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타임즈=신도 기자] 대부업계가 금융당국과 지방자치단체에게서 연달아 압박을 받으면서 존폐 기로에 내몰렸다. 제도권 금융의 말단으로 활동하면서 중저신용자 금융을 다해왔는데, 법정 최고금리발 위기가 심화된 탓에 이제는 채권매각과 영업정지 사이에서 불안에 떨어야 하는 형국이 됐기 때문이다.
존폐 기로의 대부업계가 금융당국과 지방자치단체에게서 연달아 압박을 받으면서 서러운 처지에 내몰렸다. (사진=연합뉴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대부업계는 자산관리공사(캠코)에서 운영하는 새출발기금 참여를 거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사유는 캠코의 요청으로 대부업계 의견을 수렴했지만 참여의사를 드러낸 곳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새출발기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피해를 입은 개인사업자와 소상공인이 보유한 금융권 대출에 대해 상환기간은 늘려주고 금리부담을 내려주며, 채무상환이 어려운 차주에게 원금조정을 도와주는 종합 채무조정 프로그램이다.
대부업계가 캠코의 새출발기금 참여 요청에 대해 난색을 띈 배경은 주 영업층이 제도권을 이용할 수 있는 최저신용자라는 점이 작용했다. 대부업계의 경우 타 업권보다 저신용자 비중이 높은 만큼, 자칫 채권 상당수가 캠코로 넘어갈 수 있어 참여에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캠코의 요청은 대부업계의 자산을 상당수 가져가는 결과로 되돌아올 수 있다"며 "대부 자산은 특성상 저신용자 이용층이 상당한데, 결국 채권을 죄다 소각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대부업체가 난색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캠코의 새출발기금 참여 여부도 불안감이 크지만 동시에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뤄지고 있는 영업정지 등 철퇴도 고스란히 맞고 있다. 최근 서울시는 대부업체 합동점검을 실시한 결과 131개 업체에 대해 205건의 행정조치를 내렸다. 행정조치에는 △과태료 부과(118건) △영업정지(30건) △등록취소(57건) 등의 중징계가 포함됐다.
영업실적이 없거나 소재지가 불분명한 122개 업체에 대해서는 이용자 피해를 사전 차단코자 자진 폐업을 유도하는 등 서울시에서 관할하는 대부업체에 대해 상당한 중징계 조치가 내려졌다. 이번 조치는 불법 사금융의 유통경로를 뿌리뽑겠다는 의도에서 이뤄졌다.
현재 대부업 관리는 금융당국에서 직접 관리하는 대부업체와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대부업체로 나뉘어 있다. 보통은 지역에 관할한 지자체에 등록해 관리하지만, 자산이 100억원을 초과하거나 대부잔액이 50억원을 넘으면 금융당국에서 관리하는 대부업체가 된다.
앞서 서울시는 불법 사금융의 확산 원인으로 지목된 온라인 대부중개플랫폼의 개인정보 유출 여부를 점검하는 차원에서 금융감독원과 함께 채무자를 가장해 대출 상담글을 게시하는 방법으로 위법 행위 단속에 나섰다. 일부 플랫폼은 개인정보 수집시 고객 동의를 받지 않은 점이 지적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조사도 함께 의뢰되는 등 강한 조치를 잇따라 시행했다.
그동안 대부업계는 불법 사금융이나 위법사항을 저지른 대부업체와의 '절연'을 다짐했다. 앞서 지난 10월에는 대부중개플랫폼의 자정활동 현황을 보고하고 향후 방안도 함께 발표하는 등 광범위한 소비자보호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도 강조했다.
하지만 여전히 연 20%에 불과한 법정 최고금리 때문에 원활한 영업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면서 업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가 너무 낮으니 제도권 금융사로 양심을 지키며 활동하려는 대부업체가 결국 사라질 것이라는 게 대부업계의 설명이다.
그동안 저신용자를 위해 신용대출을 진행해 온 댓가가 가혹하다는 지적도 일각에서는 흘러나온다. 최근 OK금융그룹 등 대부업계 '큰손'이 금융당국과의 약속을 1년이나 앞서 대부업계를 철수한 데 이어 주요 대부업체들이 조달비용대비 수익률이 맞지 않아 신규 대출을 꺼리는 등 업게가 축소 상황에 내몰려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부금융협회가 집계한 주요 69개 대부업체의 지난 9월 신규 대출액은 834억원으로 지난해 12월(780억원)과 비교해서는 늘었지만 지난해 1월(3846억원)과 비교하면 지난해와 올해 격차가 매우 벌어졌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대부업 대출잔액은 지난해 15조8678억원으로 6개월 전(15조8764억원)과 비교해 86억원 감소했다. 사실상 신규대출을 거의 내주지 않은 결과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 정상적으로 대부업이 영업을 하기 어려운 처지로 내몰리면서 그로 인한 부작용과 문제점도 상당수 지적되고 있다"며 "현행 법정 최고금리 제도에서는 정상적인 영업이 힘들다는 지적도 있고, 신규 대출은 거의 내주기 어려운 형국으로 빠져들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상적인 대부업이 활동을 하면서 저신용자를 포용할 수 있는 금융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며 "대부업이 무너지면 불법 사금융 밖에 저신용자가 이동할 곳이 없다는 점을 경각심으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아시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