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 올해 '최고 과학 성과'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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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치료제, 올해 '최고 과학 성과'로 선정

폴리뉴스 2023-12-22 12:18:32 신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라르스 프루에르고르 예르겐센 노보노디스크 최고경영자. 사진=네이버 켑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라르스 프루에르고르 예르겐센 노보노디스크 최고경영자. 사진=네이버 켑쳐


[폴리뉴스 류 진 기자] 코로나19 백신 이후 세계 제약업계의 최대 화두 가운데 하나는 비만치료제라고 할 수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9일(현지 시각) 올해의 인물로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라르스 프루에르가르드 예르겐센 최고경영자(CEO)를 선정했다. 노보노디스크는 올해 전 세계에서 열풍을 일으킨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유사체 기반 비만 치료제 ‘위고비’와 같은 성분의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을 개발했다.

노보노디스크의 시장가치는 올해 들어 덴마크의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선 데 이어, 유럽 기업 시가총액 1위에 올라섰다. 노보노디스크는 공장을 연중무휴로 하루 24시간 풀가동하는 데도 공급량이 부족해지자 “수요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TV 광고를 중단하기도 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올해 이 약물을 처방받은 사람은 미국 인구의 1.7%나 된다.

올해 최고의 과학 성과에 비만 치료제가 선정됐다.

사이언스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를 기반으로 한 비만치료제의 체중 감량 및 건강 개선 효과에 주목해 비만 치료제를 ‘2023년 올해의 성과’(2023 Breakthrough of The Year)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GLP-1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혈당을 조절하는 데 관여하는 호르몬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발행하는 기술매체 ‘MIT 테크놀로지 리뷰’도 새해 1월에 발표할 ‘2024년 10대 혁신 기술’에 비만 치료제가 포함돼 있다고 미리 밝혔다.

당뇨병, 심장병 등을 유발하는 비만은 세계 보건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는 최대 건강 문제 가운데 하나다. 미국에서는 성인의 약 70%가 과체중 상태이며, 유럽에서도 절반을 웃돈다. 이는 비만치료제의 잠재적 시장가치와 파급 효과가 그만큼 엄청나다는 걸 뜻한다.

사이언스는  “비만 약물 치료는 체중 감량에 대한 사회적 압박과 비만은 약한 의지력의 결과라는 잘못된 믿음이 얽힌 안타까운 과거에서 시작됐다”며 “새로운 종류의 약물 치료법이 등장해 유망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GLP-1은 반세기 이상 실패의 길만을 걸어온 비만치료제에 희망의 씨앗을 뿌렸다. 과학자들은 1980년대 당뇨병을 연구하던 중 GLP-1이 혈당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이후 1990년대 들어 GLP-1을 이용한 당뇨병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생쥐 실험을 통해 GLP-1이 쥐의 식욕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비만과 관련한 효과에도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이를 모방한 GLP-1 수용체 작용제는 2000년대 들어 당뇨병 치료제로 쓰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노보노디스크가 새롭게 내놓은 당뇨병 치료제 세마글루타이드가 2021년 6월 미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체중 관리용 약물로 허가를 받으면서 비만치료제로서도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임상3상 시험에서 약 16개월 동안 15% 체중 감량이라는 전례없는 효과를 나타냈다. 체중 감량 효과가 이전 비만치료제의 3배에 이른다. 게다가 하루에 한두 번이 아니라 일주일에 한 번만 주사를 맞으면 됐다. 세마글루타이드는 당뇨병에는 오젬픽, 비만에는 위고비라는 이름으로 판매된다.

그러나 약물의 부작용 문제도 만만찮다. 사이언스에 따르면 메스꺼움이나 다른 위장 질환 증상으로 인해 치료를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난 9월 미국 보건 당국은 오젬픽 제품에 장 폐색의 잠재적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표시하도록 했다. 과체중이나 비만이 아니면서도 살을 빼기 위해 세마글루타이드 치료를 받는 것에 대한 우려도 일고 있다.

사이언스는 “GLP-1를 포함한 새로운 비만 치료법은 비만을 단순한 의지력의 실패가 아닌 생물학에 뿌리를 둔 만성 질환으로 이해하도록 해줬을 뿐 아니라 비만을 치료하는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FT는 노보노디스크 급성장의 배경에 예르겐센 CEO의 과감한 투자와 인내, 끈질긴 혁신이 있다고 분석했다. FT는 “위고비와 오젬픽이 태동하던 32년 전 노보노디스크에 입사한 예르겐센은 GLP-1 기반 치료제라는 새로운 과학에 초장기 베팅을 하며 오랜 시간을 보냈다”며 “CEO 취임 이후 예르겐센이 내린 첫 번째 큰 결정 중 하나가 1만7000여 명 규모의 비만 치료제 대규모 임상시험이었다”고 했다.

노보노디스크가 비만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 데는 독특한 회사 지배 구조도 영향을 미쳤다. 노보노디스크 의결권 77%는 재단인 노보홀딩스가 소유하고 있는데, 1923년 창립 초기 노보노디스크에 인슐린 개발권을 양도한 ‘인슐린의 아버지’ 프레더릭 밴팅 박사가 ‘인류 공공의 선을 위해 사용해달라’는 조건을 달면서 설립된 재단이다. 이 재단은 판매 수익금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목표다. 한 전문가는 “이 구조 때문에 회사가 수익성보다 더 큰 목적에 전념할 수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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