 올리브 오일 가격은 2022년 9월부터 2023년 9월 새 115% 상승했다.

가격 상승이 전 세계적으로 체감되고 있지만,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은 유럽이다. 많은 유럽인에게 올리브 오일은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라, 대체할 수 없는 문화적 상징이기 때문이다.

올리브를 수확 중인 농부
BBC
올리브를 수확 중인 농부

이탈리아 바달루코에 있는 레스토랑 ‘우마미’의 오너 셰프인 마테오 델리아는 “올리브 오일은 인간으로 치면 혈액 같은 존재이며, 셰프로서 내가 하는 모든 일의 근간”이라고 말했다.

“고품질 올리브 오일의 다양성은 맛뿐만 아니라 와인의 테루아 같은 것을 체험하게 해줍니다. 지역과 토양에 따라 각기 다른 풍미를 내며, 이 다양함을 바탕으로 오일과 그 생산 환경을 추정하는 재미가 있다는 게 정말 놀랍죠.”

스위스 다보스에 있는 레스토랑 ‘라 무나’의 셰프 디오미스 안젤로스는 그리스 음식의 정수와 영혼이 올리브 오일 한 병에 담겨 있다고 믿는다. 그는 “(올리브 오일은) 나의 요리 유산의 태피스트리(여러 가지 색깔의 실로 짜놓은 그림)를 복잡하게 엮어주는 황금 실과 같다”고 말했다.

“그리스 볼로스 인근 마을에서 우리 할머니가 유서 깊은 가족 소유 과수원에서 딴 올리브 오일로 ‘파솔라키아 라데라('올리브유의 녹두'라는 뜻)’를 요리하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할머니는 냄비에 올리브 오일을 넉넉히 넣고 가열하는 것으로 요리를 시작하는데, 이때 가열된 올리브 오일에서 나오는 향은 가족 잔치를 곧 시작한다는 신호였죠. 오일이 끓으면 다진 양파와 마늘을 넣어 부드럽게 만들고 오일과 섞습니다. 그다음에는 신선한 강낭콩과 감자, 잘 익은 토마토를 넣었죠.”

이렇게 올리브 오일이 중요하다면, 셰프와 가정에서 요리하는 사람들은 올리브 오일 가격 폭등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그리스 크레타섬에 있는 ‘미노스 비치 아트’ 호텔의 레스토랑 ‘바쿠스’의 수석 셰프인 포피 쿠르쿠타키는 자신의 요리법에서 올리브 오일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다른 그리스 전통문화(안젤로스의 할머니가 재료를 천천히 끓였던 것도 예가 될 수 있다)에 집중하면, 올리브 오일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지중해식 요리법을 완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쿠르쿠타키는 “올리브 오일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도 맛있는 음식을 만들려면 조리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며 “스튜를 끓일 때 온도를 낮춰 천천히 끓이거나 ‘모샤리 스토 필리노’라는 크레타섬의 도자기 냄비를 사용하는 것 등이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크레타섬에 살았던 조상들은 수 세기 동안 도자기 냄비를 사용했어요. 미라벨로 베이가 내려다보이는 제 레스토랑 주변 시골 마을에서도 여전히 도자기 냄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열을 잘 유지해주는 도자기 냄비와 천천히 끓이는 기법을 사용하면, 올리브 오일을 너무 많이 첨가하지 않고도 재료의 풍미와 즙을 모두 끌어낼 수 있습니다.”

쿠르쿠타키는 또 고기나 생선으로 육수 만드는 방법을 적용해 요리에서 올리브 오일을 완전히 생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지방 공급원으로 올리브 오일 대신 육류의 지방을 사용할 수 있다”며 “냉장고가 없던 시절 고기를 보존하기 위해 고기를 끓이고 지방을 따로 빼내던 방법이 이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것은 크레타섬에서 나오는 영양가 높고 오메가가 풍부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과 비교했을 때 건강에 좋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쓰지 않았던 방법입니다. 하지만 오일이 비싸고 구하기 어려울 때는 해법이 될 수 있죠.”

제빵사 니콜라 올리비에리도 주방에서 창의력을 발휘해 올리브 오일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아르지냐노에서 5대째 베이커리 ‘올리비에리 1882’를 이어오고 있는 그는 크리스마스에 즐겨 먹는 파네토네와 부활절 빵인 푸가사 베네타 등으로 상을 받은 적이 있다. 그는 “올리브 오일의 유연함을 좋아하는 터라, 원래 올리브 오일을 쓰는 요리에 오일을 안 쓰고는 음식을 만들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중해 문화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다른 훌륭한 이탈리아 식재료들도 있습니다.”

올리비에리는 “포카치아와 빵의 경우 돼지 지방인 ‘스트루토’를 사용하면 빵과 그리시니(일종의 브레드스틱), 케이크도 만들 수 있다”며 “심지어 ‘씨드 오일’도 대체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맛이 밋밋하고 올리브 오일과 같은 맛과 향을 더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요리법이 달라질 겁니다.”

쌀 브랜드 ‘리소 부오노’의 소유주인 크리스티나 브리졸라리는 리조또와 같은 요리의 핵심 재료로 양질의 올리브유를 꼽는다. 그는 “노바라주 카살벨트라메에 살면서 최고 품질의 올리브 오일 생산자들에 둘러싸여 있는 행운을 누려왔다”며 “그래서 항상 농장으로 직접 찾아가 동료 농업인들을 돕는다”고 말했다. “고급 냉압착 오일은 풍미가 훨씬 강하고 뚜렷하기 때문에 사용량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조금만 넣어도 지중해의 진정한 풍미를 맛볼 수 있어요.”

최근 멜버른에 빵집 ‘루모스’를 연 이탈리아 출신 제빵사 셰프 카리나 라 델파는 호주에서는 고품질 올리브 오일을 구하려면 프리미엄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신은 할머니에게 얻은 영감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곤 했다고 말했다. “올리브 오일을 오래 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올리브 오일을 요리에 직접 사용하기보다는 드레싱이나 고명처럼 완성된 요리 위에 얹는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올리브 오일의 풍미를 지속하기 위해 블렌딩 오일을 사용하는 것처럼, 라 델파의 할머니도 비법을 갖고 있었다. “우리 할머니는 올리브를 저렴한 식물성 오일 안에 넣어 비싼 오일을 쓰지 않고도 올리브의 풍미를 살렸습니다.”

보에리에게 고품질 올리브 오일은 충분히 욕심 낼 가치가 있는 문화다. “가뭄과 극심한 고온으로 3년째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우리는 5대째 올리브 오일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에 맞서면서, 우리 가문이 1877년 만들어냈던 것과 같은 우수한 품질의 올리브 오일을 계속 생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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